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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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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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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품은 소년은 모두를 구원하고 싶은 동시에 구원받고 싶어 한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몸을 맡긴 한 소년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희들도 이젠 떠나는 구나.”

 

소년과 영원히 함께할 것만 같았던 별들이, 마치 작별을 고하듯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빛을 눈부시게 피워냈다.

 

“이제 어떤 별로 시간을 가늠할 수 있으려나….”


불멸. 끝나지 않는 영원을 품은 소년에게 시간은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개념에 불과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 같은 삶 속에선, 숫자보다 마침표가 더 의미 있었을 테니.


"......외로워...."


그러나, 그런 시간 속에서도 가치 있던 순간은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작별 속에서 느꼈던 감정.


“■■. 여■ 있었구나.”


하지만 그 감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더는 만들 수 없었기에, 소년은 끝나버린 이야기를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영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돌아갈 뻔 했단다.”


오랜 그리움에 눈을 감자, 소년의 옛 이야기 속 그가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친구가 되어준 이는 어디에나 볼 법한 평범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안녕.”


숲속에서 눈을 뜨자 눈앞으로 햇빛이 부드럽게 퍼졌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은 고요하고 따뜻했으며, 바닥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거절이니?”

“응. 난 여기가 좋으니까.”


노인은 소년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신과 함께 마을로 내려가자고 제안해왔다.

비록 이제는 인사치레가 되어버렸지만 이 제안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건, 소년이 제 몸 하나 지키기 힘든 어린 아이였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숲에 홀로 남는다면 외로움이 클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하지만 이런 노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은 그 제안을 들을 때마다 매번 거절했다.


“그럼 오늘도 거절당했으니. 여기, 닭고기란다.”


변함없는 거절에 쓴웃음을 지은 노인은, 전에 한번 소년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숲에 홀로 남은 이유가 만약 상처 때문이라면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느냐고.


"……."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노인은 끝내 무엇이 소년을 이토록 외롭게 만드는지 알지 못했다. 소년이 대화를 길게 나누고 싶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노인의 말주변이 그리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혹시…”


하지만 그럼에도, 노인은 계속해서 소년을 찾아왔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섭니?”


순간 멈칫한 소년이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이렇게 너와 대화하고 있는 거 보면 알잖아.”


소년의 망설임 어린 대답을 들은 노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 보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누워있는 소년 곁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소년에게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노인은 자신의 모험담을 소년에게 들려주었다.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던 소년이 자신의 모험담만큼은 귀 기울여 주었기에.


“오늘은 쉬어가는 내용 말고, 마왕 잡으러 가던 내용으로 해줘.”


소년은 이야기를 고를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토록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그 이야기 속 노인이 모두를 구원해 준 훌륭한 용사였다는— 그야말로 모두가 좋아하고 사랑받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계속 올 생각이겠지…. 이거.’]


그러나, 소년이 처음부터 노인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던 건 아니었다.


[‘용사인가…. 이건 나처럼 죽지도 않네.’]


소년이 노인을 만나기 훨씬 전, 그는 용사 이야기란 똑같은 레파토리를 지겹도록 들어왔었다.


[‘음유시인들의 용사 이야기는 하나같이 같은 내용이었지. 대단한 업적 마냥 늘어놓지만 결국은 진부한 이야기.’]


오래 전부터 유행하던 용사 이야기는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 용사의 여정이 막을 내리면 어김없이 어딘가에서 또 다른 용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마치 정해진 순리라도 되듯이 진행되었다.


[‘그래도 처음엔 꽤 흥미로웠지. 주어진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시련을 극복하고, 끝끝내 승리하는 이야기라면…. 한때 나도 용사가 되고 싶을 만큼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늘 같은 결말을 향해 흘러갔기에, 더 이상 흥미를 못 느끼게 되어 버린 이야기이기도 했다.

때문에 소년은, 노인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로 식상할 거라 생각했지만—


[“뭐? 그 녀석들에게 동정을 베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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