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한국에서 읽던 웹소설에 빙의한 레온은 제국 변방의 고아로 환생했다. 금전을 소지하면 마력을 잃지만, 빈손일 때는 대마법사급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이상한 능력과 함께.
“야, 그따구로 눈 뜨지 말랬지.”
퍼억!
제국 변방의 마을.
다수의 아이가 한 명을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폭력의 현장에도 아무도 그들을 말리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숨을 푹 쉬며 오늘도냐는 표정을 지을 뿐.
“같은 거지 주제에, X발. 키도 작은 주제에 그렇게 내려다보지 말라고.”
퍼억!
탁한 금발에 선혈이 퍼져 나간다.
남들보다 유독 체격이 작고 빼빼마른 아이.
레온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맞으면서도 눈을 감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불쌍한 아이들.’
레온이 처음으로 맞았던 이유는 간단한 것이었다.
제국의 변방, 타국과의 경계선에 있는 마을이기에 전쟁 고아의 존재는 꽤 흔한 편이었다.
다만 거기서도 부모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천애 고아는 멸시받기에 딱 좋은 차별점이었다.
‘상관은 없지. 그건 이 세계에서뿐만이니까.’
다만 레온의 진짜 부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레온은 이 중세풍 세계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평범히 지내던 청년이었으니까.
빙의일까, 환생일까.
그 점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눈을 떴던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제국을 멸망시키는 검>.
평소라면 절대 읽지 않을 류의 그 소설을 읽은 것은 동생의 강요 탓이었다.
피폐의, 피폐에 의한, 피폐를 위한 소설이라는 베스트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평소 힐링물만 읽던 레온의 취향엔 더럽게 안 맞을 거란 걸.
‘하아…… 치킨값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했다.
제국을 지키던 소드마스터가 발광하여 지 손으로 제국을 멸망시키겠답시고 전쟁을 일으키는 내용.
거기다 주인공은 그 소드마스터를 저지하기 위한 용사였지만 그 또한 결말부에는 죽어버린다.
결국 소드마스터가 승리하는 개떡같은 결말 탓에 오히려 화제가 되었었던가.
그리고 레온이 빙의……혹은 환생한 이 마을은 그 시작점이 되는 장소였다.
‘어차피 곧 있으면 불타버려 사라질 마을이야.’
마수 척결의 나라.
제국이 표방하는, 마수라는 괴물을 완전히 배제한 나라가 처음으로 무너지는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이 오르타 마을이었다.
퍼억!
“퉤, 내일은 꼭 눈에 띄지 마라.”
‘눈에 안 띄면 어차피 찾아서 패러 올 거면서. 됐다. 그렇게라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야.’
그렇기에 레온은 괴롭힘에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는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었으니.
어쨌든 오늘의 괴롭힘도 끝난 모양이니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갈 때였다.
환생 특전 같은 건 없어서 정직하게 일해야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으니.
“얘야, 괜찮니?”
그때, 평소와는 달리 레온의 곁으로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니, 머리에서 피가…… 아이고! 가까이서 보니까 더 심하구나.”
마을에서 못 보던 얼굴이었다.
실눈에 가까웠던 노인의 눈은, 레온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자 휘둥그레 해졌다.
“이 정도는 교회에 가면 금방 낫습니다.”
“그래도 아프지 않니…….”
“팔이 부러진 건 아니잖아요?”
인식이 맞지 않는다.
레온의 대답에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
그래서 레온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조금 더 움직여보기로 했다.
오늘밤은 특별 수당이 나오는 날인지라, 쓸데없는 실랑이에 시간이 끌려선 안 됐다.
“뭐, 직접 보여드리죠.”
* * *
“호오오…….”
파아앗―!
레온의 머리에 맺혀 있던 핏물이 순식간에 상처 속으로 들어간다.
동시에 상처 또한 푸른 빛과 함께 아물었다.
“하아, 정말. 그 일만 아니었어도 이런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안 할 텐데.”
“하하하.”
곁에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노인의 시선에 레온 앞의 소녀가 눈을 찌푸린다.
“그렇게 웃지 말라니까요. 제 생각엔 당신의 그 기분 더러운 웃음소리만 아니었어도 괴롭힘은 진작에 멈췄을걸요.”
“웃는 것까지 뭐라 하는 건 너무하네.”
절로 신실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교회의 뒤뜰.
그곳에서도 누군가가 숨어들기 딱 좋은 창고 속에 세 사람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회복시키다니, 대단한 신성력이구나.”
“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수녀니까요.”
하얀 수녀복을 입은 푸른 머리의 소녀는 노인의 칭찬에 콧김을 내뿜으며 뿌듯해했다.
“아직 견습 수녀지만.”
퍽!
"흐흣, 굳이 쓸데없이 말을 왜 덧붙이실까."
다만 직후 걸려 온 레온의 딴지에 발로 그의 다리를 걷어차는 모습은 수녀답진 못한 행실이었다.
그에 레온은 노인의 눈치를 보았지만 노인은 여전히 흥미롭다는 얼굴로 소녀, 셀레나를 보고 있었다.
“이런 변방 마을에 그다지 기대하고 있진 않았는데…….”
“네?”
“아니, 아니란다.”
노인의 자그마한 중얼거림에 셀레나가 다시 물었지만, 대강 얼버무릴 뿐이었다.
“혹시 여기 어디 묵을 곳은 없니?”
“아, 괜찮으시다면 제가 아는 여관이 있는데 거기로 가시겠습니까?”
“당신, 그 말투도 문제에요. 기분 나쁘다니까요.”
아이치고는 심하게 공손한 말투.
셀레나의 지적에 레온은 설핏 웃어 보이기만 했다.
웹소설 속 캐릭터가 한국인의 말투를 지적하다니.
“좋군. 안내까지 부탁해도 될까?”
“그건 걱정 마세요. 이 사람 자기 일하는 데 매출 올리려고 하는 거니까요.”
셀레나의 비꼬는 투에도 레온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가시죠.”
* * *
여관은 변방의 마을치고는 청결한 편이었다.
“으윽, 추한 꼴을 보여 미안하구나.”
“아녜요. 애초에 그게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 얼굴을 보고서 겁에 질리지 않는 게 이상하죠.”
다만 여관 주인이 특별 수당을 내밀어서까지 레온을 쓰는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이 변방 마을까지 묵으러 오는 투숙객은 얼마 없었고, 그나마 찾아온 손님마저도 여관 주인의 얼굴을 보고서 도망치기 일쑤였으니.
주인의 부인이 죽고 나서는 레온 정도만이 여관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었다.
“진 빚은 갚지 않으면 성미에 안 차는 성격인지라.”
“빚이라니?”
“이 마을에서 절 챙겨주는 몇 안 되는 어른입니다.”
“아이고…….”
“그리고 어르신도요.”
“응?”
“혹시 여관에서 묵을 만큼의 비용은 있으십니까?”
2025.10.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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