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_프롤로그
“어떻게 하루아침만에 배신자가 됩니까?!”
“나라고 뭘 알겠냐. 그냥 지시 내려왔으니까 잡는 거지.”
“하여간, 고생 해본 적 없는 놈들이 꼭 이래요.”
하소연을 하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소식을 듣고 황망해하는 경비병과 달리, 그의 사수는 별 생각 없어보였다.
“뭐, 천재라서 회사생활이 장난인 줄 아는가 보지.”
뒷골목에서 경비병들의 시답지 않은 대화가 이어졌다.
이들의 표적은 한해그룹의 전담 개발자이자 로봇공학자. “‘서이룸’. 이래서 전설이니 뭐니 다 소용없다.”
“네? 서이룸씨요?”
“그래, 그 재수없는…”
그때 담배 연기 사이로 불청객이 고개를 내밀었다.
“비키세요-!”
“…뭐야?!”
네비가 고장난 건 알았지만, 인간이랑 부딪히는 건 또다른 이야기다.
“죄송합니다! 제가 바빠서 이만.”
빠르게 경비원 사이를 지나 운송기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곧 고장날 것처럼 삐걱거리는 소음과 심박수가 시끄러웠다.
“찾아야해.”
오늘 회사의 기밀을 빼낸 배신자이자 착취당한 불쌍한 영혼.
‘로봇 혁신의 그룹은 개뿔.’
어젯밤까지만 해도 찬란했던 네온사인들이 전부 꺼져잇다. 운송기의 네비게이터도 박살나 시간을 알 수 없다.
황폐화된 거리는 로봇과 인간이 얽히고 부상자들로 넘쳐났다.
‘아니야….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야.’
망가진 정신을 부여잡고 그를 찾으러 애썼다. 하지만 악몽같은 기억들이 날 덮쳐왔다.
#1화
로봇공학의 혁신, 로봇공학자들의 꿈, 한해그룹. 그리고 한해그룹에서 조기취업한 천재 소녀.
비극은 뭣모른 꿈에서 비롯되었다.
“이룸씨, 오늘도 야근이에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의 주인공. 오늘도 그는 야근을 피하지 못했다.
“아…, 네.”
“뭐, 늘 그렇죠.”
할 수 있는 건 영혼 빠진 담백한 대답이었다.
“너무 무리하진 말아요, 진짜 걱정돼서 그래요.”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룸씨가 회사의 대체불가한 존재라 그런 거잖아요, 후후.”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건, 중요한 존재가 아닌 만능해결사라는 의미다.
“워낙 천재니까, 이번 메인 프로젝트도 전담 하셨다면서요.”
적당히 고갯짓을 했다.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일처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오지랖을 좀 부렸다. 후회하고 있지만.
“이룸씨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예요? 존경스럽다니깐요?!”
“아, 바쁘실텐데 죄송해요.”
“아니에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질문은 평생이고 들어왔다. 그리고 이유는 별 볼일 없다.
‘저는 로봇이 좋아요.’
‘로봇과 인간이 친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거에요.’
철없던 시절의 대답이 흘러갔다. 내가 만든 로봇들로 모두가 행복해질 줄 알았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끝도 없이 무례를 범하는 인간들, 시계를 보지 않고 보내는 하루들.
야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버틸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다들 잘 있었어?”
로봇들이었다.
창고에 불이 들어오고, 전류가 흐르자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순간을 최고로 좋아했다.
“내가 너희들 때문에 아직도 여기 남아있다.”
원래라면 더 오래 남아있을, 아니 평생을 몸 담굴 예정이었다.
그 얘기를 들어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
창고로 향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전등 스위치를 내리고 항상 숨던 자리에 몸을 숨겼다.
업무시간 외엔 로봇을 돌보는 것이 금지였다.
하지만 로봇들을 자주 만나기 위해 작은 비밀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걱정이야, 전류가 닿지 않는 곳에선 사용할 수 없으니.”
전류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공간, 그렇기에 아직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걱정마세요, 대표님. 대표님이 명령하신 대로 이미 조치를 끝내뒀습니다.”
“그래, 그럼 문제 없겠군.”
대표와 비서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은 창고에 불도 키지 않은 채, 은밀하고 잔혹한 계획을 나누기 시작했다.
“깡통들로 다른 깡통을 밀어버리는 거다.”
“서이룸, 그녀석 덕분에 수고를 많이 덜었어.”
“덕분에 훌륭한 병기들을 쓸 수 있게 됐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대표님의 눈은 틀리지 않으셨습니다.”
‘병기라니? 무슨 소리야.’
더욱 숨죽여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듣기로 했다. 병기를 만든 기억은 없다.
그런 명령을 받은 적은 더더욱 없다.
‘…설마.’
슬픈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 한해그룹은 내일밤, 메인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그리고 로봇을 이용해 인간을 척살한다.”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애써 닦으며, 그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이 나가자마자 바로 배신 프로트콜을 시행했다. 혹시 몰라 만들어둔 장치가 이렇게 쓰일 줄이야.
“집으로 가야해, 지금 당장.”
***
운송기의 마지막 전력까지 사용했다. 그렇지만 집까지는 거리가 꽤 남았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 마을들은 벌써부터 멸망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 집이 그 마을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쳐 나갔다. 마을과 점점 가까워졌다.
가까워질수록 인간과 로봇이 싸우는 소리, 로봇이 부서지는 소리, 부상자들의 비명소리가 선명해졌다.
‘우리 마을은 언제쯤 전력이 흐르는 마을이 될까?’
‘파트너, 너의 노력이 마을의 빛이 될 것이다.’
‘푸핫! 말을 잘해. 그래 내가 이곳도 전력으로 밀어줄게!’
회사에 남지않고 마을로 향한 이유가 선명했다.
로봇들은 하나같이 인간을 쏘라는 명령에 충실했다. 그렇다면 그녀석도.
집요하게 쫓아온 경비병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나를 총으로 쏠 예정이었다.
‘절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안될 거야.’
‘내가 누구한테 죽는 것까지 말이지.’
작은 빛이 반짝였다. 길을 착각하진 않았다. 그리고 빨간 빛을 뿜는 바보 깡통과 조우했다.
“로다!”
“… 파ㅌㅡ 너?”
“그래! 나다!”
내가 할 일은 하나 뿐이었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소리쳤다. 처절한 외침은 눈앞에 서있는 바보 깡통을 향한 것이었다.
“쏴!”
들려오는 대답이 없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이내 울음이 멘 비명을 질렀다.
“날 쏘라고! 멍청아!”
간절한 비명이 경비병들에겐 힌트가 됐다. 그들은 빠르게 날 찾아냈다.
“찾았다! 서이룸 찾았습니다.”
“서이룸, 넌 이제 독안에 든 쥐다!”
“젠장!”
좁혀진 거리가 눈에 훤했다. 마음이 급해질수록 간절함은 측정할 수 없이 커졌다.
“빨리! 날 쏴”
“로다!”
이녀석에게 날 죽여달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 지금에 와선 이것이 최선이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이 시야를 방해했다. 그래서 서늘한 총구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몰랐다.
“… ㅁ l 안.”
말을 끝나기도 전,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제 우리 사이에 사과는 필요없었다.
탕-.
까마득한 고요속에서 탄환이 발사됐다. 소음에 귀가 먹먹해졌지만, 철괴로 탄환이 파고드는 소리만큼은 청아했다.
한바탕 소란이 끝난 지금, 눈이 번쩍 떠졌다.
‘안돼’
로다의 탄환은 자신을 꿰뚫었다, 내가 아니라.
2025.10.14 16:18
2025.10.14 16:17
2025.10.14 16:14
2025.10.14 16:12
2025.09.2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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