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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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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뭄미
7화무료 7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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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베타인 선우는 운명에 관한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그 때문에 연애를 안 한지도 벌써 4년. 하지만 굴하지 않고 보건 교사로서 성실히 살아가던 선우는 우연히 고교 동창인 태언과 재회하고 그로부터 운명의 상대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공모전 참여작#BL#현대#오메가버스#친구>연인#짝사랑공#미남공#다정수#미인수

#1

 

탁!

 

“후우….”

 

계절별로 가지런히 정리한 옷이 담긴 서랍을 닫으며 피로가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삿짐을 풀기 시작한 지 반나절,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짐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여기서 더 많았다면 하루로는 끝나지 않았을 터였다.

이번만큼은 자신이 물욕이 없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잠시 쉴 겸 침대 매트리스에 걸터앉아 방을 살폈다.

혼자 살기에 딱 적당한 크기의 원룸은 우려와는 달리 아직까진 불편한 점을 찾지 못했다.

 

‘집주인 아저씨도 좋은 분 같아 보였고.’

 

다소 급한 계약이었음에도 친절하게 대응해 준 집주인은 이사를 온 오늘, 이른 아침임에도 직접 인사를 하러 와주었다.

그전 살던 집의 집주인은 인사는커녕 얼굴도 몰라서 그런가 이런 사소한 친절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사를 왔으니까 뭐라도 돌려야 하나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리는 것도 잠시.

침대에서 일어나 급하게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잊을 게 따로 있지.”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에코백을 뒤져 액자 하나를 꺼냈다.

혹시라도 떨어트릴까 소중히 안으며 침실로 돌아온 뒤, 침대 옆 협탁에 액자를 올렸다.

한눈에 봐도 낡은 사진에 찍혀있는 건 어린 소년과 인자한 인상의 노인.

어린 나와 나의 친할머니다.

사진을 보니 할머니와 살던 이 동네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나 진짜 돌아왔구나.’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가 언제더라.

한 달 전쯤인가?

적어도 달에 한 번은 보러 갔었으니 이번 주말에 가야겠다.

그렇게 액자를 바라보며 할머니와의 추억에 잠기고 얼마나 지났을까.

 

삐리릭! 삐리릭!

 

방 안을 울리는 익숙한 벨소리에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누구지. 전화 올 때가 없는데.

 

“아!”

 

액정에 뜬 이름에 놀란 것도 잠시,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

 

딸랑딸랑!

 

“어서 오세요!”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온 뒤 약속 상대를 찾으려 한 그때.

 

“연선우! 여기여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곧바로 쳐다봤다.

가게 안쪽 테이블에 앉아 손을 흔들고 있는 남자.

나의 20년 지기 친구 강호영이다.

 

“호영아!”

 

내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며 외치자 피식거리는 웃음이 돌아왔다.

 

“야 너무 반가워하는 거 아니냐? 아까 통화도 했잖아.”

“그거랑 직접 만나는 건 다르지!”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한 나와 가업을 잇는 걸 택한 호영이.

완전히 진로가 갈라졌기에 만나려 해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마지막에 만난 게 할머니 장례식 때니까 4년 전인가?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반가워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기에 말로는 툴툴거리긴 하지만 그도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채 숨기지 못했다.

물론 본인은 전혀 모르는 눈치지만.

다가간 테이블 위에는 이미 맥주와 안주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뭘 이렇게 많이 시켰어?”

“내가 사는 거니까 넌 잔말 말고 먹기나 해.”

“응.”

 

이게 7년 차 사회인의 권력인가?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응? 그런데 자세히 보니….

 

“너, 너희 아버지랑 너무 닮아가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며칠 전에 한 소리 들었다. 남편이 둘이 된 것 같아 징그럽다고.”

“크흡!”

 

자동으로 상상되는 풍경에 결국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호영은 그런 나를 말 없이 바라보더니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크흠. 헛기침했다.

 

“이 얘긴 됐고, 어쨌든 보건교사 된 거 축하한다. …너 엄청 노력했잖아.”

 

말이 끝나자 부끄러움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맥주를 향해 손이 다급히 뻗어졌다.

갑작스러운 축하의 말에 순간 말을 잃었지만 바로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다.

 

“응, 고마워.”

“게다가 우리가 졸업한 다온 고등학교라며? 무슨 이런 우연이 다 있냐.”

“그러게. 나도 알고 깜짝 놀랐어.”

 

보고도 믿기지 않아서 홈페이지를 1시간 동안 새로고침을 했었지.

 

“그러는 그쪽은 어때? 정비소 일은 잘 돼가?”

“글쎄다, 7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혼나. 역시 재능이 없나 봐.”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볼까.

그리 말하고는 맥주를 마시는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래? 넌 알파니까 무슨 일이든 척척 잘 해낼 줄 알았는데.”

“너 그거 편견이야. 알파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라고.”

 

그 말을 듣고 이제껏 만나본 알파들을 떠올리려다가 그만뒀다.

베타인 내가 알파 두세 명 만나본 것 같고 뭘 알겠어.

 

이 세상에는 생물학적 성별 외에도 제2의 성별이 존재한다.

알파와 오메가로 나뉘는 형질자와 베타.

알파는 뛰어난 두뇌와 체격.

오메가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페로몬이라는 향을 가지고 있고 각각 러트와 히트라는 발정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내가 속한 베타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인간.

페로몬도 없고 맡을 수도 없다.

 

“하…. 나도 우성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꿈이 너무 큰 거 아니야?”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

이들은 형질자 중에서도 특히 더 특출난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다.

형질자 100명 중 1명꼴로 있는 매우 희귀한 존재이며, 나도 실제로 만나본 건 1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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