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1
20xx년 11월 23일
거리마다 당연하게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트리는 보이지 않았다.
거리는 삭막하고, 사람들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다.
웃음도, 분노도, 슬픔도, 사랑도 어떤 흔적도 없이, 도시는 말 그대로 고요했다.
모든 게 기계처럼 규칙적으로 흘러갈 뿐이었다.
유연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음을 멈췄다. 문득 동생 유하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언제였지, 네가 마지막으로 웃은 게.’
1년 전, 감정이 활발했던 누군가의 감정이 순식간에 꺼져가는 장면을 아직도 유연은 잊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여느 때처럼 유하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날은 유달리 유하의 뒷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귀엽게 몸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유하를 불렀고,
”유하야, 언니 왔어.“
”.. 언니 나 이상해 웃는 데 힘이 들어가..“
그 말을 끝으로, 유하는 웃음을 잃었다.
이유도 짐작할 수 없었다. 믿어지지도 않았다. 늘 해맑게 웃던 얼굴은 사라지고, 눈앞에는 순식간에 유하의 웃음이 꺼져갔다.
유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직된 채, 눈동자만 바삐 움직였다.
온기라고는 보이지 않는,
희망이 사라진 눈동자.
움직임조차 무겁게 내려앉았다.
유하에게서 느껴지는 것이라 믿을 수 없었다.
유하의 눈동자가 꺼지는 순간, 유영의 옆에는
‘툭.‘
카드 한 장이 떨어졌다.
”하트 5”
’갑자기 웬 카드지..?‘
주변을 둘러보니 창문이 열려있었다. 바람에 날려 카드가 우연히 때 맞춰 들어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유연은 잠에 들어 색색거리는 유하를 바라보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유하를 품에 앉고 하트 5 카드를 꽉 쥐었다.
그 이후로,
왜인지 세상도 희미하게 밝기가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출근길에 저 멀리 뛰고 있는 누군가의 문을 잡아주는 호의가, 부딪혔을 때 돌아오는 사과가 줄어든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더 이상 유하의 웃음을 볼 수 없었지만, 유연은 그럴수록 밝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유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렇게 웃으면 더 이상하지 않아? 언니는 어떤 게 그렇게 즐거운 거야.”
답답함과 화가 섞인 시선, 톡 쏘는 말투. 이전과 너무나 다른 유하의 모습이 겹겹이 쌓일수록 유연의 감정도 점차 메말라갔다.
대화가 줄어가는 집 안 공기는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유하의 분노가 잦아지는 만큼, 유연의 웃음도 잦아들었다.
그 삶이 오래 지속되었고, 유연도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었다.
그래도 곧 크리스마스니까, 유연은 미리 유하의 선물을 샀다.
늘 유하는 거실 한쪽에 앉아 있었다.
유연은 당장은 줄 수 없을 테니, 방으로 재빨리 들어가려는 찰나,
유하의 시선이 밖에서 사온 선물에 꽃혔다.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미간이 보였다.
“..하, 짜증 나.”
그 순간, 바닥에
’툭.‘
또 카드 한 장이 떨어졌다.
’스페이드 7‘
‘이, 이게 뭐야.. 왜 자꾸 유하에게서 카드가 떨어지는 거야..?’
‘설마.. 감정이 카드에 갇힌 거야? 이게 말이.. 돼?’
처음 카드를 보았을 땐,
그저 창문에서 날아온 거라 생각했다. 우연히 날아온 거라고. 그런데 유연의 앞으로 또 하나의 카드가 나타났다.
유연은 심란함에 자주 가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분한 거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 평소처럼 좁은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손님은 드문데, 용케 사라지지 않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유일한 우리 손님 오셨네-.”
“네. 오늘도 저뿐이네요.”
자연스럽게 바 자리에 올라앉아 늘 먹는 메뉴를 시켰다.
사장은 절제된 친절한 미소를 보이고는 커튼을 걷으며 창고로 들어갔다.
사장과는 참 가까운가, 하다가도 이런 절제된 친절함에 늘 거리감을 느꼈다.
유연은 답지 않은 불안함이 몰아치려는 게 느껴져 처음으로 카페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둘러보던 중,
카페의 데스크 위에 방금 전 집에서 본 카드가 올려져 있었다.
‘하트 11’
‘이건.. 유하에게서 나온 카드랑 같잖아. 이게 왜 여기에..?‘
유연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뭐지? 근데, 그날의 카드는 5 하트였던 거 같은데.. 스페이드면 몰라도 하트는 책장에 꽃혀있을 텐데..?’
“따뜻한 유자차, 준비해 드릴게요.”
음료를 내 온 사장을 빤히 바라보다, 말이 정제되지 못하고 순간 툭 튀어나왔다.
“이건.. 뭐예요? 왜 당신에게..”
사장은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 유연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고요히 바라보았다.
유연도 침묵 속에서 사장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사장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면서.
기다리는 여백의 틈이 오싹해서 방금 나온 따뜻한 유자차까지 차갑게 식혀버리는 듯했다.
2025.09.2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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