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 솔베리온, 마도공학과 전쟁에 미친 네메시아의 침략에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포로로 끌려 가게 된 시릴은 원수와도 같은 네메시아의 분대장 라이넬의 집에서 감시를 받으며 지내게 되는데...
#0_프롤로그
평소보다 유독 하늘이 맑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밖으로 나와 놀며 한참 웃음꽃을 피워낸다.
광장으로 놀러 나온 아이들이 손을 마주 잡고 돌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작은 새를 쫓던 한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엄마! 별님이 찾아왔어요!”
대낮에 별이라니. 뜬금없는 아이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기도 전 하늘이 번쩍였다.
펑, 퍼버벙.
연속적인 폭발음과 함께 하늘에서 포탄들이 갈래갈래 나뉘며 추락한다.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
으앙. 엄마. 엄마.
웃음소리 가득했던 광장은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로 울려 퍼졌다.
마냥 평화로웠던 솔베리온은 지금 불타고 있다.
“도대체, 왜…”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솔베리온은 신의 축복을 받아 안전하다는 이유로 평화주의를 외쳐댔다.
때문에 군대는 커녕, 전쟁 대비조차 해 두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리 한 번에 뚫리다니…”
하늘의 먼지가 정리되고 포탄의 열기가 가시도 잠시.
무장군인들이 들이닥치고, 신관과 귀족들을 잡아다가 포로로 삼았다.
“네메시아 제국으로 이송 후 황제 폐하의 명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솔베리온의 귀족 여러분께서 현명하신 판단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통보식으로 말하고 떠나는 군인을 뒤로하고 중얼거렸다.
“귀족은 얼어 죽을, 포로면 포로지.”
뿌리 깊은 귀족 가문의 장남이라는 이유로 포로 중 제일 대우가 좋다니.
이걸 잘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럼 뭐해, 잡히면 장땡인데.
반쯤 포기한 상태로 허공을 응시했다.
하얀색?
뜬금없는 하얀색 물체의 등장에 미간을 찌푸렸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네메시아의 군인, 라이넬 모렌… 여기서 볼 줄이야.
최연소 분대장 타이틀을 달고 네메시아에서 촉망받는 자가 라이넬 모렌이다.
그런 사람을 보냈다는 것은 노리는 게 많았던 전쟁이라는 뜻인데…
라이넬은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가 주위 군인에게 손짓하자, 군인들은 솔베리온 이곳저곳을 수색했다.
하루아침에 황무지가 된 고향, 솔베리온. 그 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였다.
라이넬이 검은색의 동그란 털 뭉치를 손에 들고 터벅터벅 다가온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발은 노을을 잔뜩 머금어 금빛으로 빛난다.
대비되는 새빨간 눈은, 감정 한 올조차 보이지 않아 입을 마르게 했다.
“…라릴?”
설마 싶었다. 아니어야 했다. 하지만 점차 다가올수록 확실해졌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동그란 털 뭉치의 정체는 몸이 없는 누군가의 머리였다.
머리통을 하나하나 뜯어 볼수록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솔베리온에서는 유일무이한 검은 머리카락에, 이마에 그려진 특이한 문양.
아까 전부터 보이지 않던 동생 라릴의 것이었다.
찰랑거리던 검은색의 긴 머리칼은 단발이 되어있고, 곱던 얼굴은 피떡이 되어 이목구비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름을 불러보아도 입은 움직이지 않고, 마치 곤히 잠든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포로로 끌려 바닥에 무릎 꿇을 때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라이넬 모렌!! 이, 개자식!”
어째서, 솔베리온이 이리도 허무하게 무너진 걸까.
***
#1화_감시
전쟁은 순식간에 끝났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곡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의 몸은 피와 먼지로 가득했지만, 포로로 잡혀 있던 나는 먼지만 조금 뭍어 있을 뿐이었다.
솔베리온의 광장에 여러 사람이 모여있다.
네메시아의 군인은 포로를 쉽게 보기 위해 단상 위로 올라섰다.
“귀족 여러분께서 네메시아에 계실 때 머무르실 거처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군 소속인 제국민의 집에 머무르시게 될 것이며, 안전함을 보장해 드립니다…”
단상 위의 군인은 이리저리 손짓하며 군인을 배정했다.
다른 포로는 배정되어 떠날 준비를 마칠 때까지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계산 착오가 있었던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잠시,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건드린다.
“당신은 저를 따라오면 됩니다.”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라이넬이 서 있다.
“너는!”
“다른 조보다 출발이 늦어졌으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코앞에서 본 라이넬의 얼굴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할 말은 많았지만, 그의 기세에 압도되어 말을 뱉을 수 없었다.
그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의 대답을 이해한 건지, 라이넬은 무기를 정비하고 걸음을 옮겼다.
오래 무릎 꿇고 있어서, 다리도 아프겠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뒤통수를 보며 일부로 느릿느릿 걸었다.
잘만 걸어가던 라이넬이 걸음을 멈춘다.
“이곳에서부터 배를 정박 해놓은 곳까지 거리가 꽤 되니 빨리 움직여 주십시오.”
그는 용건만 딱 말하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점점 빨라지는 걸음에 점점 다리가 저렸다.
찌릿한 통증이 계속되자, 작게 툴툴거렸다.
“포로로 끌려가다가 다리아파 뒈지겠네.”
“…”
혼자 중얼거린 게 들렸는지 라이넬은 걸음을 멈추고 다가왔다.
서늘한 눈빛이 전신을 훑는다.
라이넬은 생각에 빠진 듯 미간을 찌푸렸다가, 두 손으로 나의 몸뚱이를 들어 어깨에 걸쳐놨다.
“출발하겠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참으십시오.”
“이씨, 뭐 하는 거야! 당장 안 내려놔?”
오히려 걸음 속도만 빨라질 뿐,
2025.10.13 06:15
2025.10.13 01:46
2025.10.12 05:03
2025.10.12 00:27
2025.09.2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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