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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게임 속 최약체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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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씨
15화무료 1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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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를 배경으로 하는 3인칭 액션 RPG, '언더그라운드'. 그 안의 NPC이자, 엑스트라이자, 최약체의 몸으로 빙의했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가상시대#서양풍#아포칼립스#게임#빙의#생존물#성장물#시스템/상태창#계략캐

 

 

배가 고파서 치킨을 시켰다.

 

배달을 기다리는 동안 신작 게임 ‘언더그라운드’에 접속했다.

 

가장 어려운 익스트림 난이도를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클리어했고, 타이밍 좋게 초인종이 울렸다.

 

-배달입니다!

 

치킨을 받기 위해 현관문을 열어젖힌 순간.

 

“어라…….”

 

세상이 까맣게 물들었다.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썅, 내 치킨은?

 

 

***

 

 

-툭, 툭.

 

“끄으윽…….”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꿈에서 막 깨기 시작한 것처럼 몽롱했다.

 

귀가 윙윙 울리는 가운데,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쯧, 버러지 같은 새끼. 명줄 하나는 질기다니까.”

“가자. 이쯤 팼으면 알아서 뒤지겠지.”

“……아니, 잠깐. 낯짝이 마음에 안 들어.”

 

뭐?

 

뻐억-!

 

“커헉!”

 

갑자기 복부를 걷어차였다.

 

격한 통증이 전신을 후려쳤다. 뇌가 찌릿했다.

 

이내 날 걷어찬 놈이 낄낄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끄윽, 커허어억…….”

 

갈비뼈 어딘가가 부러진 걸까.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았다.

 

양팔이 방망이로 마구 얻어맞은 듯 아팠다. 무릎 아래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왜 처맞고 쓰러져 있었는지. 대체 어디 있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카악…… 퉷.”

 

피가 섞인 가래를 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흐린 시야 너머, 황동 배관으로 얽힌 건물 외벽이 보였다.

 

녹슨 철과 곰팡내가 섞인 악취. 자욱한 스모그가 눈과 코를 찔렀다.

 

수십 마리의 쥐 떼가 무리 지어 내 옆을 지나갔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게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아무리 봐도 한국이 아닌 것 같았다.

 

왠지 스팀펑크 느낌이 나는 도시인데…….

 

‘잠깐만. 스팀펑크?’

 

그 단어가 떠오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붙들고 있던 게임. 언더그라운드의 세계관과 똑같았으니까.

 

“……에이, 설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쓰레기 더미가 뭉쳐 있는 곳까지 기어갔다.

 

떨리는 손으로 쓰레기통 옆의 깨진 유리판을 들어 올렸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상황이 아니길 빌었다.

 

작은 유리엔 금발의 사내아이가 비쳤다.

 

다 헝클어지고 기름때가 낀 머리. 피멍으로 가득한 얼굴. 불어 터진 눈과 입술.

 

내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좋지 않은 쪽으로.

 

“씨발, 아니지? 이거 꿈이지?”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금 통증이 몰려왔다.

 

꿈이라면 이렇게 아플 리가 없다며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아니, 왜, 왜…… 하필이면 왜?!”

 

내가 입을 열면 거울 속의 소년도 똑같이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첫 등장부터 죽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골목에 쓰러져 있는 NPC.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스쳐 지나갈 뿐인 엑스트라.

 

소위 세계관 최약체라고 불리는 놈.

 

-켈빈 클리블랜드.

 

깨진 유리에 비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언더그라운드에서 봤던 켈빈의 모습이었다.

 

 

***

 

 

‘언더그라운드’.

 

스팀펑크와 아포칼립스, 거대한 지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삼인칭 오픈월드 액션 RPG.

 

흥미로운 세계관 설정과 다양한 콘텐츠 덕분에 인기를 끄는 신작 게임이었다.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정리했다.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만약 언더그라운드 속 켈빈으로 빙의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

 

머리를 차갑게 식힌 덕분인지 답은 금방 나왔다.

 

첫째.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부상을 치료하는 것.

 

둘째.

가급적 빨리 무기로 쓸 만한 것을 구하는 것.

 

눈을 떴다. 바닥에서 일어나기 위해 벽을 짚었다.

 

“크윽…….”

 

앞이 잘 안 보이고, 팔과 다리도 말을 잘 안 듣긴 하지만…….

 

이 정도면 움직일 수 있다. 최악까지는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쓱 둘러봤다.

 

커다란 돔이 지하 도시의 하늘을 감싸고 있었다. 요란한 증기 기관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모든 게 전부 게임 그대로였다.

 

한마디로 내가 기억하는 지형지물과 맵 구성도 똑같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이 거리도 게임에서 수없이 지나쳤던 장소 중 하나라는 뜻.

 

랜드마크 같은 건물만 발견하면 현재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뻐근한 몸을 움직여 골목 바깥으로 향했다.

 

스모그 사이로 마천루 하나가 희미하게 보였다.

 

“저건…….”

 

눈을 가늘게 뜨고 건물을 자세히 살폈다.

 

날카로운 첨탑 구조. 건물 중앙의 큰 시계가 돋보이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

 

망망대해에서 등대를 찾은 기분이었다.

 

수십, 수백 번도 넘게 봐 왔던 익숙한 건축물이었으니까.

 

천공 마탑, 크라이슬러 타워.

 

저거 하나만으로 여기가 어딘지 정확히 파악했다.

 

‘……바벨 로크 제1구역. 역시나.’

 

흔히 말하는 슬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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