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는 쓰레기통인 폐기공에는 악마가 산다.
책상 하나만 겨우 들어간 사무실.
파리만 날리던 사무실에서 조용한 진동음이 울렸다.
-우우웅!
사무실의 주인인 시온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010-XXXX-2243
시온이 모르는 번호. 적어도 자신을 괴롭히던 사채업자가 아님을 알아챘다.
“네, 퇴마 사무소 소장 김시온 아가토(Agatho)입니다.”
-아, 네. 혹시 지금 당장 와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만, 무슨 일이신가요?”
-저희 애가 뭔가에 씌인 거 같아서요.
뭔가 이상함을 직감한 시온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먼저 병원에 가보신 건 맞으신 거죠?”
-아뇨, 아직 안 갔습니다.
‘하, 염병. 또 이런 인간이군.’
시온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대화를 이어갔다.
“사모님, 저희한테 일을 맡기시려면 먼저 병원에 가보셔서 진단서를 떼 오셔야 합니다. 이런 식이면 곤란합니다.”
-아, 돈 더 주면 되잖아요. 겨우 몇 푼 더 든다고.
‘아프다 하면 병원부터 데려가, 여편네야.’
속으로 끓어오르는 말을 참아내며 시온은 말을 이어갔다.
“알겠습니다. 주소 불러주시면 이따가 뵙겠습니다.”
-네, 여기 주소가….
짧지만 굵었던 통보식 전화가 끝났다. 시온은 한숨을 쉬며 페트병에 든 물을 들이켰다.
술이 들어있었다면 좋았건만, 짠 소금물이 그의 목을 적셨다.
“후, 시발 인생.”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난 시온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신부들의 검은 옷. 수단.
영락없는 사제의 모습을 한 시온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
여자가 말한 주소는 사무실과 2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현관에 도착한 시온은 으리으리한 집에 자연스레 왜 자신에게 먼저 연락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보통은 병원부터 가보지 않나?’
제아무리 병원비가 많이 나가더라도 이름도 없는 신부가 세운 사무실보다 병원을 찾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시온이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켕기는 게 있거나.’
아니면 정말로 마지막 수단이었던가.
그럴 리가. 가볍게 조소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연락받고 온 김시온 신부입니다.”
-삐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문이 열렸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시온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확실히, 부른 이유가 있었군.’
화려한 집의 외관과는 별개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강한 음기가 느껴졌다.
시온은 품속에서 궐련을 꺼내 태우며 집을 향해 걸어갔다.
매캐한 담배 냄새가 시온의 폐로 들어갔다.
눈살을 찌푸리며 걷던 시온은 문 앞에 도달하자 미간의 주름이 한층 더 깊어졌다.
‘이게 뭐야…?’
동물의 사체. 개의 사체가 문 앞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입에 문 담배를 밟아 끈 후, 개의 사체를 확인하려 하자.
-덜컹
문이 열렸다.
문을 연 여자는 갑자기 들어온 담배 냄새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김 신부님 맞으신가요?”
갑작스레 열린 문에 시온은 잠시 얼어붙었으나, 이내 능청스럽게 자신을 소개했다.
“네, 김시온 신부입니다.”
“들어오세요.”
웃는 낯으로 집으로 들어서자, 이내 그대로 얼굴이 굳었다.
‘…어둡군.’
저녁이라 그런 것도 있을 테지만 평범한 가정집이라면 전등이라도 켜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은 전등은커녕 신발장의 센서등마저 작동하지 않았다.
‘전구를 뺐어.’
잠시 위를 올려다본 시온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어두운 곳에서 일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어둠에는 익숙했다.
여자가 입을 열었다.
“혼자 오셨나요?”
“네, 저희 사무소 인력이 저 하나라서요.”
“늦은 시간에 수고가 많으시네요.”
영혼 없는 말투.
전화하던 때와 영 다른 느낌이었다.
“물이라도 드세요.”
여자는 언제 떠왔는지 물컵에 물을 따라 시온에게 건넸다.
“됐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이 방은 어디 있나요?”
“저기요.”
여자의 손끝은 복도 끝 방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장 음기가 강한 곳임을 느낀 시온은 여자를 향해 성호를 그어주었다.
“성부(聖父)와 성자(聖者)과 성령(聖靈)의 이름으로.”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사제가 축복을 걸어주는 것이었지만.
-아아아악!
부마자에게는 예외였다.
이형의 목소리가 여자의 목에서 빠져나왔다.
‘역시.’
여자의 몸에서 악귀가 빠져나왔음을 느낀 시온은 발길을 돌려 복도 끝을 향해 걸었다.
발을 뗄 때마다 몸이 떨려왔다. 방 앞에 다다르자 음산한 기운이 덮쳐왔다.
“…….”
문고리를 돌리자 담배 냄새보다 더 역한 냄새가 안에서 풍겨왔다.
영혼이 썩는 냄새였다.
“역시, 침식당하기 시작했군.”
아이는 자는 듯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시온은 케이블타이로 남자아이의 손과 발을 묶었다.
“…누구, 세요?”
“…….”
“누가 이거 좀, 풀어주세요.”
아이의 목소리.
그러나 시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에 팔과 다리를 결박했다.
“엄마, 아빠…. 이 아저씨 누구야?”
축성 소금을 침대 주위에 감싸면서 결계를 형성했다.
“이거… 풀라고…!”
아이가 발악을 하자, 시온은 물병에 든 물을 마셨다.
성수였다.
남은 성수를 아이의 얼굴에 뿌리자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치이이익!
“아아아악!”
9
마지막으로, 붉은 영대를 착용한 시온이 아이의 눈을 가렸다.
“성부와 성령과 성자의 이름으로.”
그 순간.
시온의 몸이 줄 끊긴 인형처럼 쓰러졌다.
⁕⁕⁕
-죄송해요, 죄송해요! 방 안에 가만히 있을게요!
시온의 귀에 들려오는 울먹이는 목소리.
눈을 뜬 시온은 이곳이 그 남자아이의 심상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제대로 들어왔군.”
‘폐기공.’
누구나 살다 보면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나 추억이 있다.
그런 추한 것들을 버리는 쓰레기장이 바로 이곳이다.
‘그건 그렇고, 여긴 정말 최악이네.’
남자아이의 폐기공에는 부모에게 당한 신체적, 정서적 학대가 버려져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는 고작 해봐야 10살을 넘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폐기공에 버려진 기억에서는 5살에 모습을 한 아이 또한 버려져 있었다.
‘이러니 악마가 들어올 수밖에.’
쓰레기통을 비워야 벌레가 안 생기듯, 폐기공에 쌓인 안 좋은 기억을 버려야 한다.
‘버릴 시간도 없이, 또 다른 쓰레기가 들어오는데 벌레가 꼬일 수 밖에 없지.’
2025.09.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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