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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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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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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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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인 시안은 배우로 잠입하여 대한민국의 연예계 사람들을 죽인다. 어느 날 시안은 대기업 EJ그룹의 이사이자 후계자인 재언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현대#연예계물#첫사랑#걸크러시

 

시안은 큰 금빛 문을 지나 들어오며 연회장의 분위기를 읽었다.

 

장내는 런웨이 장을 방불케 하는 하우스 풍의 노래가 끊임없이 재생됐다. 고딕 양식을 모티브로 한 높은 천장은 올려보고 있으면 아플 정도로 눈부신 샹들리에가 몇 개씩이나 매달려있었다.

 

“야 오시안이야.”

“오시안이 왜 이런 데를 와?”

“난들 아냐, 이재언이랑 뭐 있나 보지.”

 

데뷔와 동시에 신인상 확정, 2년 만에 여우주연상 수상을 하며 안방을 사로잡은 시안은 데뷔 이래 인기 배우상을 놓친 적이 없었다.

 

함께 연기를 했던 사람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어 미디어로만 접했던 시안이 모습을 드러내자, 웅성거리며 장내가 시장통처럼 울렸다.

 

새빨간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채 긴 다리를 뻗으며 고고하게 걷는 시안의 모습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눈길을 끌었다.

 

“옆에 주의찬이야?”

“그 블루엑스? 둘이 사귀어?”

“에이-, 오시안 급에?”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시안의 옆에는 비교적 캐주얼한 정장을 입은 의찬이 있었다.

 

연하남 컨셉으로 멜빵에 동물 꼬리를 달고 데뷔한 아이돌 블루엑스. 2년 차 아이돌로서 성장 주가를 달리고 있는 인물이었다.

 

두 사람이 같이 연회장에 들어왔으니, 기자가 있었다면 특종이라며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게 뻔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연예 소식에 큰 관심 없는 시안도 아는 유명 인사들이 대다수였다.

 

연예인뿐이 아닌 정·재계 인사들도 여럿 보였다. 그 정치인 옆에서는 자존심이라고는 없는 듯한 사람들이 옆에 붙어 아양을 떨었다.

 

“누나.”

“어?”

 

시안의 어깨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린 의찬이 자신과 같은 기획사의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가리켰다.

 

“나 쩌-기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꼭 불러.”

“너한테 도움받을 정도는 나 혼자도 해결할 수 있어.”

“그러지말구, 소장님이 누나 옆에 딱 붙어있으라고 했단 말이야. 응?”

“알겠어. 문자 할게.”

“응응!”

 

긍정적인 말을 들은 의찬은 고개를 거세게 끄덕이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저렇게 해맑은 애가 사람은 어떻게 죽이나 몰라.’

 

의찬에게 시선을 거둔 시안은 허벅지에 고정해 둔 칼 두 자루의 차가움을 느꼈다. 이 칼이 재언의 동맥을 가르는 상상을 하며.

 

‘돈도 시간도 많으신 분이 무슨 짓을 했길래 살인 청부에 당첨되셨나.’

 

재언은 EJ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얼마 전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해 이사 자리를 꿰찬 인물이었다.

 

이런 이유로 재언이 시안의 뇌리에 빼지도 못하도록 박혀있는 것은 아니었다.

 

재언은 시안의 첫사랑이었다.

 

어깨는 굽고 두꺼운 안경에 잡아먹힌 얼굴을 별 볼 일 없었지만, 냉장고만 한 큰 키에 핏줄이 툭툭 튀어나와 잡기 좋은 손이 시안이 좋아하는 재언의 포인트였다.

 

점심시간만 되면 사탕을 물고 사람 드문 창고에 가 재언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누워있는 게 시안의 낙이었다.

 

그 날따라 자신의 눈치를 많이 보는 재언이 답답했던 시안이 운을 뗐다.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이, 있어.”

“그럼 해. 사고 친 똥개처럼 있지 말고.”

 

재언은 콧대를 타고 내려온 동그란 안경을 미간 끝까지 올리며 입을 달싹대며 머뭇댔다.

 

시안은 이런 재언의 답답하고 찐따 같은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하며 입안에서 자두 맛 사탕을 굴렸다.

 

“셋 셀 때까지 말해. 아니면 나가버릴 거니까.”

“마, 마음의 준비를,”

“하나.”

“아니,”

“둘.”

“후우….”

 

깊은 심호흡을 한 재언이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세-,”

“우리 헤어지자!”

“엣, 뭐?”

 

재언의 허벅지에서 벌떡 일어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하는 시안에 재언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안과 눈을 맞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헤어지자….”

“다시 말해달라는 뜻 아니었거든! 너 진심이야? 아니, 왜?”

“시안아, 나 유학 가.”

“언제? 그전에 넌 그딴 걸 이유로 헤어지자고 해? 유학 간다고 하면 내가 옳다구나 헤어지겠다고 할 줄 알았니?”

 

시안이 쏟아내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재언이 교복 바지에 손을 쓱쓱 문지르며 답했다.

 

“그 시안아, 말이 너무 빨라서 그러는데 천천히 다시 말해줄래?”

“하아….”

 

시안은 무해하게 안경에 갇힌 눈을 꿈뻑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재언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이게 멍청한 거야, 순수한 거야.“

 

”…언제? 유학 언제 가는데?“

”내일….“

”내일?! 나랑 헤어지는 이유는 뭔데?“

”그건….“

”그건? 아냐 됐어. 너 말하지 마.“

 

재언의 입을 막은 시안이 입술을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위를 올려다봤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먼지 낀 컨테이너의 천장이 숨을 턱 막히게 했다.

 

”시안아, 울어?“

”눈치 없게 묻지 마. 너 나랑 헤어질 생각 사라지면 연락해.“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넘쳐버린 눈물을 뒤돌아 훔치며 체육창고를 나섰다. 동시에 시안은 후회했다.

 

’아, 내일 간다는데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봐둘걸.‘

 

재언에게는 내일이 저물고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은커녕 문자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 화면을 보며 재언을 떠올리는 것도 몇 달, 시안은 칼을 잡으며 재언을 잊었다.

 

과거를 떠올리던 시안은 악몽을 털어내듯 고개를 휘저었다.

 

”샴페인 드시겠습니까?“

 

장내를 도는 웨이터가 건넨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시안을 돌아보게 했다.

 

“시안아!”

“대표님.”

 

시안이 온 것을 알아챈 기획사 대표의 목소리였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목청을 죽이지 않은 탓에 몰렸던 시선이 배가 되는 듯했다.

 

시안은 짧게 아는 체를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와 동시에 대표 주변의 인물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시안아, EJ그룹 이사님이셔.“

”알죠-, 이재언 이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아, 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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