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전 망돌 출신이었던 현 서바이벌 출신 망돌 뉴지(Newsy)의 매니저 허태이. 뉴지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운전 중에 제일 신경 쓰던 멤버의 자살 소식을 접한다. 과거, 같은 팀원이 자살했던 게 떠올라 PTSD가 도져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8년 전인 19세, 데뷔 3년 차였던 때로 회귀한다. 마침 그때 망돌만이 도전할 수 있는 서바이벌 <망돌 소생 프로젝트 RE:VIVE!>가 열린다. 뉴지가 탄생한 바로 그 서바이벌이. 태이는 회귀 전과는 다르게 서바이벌에 출사표를 내민다. 자살했던 자신의 팀 멤버와 뉴지의 멤버와 데뷔해 망돌을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태이는 과연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번 기회를 통해 이룰 수 있을까?
“……지금까지, 뉴지였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소규모 극장 무대 위에서 네 명의 소녀가 눈물 젖은 얼굴로 관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공연장에 함성과 박수 소리가 퍼졌다. 자리 곳곳이 비어 있는 탓에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소녀들은 그마저도 좋은지 눈물범벅인 얼굴로 웃으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백스테이지 벽에 등을 기대 그 모습을 바라봤다.
뉴지(Newsy).
이 망돌의 팀명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20XX년 10월 13일. 장장 7년을 활동한 뉴지의 해체일이다.
물론 의문스러울 것이다.
망돌인데 콘서트를? 중도 해체를 안 했다고?
이건 전부 하나로 설명 가능하다. 뉴지는 서바이벌에서 데뷔한 아이돌이었으니까.
뉴지가 나온 서바이벌의 이름은 <RE:VIVE!>라는, ‘본격 망돌 소생 프로젝트’라는 부제목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다.
깊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망돌들을 모아 재데뷔시키는 것이 주목적인 서바이벌이다.
망돌 재데뷔라는 키워드 탓에 그 아이돌의 팬들, 간잽들이 다 모였었다.
덕분에 <RE;VIVE!>는 국내 TV, OTT 비드라마 쇼 부분 화제성 1위를 유지, 지상파 포함 10대·20대 전회차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엄청난 화제성을 누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데뷔 그룹인 뉴지에게도 그만한 이목이 쏠렸다.
여기까지 들었으면 알겠지만, 그렇다. 뉴지는 처음부터 망돌이 아니었다.
무려 데뷔 앨범 87만 장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그해 신인상을 휩쓴 라이징 스타였다.
조금만 더 활동했으면 1군 반열에 들었을, 그런 아이돌이었다.
‘……이것도 전부 다 옛날이지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뉴지는 1년 반을 조금 넘어가는 시기에 하락세를 맞았다.
속된 말이긴 하지만, 그냥 맞은 것보다는 처맞았다고 하는 쪽이 더 맞을 거다.
사생활 폭로가 끝도 없이 나왔으니까.
처음은 열애설이었다. 그것도 데뷔 6개월 차, 쌩 신인일 때 말이다.
멤버들 전원이 이미 데뷔를 한 중고 신인이었으니 그럴 수 있지 않나 싶지만, 문제는 이게 다섯 다리나 걸친 게 폭로됐다는 거다.
사과문으로 일단락이 되긴 했으나, 유명 신인 아이돌인지라 타격이 꽤 크긴 했다.
그래도 뉴지는 활동을 무난하게 이어 나갔다. 데뷔 때만큼의 성적은 못 이뤄냈지만 말이다.
그러다 활동 1년 반을 조금 넘어가던, 정규 1집을 발매한 시기에 박이 터졌다.
컴백한 음원이 대중픽으로 확 떠버린 거다. 이 상태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건 물론이고 1군 자리를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그때 뉴지 멤버 전원이 소속사와 조기 재계약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체 무슨 생각에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속사가 거하게 김칫국을 들이킨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건 소속사의 실수였다.
이때만을 기다린 듯 사생활 폭로가 터져 나왔으니까. 다섯 다리는 약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학교 폭력, 음주 운전, 갑질, 도박에 혼전 임신. 심지어는 마약 이슈까지.
나락을 갈 수밖에 없는 라인업이었다.
뉴지의 팀명은 ‘소식이 많은, 뉴스거리가 많은’이라는 뜻의 Newsy였다.
다시는 망돌이 되지 않겠다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뉴스거리가 됐다며 조롱이란 조롱은 다 받았다.
그렇게 여덟 명이던 뉴지는 계약 기간도 채 못 채우고 활동 2년 만에 반토막이 나 그대로 방치당해 망돌이 됐다.
망돌이 되지 않기 위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결과가 망돌이라니. 논란에 엮이지 않은 멤버들만 불쌍하게 됐다.
그래도 마지막 인사라도 한 게 어디인가. 서바이벌 출신 그룹이니 예의상 해 준 거겠지만.
다른 중소 회사 출신이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거다. 조기 해체나 했겠지.
‘……우리처럼.’
그때, 백스테이지로 멤버들이 내려왔다.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목에 걸고 있던 이름표가 뒤집혔다.
나는 이름표를 다시 똑바로 고쳤다. 이름 석자가 보였다.
[MANAGER 허태이]
……그래, 나는 지금 뉴지의 매니저다. 상념에 젖어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멤버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저희 이제 대관 시간 다 끝나서 퇴장해 볼게요!”
마지막 콘서트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끌고 나가서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빨리 자리를 빼 줘야 했으니까.
나는 멤버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으며 생각했다.
해체 기념 케이크라도 터트려 줘야겠다고.
***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동안의 피로가 다 쌓여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운전을 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케이크를 터트린 시간이 아홉 시 반쯤이었는데 벌써 새벽 한 시였다.
자정이 넘어갈 동안 뉴지 멤버들과 함께 있진 않았다. 한 삼십 분 정도 있다가 나갔나.
그런데 혼자 있으려니 기분이 조금…… 그런 거다.
뉴지의 7년을 함께한 것도 아니고, 겨우 마지막 2년만 함께했는데도 그랬다.
아마 상황이 같아서 그랬을 거다. 나도 한때는 아이돌이었으니까. 그것도 망돌.
아무튼 그래서, 같은 팀이었던 언니를 만났다. 언니도 나한테 연락했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다.
나는 백미러를 흘깃 봤다. 포토 키링 하나가 달랑거리고 있었다.
키링에는 멤버들과 해체 당일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다 탈퇴해서 세 명뿐이었지만.
나는 원래 키링을 볼 때마다 왼편은 의식적으로 쳐다보지 않는 편이었다.
그 얼굴에는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말이다. 불화라든가,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계속 시선이 갔다.
“……하.”
이름은 하인애. 리더였고, 나보다 두 살 많았다.
인애 언니는 해체 당일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자살로. 난 그걸 목격했고.
8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온다.
언니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게 아직도 의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인애 언니가 해체의 슬픔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고들 하지만, 글쎄.
해체 하루 전, 멤버들끼리 대화를 나눴었다. 해체 후 해 보고 싶은 것에 대해서.
인애 언니는 꽤 많은 걸 말했다. 자격증, 개인 카페, 여행……. 게다가 멤버들끼리의 여행 일정도 혼자 몰래 짜 왔었다.
그렇기에 의문이라는 거다. 이런 사람이 자살을 할 리가.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아무튼, 언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거다. 언니는 좀처럼 자기 속을 솔직하게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뉴지에도 인애 언니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따라 유독 언니 생각이 많이 난 거다.
‘……진가현.’
외모도, 성격도 비슷하지 않지만 공교롭게도 리더였다. 여기는 리더 자리를 물려받은 거긴 하지만.
또, 진가현 또한 자신의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았다. 데뷔 초에는 응석도 부리면서 자기 마음을 잘 말했던 것 같은데, 상황이 점차 안 좋아지면서 성격이 바뀐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진가현이 그렇게 신경 쓰였다. 언젠가 인애 언니와 같은 선택을 할까 봐.
그래서 답지 않게 조금…… 오지랖을 부렸다. 힘들면 연락하라고. 그리고 이제 뭐 할 건지도.
그래야 조금 안심될 것 같았다.
친밀하진 않았지만, 주변 사람이 사라지는 경험은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진가현은 데뷔 초 해외 로케 돌던 곳을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그걸 말하는 진가현의 눈은 반짝거렸고, 들떠 보였다.
그 덕분에 완전히는 아니지만 조금 안심했다.
그때,
띠리링, 띠리링.
전화가 울렸다.
[세주 언니]
나와 조금 전 만났던 다른 멤버인 세주 언니였다.
마침 빨간불이었기에 나는 초록색 버튼을 옆으로 넘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러자 초조한 듯한 세주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태이야, 허태이, 괜찮아?
2025.10.13 23:59
2025.10.13 06:15
2025.10.12 16:13
2025.09.2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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