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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로판소설의 한 대목처럼 엑스트라인 나도 사랑을 하고싶어.
마요네즈마요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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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게임 속 세상에 빠진 주인공과 메이드, 그리고 원작 히로인의 죽이고 살리는 살벌 로맨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피폐물#삼각관계#서양풍#소유욕/독점욕/질투#게임

"릴리! 릴리! 여기 있는 거 다 알아요. 문 좀 열어줘요. 제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나를 부르는 여자는 에반젤린 트위디. 제국의 기둥을 책임지는 공작가의 하나뿐인 딸이자 역하렘 피폐 게임 [에반젤린의 꽃]의 주인공 되시겠다. 그에 비해 나는 원작 게임상 주인공인 에반젤린의 남자를 탐하다 모가지가 싹둑- 하고 잘려버리는 악역이자 비중도 없는 그저 게임 속에서 한 줄로 끝나버리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인 릴리 에반스. 얼마나 엑스트라냐면 초반에 나오는 캐릭터 시트에서도 그녀에 대한 외관이나 설정 및 정보에 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아마 게임에서 그렇게 쓰여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남자 주인공인 패롤랑의 연회에서 술에 취해 사랑을 고백한 릴리 에반스는 그만 목이 잘려버리고 말았다] 였나. 그녀도 그저 사랑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목이 잘려버린다니 기구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이 상황 또한 당혹스러운 건 마찬가지.

왜 이렇게 된 것이냐고 물으면... 나도 알 수 없다. 처음 이 게임을 접하게 된 것은 야근에 찌들어있던 나의 황금 같은 휴일. 단 하나뿐인 게임메이커인 친구가 출시 전 베타 테스트를 위해 한 번 해달라며 내민 USB를 받아든 것을 계기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공작가의 하나뿐인 금지옥엽, 제국의 절세미인, 수많은 예술가들의 뮤즈이자 제멋대로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아가씨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은 그녀를 중심으로 구성된 역하렘 게임인 이 [에반젤린의 꽃]은 엄청난 수위는 물론이고 기본의 성녀 같은 밝고 온유한 그런 마마 캐릭터가 아닌 어딘가 묘하게 뒤틀린 구석이 있는 에반젤린이라는 캐릭터의 서사와 공략 캐릭터인 남성 캐릭터들과 엑스트라 캐릭터들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 밤새 게임을 하며 처음 엔딩을 본 것은 집착 감금 엔딩이었다. - 하고 -한 장면들의 연속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친구의 정보에 의하면 수많은 루트와 엔딩이 있다는 말에 이끌린 나는 다같살 엔딩부터 도피, 진정한 사랑 등등 다양한 엔딩을 보기 위해 정신 없이 플레이를 하다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

"아가씨? 일어나실 시간이랍니다. 일어나세요."

누군가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와 이마에 닿은 미지근하면서도 말랑한 입술의 감촉에 눈을 뜨자 모르는 여자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메이드 복? 여긴 어디지? 해외? 뭐야? 납치? 그나저나 뽀뽀?'

그녀는 수수한 검은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그녀는 30살 초반처럼 보였다.

"어라? 자, 잠시만. 너 누구야...! 요?"

"아가씨? 저예요 엠마. 악몽을 꾸신 건가요? 괜찮으세요?"

걱정어린 눈으로 날 바라보던 그녀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반사작용처럼 그녀를 쳐냈다. 탁, 찰진 소리가 나며 그녀가 손을 감싸 쥐었다.

나는 영화나 소설에서만 보던 대사를 어색하게 내뱉었다.

"미, 미안... 해요. 내가 지금 기억이 없어서..."

"이름은 기억 나시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기억하세요?"

나는 침묵을 택했다.

"..."

나의 침묵에 그녀가 내 손을 잡아 왔다. 아니, 메이드라며! 메이드라며!!! 그렇게 막 잡아도 되는 거야?

"아가씨의 이름은 릴리 에반스. 에반스 자작가의 하나뿐인 외동딸이자 제 주인님이에요."

"그렇구나..."

"괜찮아요, 아가씨. 제가 아가씨를 지킬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정중하게 인사하며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엠마. 아가씨의 메이드랍니다. 언제든지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절 불러주세요."

'기억을 잃었다는데도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 거지? 게임적 허용 뭐 그런 건가?'

나를 껴안는 온기는 다정하고 따듯했으나 순간 내 눈앞에 상태창처럼 뜬 무언가의 표시는 위험하다는 듯 WARNING!!! 이라는 글자가 깜빡였다.

나는 자신을 엠마라고 소개하는 그녀의 품에 안겨 멍하니 깜빡이는 글자를 바라보았다.

'엠마, 정말 내가 널 믿어도 괜찮겠니?'

"응, 고마워 엠마."

인정했다. 그 말로만 듣던 게임 속에 빙의했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그녀가 말한 마녀가 누구인지를.

"아가씨, 배고프시지 않으세요?"

그녀의 말에 배고파진 사람처럼 허기진 기분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식사를... 준비해줄래?"

"알겠습니다, 아가씨.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응."

몇 번이나 나를 뒤돌아보는 그녀에 애써 시선을 주지 않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엠마는 그녀의 방을 나와 주방으로 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망할 마녀가 일을 그르쳤군..."

아까까지만해도 순한 양 같았던 그녀가 누구 하나 죽일 듯 사나운 눈을 했다가 다시 표정을 풀고 온화한 표정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주위를 둘러보며 방을 살펴보았다. 방문이 2개는 있었다. 창이 큰 것을 선호했는지 높이가 2m는 되어 보이는 창이 있었고 얇고 비치는 재질의 흰색 커튼이 달려있었다. 침대 옆엔 화장대가 놓여있었고, 방 중앙엔 사무용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건진 모르겠지만 책들과 서류, 그리고 만년필로 정신없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나는 먼저 침대 옆의 화장대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나는 아름답다는 말 정도로 아까울 정도로 미인이다. 치렁치렁한 은보라 빛의 머리, 갸름한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 윤기 도는 피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이런 외모가 어떻게 엑스트라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도대체 이 릴리 에반스라는 여자는 누굴까? 그리고 왜 이 여자에 빙의한 걸까. 설정도 뭣도 없는 엑스트라였기에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딘가에서 보면 무슨 정보가 다 떠오른다거나 유명하고 비중 있는 역할에 빙의하던데 나는 도대체 뭐지. 여기서 멋대로 사랑을 해보라는 건가?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넓은 창에 다가갔다. 오전과 낮 사이의 강한 햇빛에 손으로 그늘을 만들어내자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정원이 보였다. 시기는 봄이나 초여름 정도로 보였다. 시간의 흐름도 있는 것일까? 쓸데없는 생각이 들면서도 앞으로의 일이 막막해졌다.

"하... 이제 어떡하지."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트레이를 끌고 들어왔다. 향긋한 홍차와 프렌치토스트 그리고 샐러드. 나 샐러드 싫은데.

"어머, 아가씨. 왜 그러세요? 역시 샐러드는 빼는 게 좋았을까요?"

이 릴리 에반스도 자신과 똑같이 야채를 싫어하나 보다.

"응, 샐러드 싫어..."

"흐음... 이를 어쩐다. 우리 아가씨의 편식은 어쩔 수 없나 봐요."

"..."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자 엠마는 "아! 내 정신이야."라며 테이블에 식기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자, 아가씨. 그럼 물러가 있을게요. 필요하시면 설렁줄을 당겨주세요."

"응, 고마워..."

정성껏 차려진 식사에 스푼을 들어 양송이 수프를 한입 들이켰다. 지금껏 먹어본 수프 중 가장 맛있었다. 샐러드는 남겼지만 나머지는 다 비워 없앤 후 다시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먼저 문을 하나 여니 드레스 룸인 건지 화려한 파티복같이 생긴 드레스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이걸 다 한 번씩은 입어본 적이 있을까? 파티장에서 술을 마시고 그런 짓을 해 목이 잘린 것을 보면 어지간한 파티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파티에서 술에 취하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하다고 하던데 예의가 없는 편인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을 만큼 무신경한 편인 걸까. 이런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 액세서리 등을 보면 돈은 많은 것 같은데 말이다.

한미한 엑스트라인 자신? 아니 본래의 그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은 알아서 침대로 이동하고 있었다.

"일단은 좀 쉴까..."

풀썩 침대에 누우니 축적된 피로가 한 번에 덮쳐오면서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일어나면... 물어 봐야지.'

"후아아암..."

얼마나 잔 건지, 밖은 이제 온전한 밤이었다. 촛불도 없이 깜깜한 방 안은 고요 그 자체였다. 그렇게 잤는데도 아직 졸린 건지 반쯤 뜬 눈을 깜빡거렸다. 멍하니 달빛이 새어 들어와 방을 비추는 지점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다 그녀가 생각났다.

엠마.

로판 배경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엄청난 페널티가 아닐 수 없었다. 까딱 잘못하다간 집에만 있어도 목이 잘릴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말은 통하니 글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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