

자유 연재
멀지 않은 미래,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라트비아 대학 연구팀에서 뇌를 안전하게 적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학술지에 공개되지 않게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날, 대한민국의 어느 이름없는 대안언론을 통해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뇌만 적출되어 가상세계 속에 던져진 사람들, '더 몰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자극적인 제목, 이름없는 언론사. 찌라시, 즉 루머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과연 이 가상현실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그 배후는? 그리고 가상세계 속에 던져진 '두뇌'들은 무엇을하고 있을까?
더몰프로젝트
프롤로그
<오늘의 저녁 뉴스 헤드라인 간략하게 전해드립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세계은행이 전년도 세계 평균 출산율을 공개했습니다. 전년도 세계 평균 출산율은 1.3명으로 재작년 대비 0.05명 하락한 수치입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률이 높아지고 있어 국제적인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특히 이른바 ‘아프리카 프론티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평균 출산율 3.0명 라인이 처음으로 붕괴한 것은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체첸의 난민 캠프에서 또 한 번의 자폭테러가 발생해 최소 열다섯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번 테러는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난민 캠프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 당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배후세력을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이와 동시에 인도주의에 입각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구하고 있으나 서방 유럽의 반응은 미온적으로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알바니아 민병대의 난민 수송선 포격 사건 당시 러시아가 서방의 비판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던 민정은 다시 에너지 드링크 한 캔을 비웠다. 일주일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아버지의 실종 사건에 대해 실종 첫날에만 두어 차례 국영방송을 통해 보도한 것이 전부였다.
그 뒤로는 잠잠했다. 외국인의 실종 사건은 전 국민이 신경 써야 할 핵심 고민거리는 아닌 듯했다. 평소에 그렇게 연락하지 않던 아버지인데도, 막상 사라지고서야 허전한 것이었다.
민정은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수화음 이후 곧바로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전히 소재 파악이 안 되나요?”
민정은 재차 물어봤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민정이 누군지 곧바로 알아챈 모양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현지 경찰과 협조하여 진행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주 스웨덴 한국대사관에서는 한결같은 대답뿐이다.
“제발 우리 아빠 꼭 좀 찾아주세요.”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은 민정이 책상 앞에 엎드렸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건 당연한 일.
다시 한번 모니터 속을 들여다본다.
[검색 결과 없음.]
직원 검색창에 아버지 이름이 없다. 화면을 쳐다보는 그녀의 손에 땀이 고였다. 원래 전산에 조회가 되어야 하는데…. 다른 검색어를 입력해보자. 이건 확실한 거니까. 이번에도 안 뜨면 전산오류일 것이다.
다시 한번 검색 버튼을 눌러본다. 검색창이 분주해진 것을 확인한다. 그녀는 책상 오른쪽에 널브러져 있는 헤드셋을 집었다.
책상은 정리가 안 된 지 꽤 오래된 듯 보였다. 그래도 자주 쓰이는 물건들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책상을 어지른 것들은 수많은 종이, 책 그리고 노트뿐. 그녀의 분주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잠시 후 그녀의 귓가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리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관리소라는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도 바로 용건을 꺼내지 못했다.
-여보세요?
“어…. 로그 기록을 조회하고 싶은 직원이 있는데요.”
-먼저 신원조회부터 해주시겠어요?.
화면에 창이 하나 뜬다.
모니터 아래 부착되어있는 적외선 카메라가 자동으로 켜지고 그녀의 홍채를 인식한다. 동시에 화면에는 신원정보가 입력된다.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잠시동안 헤드셋에서 울리는 잡음이 꺼졌다. 그녀는 반대편에서 마이크를 차단했음을 직감했다. 수 초 뒤에 잡음이 다시 나왔다.
-연구원님, 이번에 전산 조회 규정이 변경되어서 직원 조회 시에 허가번호를 받아야 합니다. 전산에 등록된 조회 허가번호 앞자리 네 개를 불러주시겠어요?
“급해서 그런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원래 그런 게 있었나요?”
-네. 전산시스템에서 신원조회 관련 공지사항을 숙지해주세요. 그저께 갱신된 것이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유예기간 같은 것은 없나요? 지금 급하게 확인해야 해서요.”
-죄송합니다. 유예기간은 없습니다. 조회 허가를 먼저 받아주세요.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그녀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부탁했다. 헤드셋 건너편의 누군가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오늘 하루, 그리고 앞으로의 끼니를 챙겨주는 것은 아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시스템에 조회 허가 요청하신 후에 허가를 먼저 받으시면 저희가 바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미안하다. 나도 좀 이해해달라’라는 사과이자 부탁의 표현이다. 그녀는 그 표현을 곧바로 알아듣고 중간에 말을 끊는다. 당신의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대답이다.
“네 알겠습니다.”
상대방의 대답을 듣지 않고 통화를 종료한 그녀는 마른 손으로 세수를 한다.
사라진 게 틀림없다. 이렇게나 금방 알게 될 일이 왜 발생했을까? 검색도 종료. 모든 창을 닫은 후에 잠시 빈 화면만 멍하니 보는 시간이 몇 분.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는 다시 시스템에 들어간다. 그리고 삼일간의 휴가를 신청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어, 민정. 직접 알아본 건 어떻게 됐어?
반대편에서는 한숨이 먼저 들렸다.
“모르겠대. 찾아보겠대. 관리소에서는 뭐래?”
-무조건 조회 허가번호만 달래.
“지금까지 조회 허가된 사례가 있나?”
-없어.
“…….”
민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그냥 내가 알아서 해야지 뭐.”
-뭘 하려고?
걱정하는 목소리다.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2025.09.11 09:25
올라온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