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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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혁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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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가 자신이 죽인 천재 마법사로 빙의하게 된다.

공모전 참여작

나에게 남아있는 과거의 기억이 얼마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암살자였기에 오로지 임무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딱히 불만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과거의 기억은 나에게 있어서 족쇄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의 귓가에 하나의 단어가 맴돌기 시작했다.

 

“살려줘.”

 

처음에는 그저 환청인가 싶었다.

하지만 점점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그 목소리들은 더욱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들이 점점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원래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목소리 때문에 최근 들어 더욱 잠에 들지 못했다.

 

그렇게 홀로 임무에 복귀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기척에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한 것이냐?”

 

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벨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암살자한테 잡생각은 걸림돌일 뿐이다.”

“나도 잘 안다. 그러니 신경 끄도록.”

 

여전히 냉소한 내 태도에 벨은 뒤를 돌아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아 그리고 황제께서 너를 찾는다. 빠르게 환복하고 바로 황실로 가라.”

 

벨은 전언을 남긴 채 문을 닫고 나갔다.

 

“황실이라….”

 

암살자로 살아온 덕분인가.

불길한 예감은 잘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암살자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황실로 향했다.

 

암살자는 그저 명령을 따르는 존재.

 

그것이 설령 내 목숨이 걸려있더라도 우리는 황제의 말을 따라야 한다.

 

내가 문 앞에 도착하자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늘 밝게 빛나고 있던 황실이 이번에는 그 어떠한 빛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가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베일.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내 말이 공명이 되어 방 전체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내 말을 끝으로 그 어떠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내 말이 공명해 반복해서 들릴 뿐이었다.

 

슈숙

 

그러다 무언가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나는 재빨리 단검을 꺼내 들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비도를 단검으로 쳐냈다.

 

‘저 비도는?’

 

순식간에 살기가 더욱 늘어나자 나는 빠르게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최소 10명이 넘는 숫자군.’

 

대충 적들의 숫자와 위치를 파악했다.

 

나는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목소리들을 애써 무시한 채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숫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몇몇은 기척을 잘 숨기고 있어 생각보다 까다로운 전투가 될 것 같았다.

 

‘일단 저 둘부터 처리한다.’

 

 

순식간에 천장에 숨어 있던 둘의 목을 잘랐다.

 

떨어진 얼굴이 어디선가 익숙해 보였다.

 

“벨과 로엘?”

 

동료였던 둘의 얼굴을 보자 몸이 굳었다.

 

“지금이다.”

 

그러자 연기처럼 사라진 그들의 시체를 뒤로한 채로 5명이 내 앞뒤로 나타났다.

“역시 너희들이었군.”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임무를 함께 했던 동료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희도 임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벨의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를 감정이 올라왔다.

 

“황제께서 직접 내리신 것이냐?”

 

하지만 나의 물음에 그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군. 그럼 어서 덤벼라. 쉽게 죽어주진 않을 것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를 둘러싼 대부분이 나를 향해 도약했다.

나는 단전에서부터 천천히 힘을 끌어올렸다.

붉은 기운이 내 몸을 감싸자 몇몇은 눈치를 채고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늦었다.”

 

붉은 실이 이 방을 가득 채우더니 나에게 달려들었던 이들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역시 최강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게 아니군요.”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이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덤벼라. 너희들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간다.”

 

그러자 멀리서 지켜보던 셋이 죽은 이들과 비교도 안 될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들의 몸 주위에도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러가 많이 짙어졌구나.”

 

나는 나에게 달려온 이들을 보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왜 미소를 지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그 목소리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죽였던 이들의 목소리.

나는 어쩌면 죽어서도 벌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마음은 편했다.

이제 더 이상 누군가 죽어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로브를 쓴 이들이 내 배에 칼을 깊숙이 찔러넣었다.

 

“이젠 편히 잠드시길.”

 

나지막에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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