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뀨르?" 작고 귀여운 도마뱀의 모습으로
‘갑갑해.’
어둡고 답답하다.
처음 의식이 있은 뒤로 느낀 첫 번째 감각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웅크린 채 누군가 뒤에서 꽉 껴안는 듯한 답답함.
‘그런데 따뜻하고 포근해.’
이것이 내가 느낀 두 번째 감각이었다.
마치 여름날 에어컨을 튼 방 안에서 이불을 돌돌 말고 있는 듯한 감각.
이대로 영원히 뒹굴거리고 싶다는 유혹이 물씬 느껴지는 안락함과 편안함.
서로 상충되는 정반대의 감각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냐고 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되더라.
지금 당장 내가 그 산 증인이니 말이다.
아무튼.
계속 이렇게 갑갑하게 있을 수는 없으니 조금이나마 움직여 보려고 버둥거렸다.
‘끄응. 끙.’
필사적인 버둥거림.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아니, 마치 몸에 맞추어 함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직 ‘부위 - 몸체’가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응?’
머릿속을 통해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스피커를 통해 안내방송을 전하는 것처럼.
그나저나. 부위가 생성되지 않았다니….
영문을 모르는 소리라 무시하고 계속 움직였다.
물론 헛수고였다.
나를 감싸는 무언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다시금 포근함과 따뜻함이 정신을 노곤하게 한다.
그렇게 정신이 멀어져 가는 느낌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으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엄습하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나를 감싸안았다.
‘허어억…!’
그렇기에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몸을 흔들었다.
[개체 - ■■■가 운명에 저항합니다.]
[세계를 깨고 나오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경험치를 습득합니다.]
연속으로 들려오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더욱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었다.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경험치를 습득합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부위 - 몸체를 생성합니다]
[시력을 획득합니다]
[청력을 획득합니다]
[개체 ‘■■■’이 → ‘네일 리자드’로 진화합니다]
그런 알림과 함께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눈 앞에 환한 빛이 화아악 하고 다가왔다.
‘윽, 눈이…!!’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더니,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묶고 있던 느낌이 사라졌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딫혔다.
‘으으. 머리야.’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마치 허리가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목도, 팔도 다리까지.
어딘가 내 몸이 아닌 기분이 들었다.
시야도 평소보다 낮은 느낌이고.
“뀨르르?”
이제는 목소리도 이상하네.
‘하아.’
설마, 아닐거야. 하는 마음이 반. 자포자기 하는 마음이 반으로 손을 내려다 봤다.
얇은 팔에 돋은 작은 돌기.
곳곳에 박힌 거대한 검은 점들.
“…….”
뒤를 돌아봤다.
길게 늘어진 매끈한 몸.
자아를 가진 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꼬리까지.
내가 기억하기로 이렇게 생긴 생물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나, 도마뱀으로 환생한 것 같다.
‘그러고보니 아까 들린 소리도 무슨 리자드라 했었지.’
머릿속에 직접 들려오는 듯한 신기한 감각.
아마. 웹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시스템이 아닐까.
[성공적으로 진화를 완료하였습니다.]
맞네. 시스템.
이제는 대놓고 나 시스템이요. 하고 눈 앞에 나타났다.
눈 앞에 떠오른 푸른 창을 잠시 응시하다가 시선을 피했다.
내 머리보다 조금 높게 떠 있던 탓에 고개가 아팠다.
시스템은 내가 시선을 피하니 곧 점멸하듯 사라졌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일단 원래 살던 세계는 아닌 것 같았다.
도마뱀의 몸이 익숙치는 않았지만 주변에 딱히 위협적인 것도 없어 보이고.
조금 몸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팔다리가 가벼웠다.
조금 빠르게 움직여도 숨이 차지 않길래 아에 달리기로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워낙 작은 도마뱀이라 움직인 거리는 그리 멀지 않겠지만. 다행히 근처에 작은 강이 있었다.
잠시 목을 축일 겸 강가로 달려갔다.
수면에 비친 모습을 둘러봤다.
‘역시, 도마뱀이네.’
물에 비친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신기한 점이라면 머리에 작은 뿔이 나 있단 것 정도.
‘뿔도마뱀의 한 종류인가?’
문득, 한 생각이 번뜩이며 지나갔다.
보통 웹소설 같은 곳에서는 정보들이 시스템창 안에 써 있던데.
잠시 고민하다가 속으로 외쳤다.
‘시스템창!’
다행히 내 생각이 맞았는지 아까 봤던 반투명한 푸른 창이 눈 앞에 나타났다.
단순히 문자만 출력했던 아까와는 다르게 시스템창에는 스테이터스와 스킬을 포함한 내 정보가 적혀 있었다.
평균 수치는 약 4에서 5정도.
‘약해.’
모습이 모습이다보니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기대 이하다.
‘그래도 환생 특전으로 뭐라도 있나 했는데.’
고민해 봐야 뭐하겠나.
기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 살 건가 궁리해야지.
“개굴.”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도 확인해야 하고.
또, 당장 생존에 필요한 거점이나 먹이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말이지.
“개굴.”
눈 앞에는 거대한 개구리가 볼을 부풀리며 앉아 있었다.
넌 뮈야.
“뀨르.”
청록색의 몸에 빨간 줄무늬.
매끈한 피부는 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크기는 일반 개구리의 다섯 배에서 일곱배 정도.
작은 도마뱀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개구리는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건지. 가만히 서 있긴 해도 딱히 반응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저 덩치랑 싸우는 건 무리였다.
‘볼 일이 없다면 지나가는 걸로….’
최대한 조심히 개구리의 옆을 지나갔다.
-지글지글.
그리고 그 때였다.
개구리의 등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끈하게 반짝거리던 등이 점차 회색으로 변했다.
2025.10.0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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