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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속 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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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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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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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날처럼 괴담격리구역이라는 게임을 플레이하던 이기준은 게임 속에 빨려들어가게 되는데... 근데 왜 하필 쥐냐?

공모전 참여작

 저벅저벅

방독면을 쓴 사람이 독무로 가득 찬 복도를 걸어간다.

전신을 감싼 파란 방호복에는 괴담관리본부라 쓰여진 마크가 새겨져 있다.

삐-삐-삐-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기계가 울리자 그는 걸음을 멈췄다.

직육면체의 형태로 된 기계에 달린 계기판이 요동치고 있었다.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독무 사이로 방 문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곳곳에 끈적끈적한 피가 묻어있는 문은 다 낡아빠진 문고리가 달려있었다.

곧장 그가 왼손으로 문고리를 잡자 오른손에 쥔 기계의 계기판에 글자가 새겨진다.

[괴담■■■■]

식별번호: ■■■■-0

분류: ■■류

등급: ■■

정보: ■■■■■■■■■■■■

확인된 기록: 0회

딸깍

세계가 정지한다.

* * *

“뭐야. 이런 건 처음보는데?”

-그니깐 이거 뭐임?

-이런 괴담이 있었다고?

밝은 햇살이 슬며시 방 안을 비춰온다.

4평 남짓한 방 안에는 모니터 앞에 25세 남성이 앉아 있다.

그렇다. 바로 나다.

‘벌써 아침이네?’

“아무래도 이거 미확인 괴담 같은데 방제 바꾸고 좀 쉬었다가 가죠.”

-ㅇㅋㅇㅋ

-화장실 갔다옴

나는 모니터 속 마우스를 조작해 방송제목을 변경했다.

[ !미확인 괴담 최.초.발견! (괴담격리구역) ]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책상에 널브러진 접시에서 곶감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턱을 움직이자 입 안에 퍼지는 단맛이 혀를 휘감았다.

우물거리며 단물을 빼먹은 후 남은 덩어리를 꿀꺽 삼킨 나는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에는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캐릭터가 문 앞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 수도 어느덧 900명대를 돌파하고 있었다.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방제 ㅇㄱ ㅈㅉㅇㅇ?

-오 드디어!

-ㄱㄲㄱㄲㄱㄱㄱㄱㄱㄲ

나는 빨리 시작하라는 채팅창의 기대에 부응해 ESC키를 홀린 듯 눌렀고

화면 속에서 활자들이 튀어나왔다.

 

반갑습니다. 괴담격리구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신비로운 괴담들이 살아가는 괴담격리구역에서 살아남고 각 진영을 규합해 세계에 평화를 되찾아주세요! ■^%□$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활자들은 곧이어 검은 물결이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온 몸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나는 허우적 거리며 책상 주변을 더듬었다.

검은 물결이 온 몸을 집어삼키기 직전 나는 물컹거리는 물체 하나를 손에 쥐었고 곧 정신을 잃었다.

 

[관리 진영에서 적합한 빙의체를탐색 중입니다...]

[제물 진영에서 적합한 빙의체를 탐색 중입니다...]

[종교 진영에서 적합한 빙의체를 탐색 중입니다...]

[적합한 빙의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오류오류오류오류오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오류...]

[괴#&^% 진영에서 적합한 빙*Oㅢ:ㅊㅔ를 발견했습니다.]

[ㅂㅣㅇ ㅇㅡㅣ ㅈㅜㅇ...]

1%...

36%...

79%...

100%

* * *

15년 전 부모님이 이혼하던 날 나는 떠맡기듯 할머니에게 넘겨졌다.

부모님은 내게 곧 다시 찾아오겠다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이 할머니댁의 문턱을 밟는 순간은 결국 오지 않았다.

10살배기의 손주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줄곧 지켜보시던 할머니는 내 손에 곶감을 쥐어주셨다.

그땐 그게 왜 그리 달았는지

입에서 진동하는 단맛에 눈물이 뚝 그쳤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부모님 없이는 하루도 보낸 적 없는 꼬마가 고작 곶감 하나에 울음을 그치다니.

이게 바로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곶감의 힘일까?

뭐가 되었든 곶감을 물던 아이는 5년간 지옥 같은 학창시절을 보내고 학교를 자퇴했다.

부모가 없다는 약점을 후벼파는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다행히 자퇴한 아이는 곧 세계를 휩쓸게 될 괴담격리구역이라는 게임과 함께 인터넷 방송을 만났고

다시 10년 후

게임 속에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

어두운 산 속의 나무 그루터기 밑에서 작은 생명체 하나가 움직였다.

“찍찍”

생쥐는 그루터기 곁에서 저 멀리 널브러진 시체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어쩔 수 없나...’

이 작은 생쥐의 정체는 바로 나 이기준이었다.

며칠 전, 괴담격리구역 속 세상에 들어온 직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게임 속 빙의.

상상 속에서나 펼쳐지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왜 하필 쥐인데?”

그렇다. 나는 쥐가 되어있었다.

그것도 아무 능력도 없는 그냥 평범한 쥐

“찍!”

다행히도 이 작은 몸은 숨어다니기에는 편리했다.

괴담격리구역

줄여서 괴담구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유명한 게임이었다.

2025년 세계 각지에서 이상현상이 발발하였다.

미 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정부들은 이상현상들을 괴담이라 명명하고 조사하기로 한다.

10년 후 세계의 괴담을 위험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한 곳에 모아 관리한다.

그곳을 괴담격리구역이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게임 괴담격리구역의 배경스토리이다.

또한 처음 게임을 플레이하면 진영을 선택하라 하는데

<관리>

<제물>

<종교>

이 세가지이다.

각 진영에서도 파벌이 나뉘고 역할도 제각각이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관리, 격리된 괴담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측 산하기관. 풀네임은 괴담관리본부

제물, 굶주린 괴담이 폭주해 격리 시설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희생자들. 주로 도시의 부랑아나 1급 범죄자들이 대상이 된다.

종교, 괴담을 신의 천벌로 생각해 격리 구역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 정신병자 무리. 풀네임은 종말의괴담교

물론 자세히 파고들면 각 진영이 나타난 이유라든지 격리실패사건이라든지 더 많은 배경스토리가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것은 이곳이 괴담이라는 인류를 멸종 직전까지 끌고간 위험요소가 격리된 곳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생활을 하던 내가 만약 괴담을 마주친다?

반드시 죽는다.

다행히 10일이 지난 지금까지 괴담을 피할 수 있었다만 언제까지고 운이 좋을 리는 없는 노릇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정보를 이용하는 편이 좋겠지

‘우선 문제는 저 시체인데...’

나무에 등지고 앉아 있는 시체는 여기저기 헤진 파란 제복을 입고 있었다.

푹 떨군 고개 옆으로는 괴담관리본부의 마크가 새겨져있다.

동시에 오른손에는 직육면체 형태의 기계가 쥐어져 있다.

괴담기록기

괴담관리본부에서 대원들에게 지급하는 보급품. 반경 10미터 이내에 괴담이 확인되면 본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괴담의 정보가 열람된다.

내 목표는 바로 이 괴담기록기였다.

괴담격리구역을 10년간 해온 고인물인만큼 대다수의 괴담에 대한 정보는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력은 유한한 법.

만개가 넘는 괴담을 계속 기억하고 있기란 불가능한 법이다.

그런 점에서 괴담기록기는 아주 유용할 터.

나는 결국 결심에 몸을 맡기며 시체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다행히 시체 주변에 도착할 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체의 오른손 앞에 도착하자 괴담기록기가 보였다.

‘설마 1세대 버전인가? 1세대면 아무나 가질 수는 없을 텐데.’

괴담기록기는 여러 편의성 기능을 추가할수록 버전이 올라갔다.

플레이어에게 보급되는 괴담기록기는 5세대로 알림 기능 등 여러 편의성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1세대가 오히려 좋아’

괴담기록기는 처음 다운받는 기본 정보 외에도 괴담들을 마주하며 더 많은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

최초로 보급된 1세대 괴담기록기라면 내장된 정보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했다.

내가 시체의 오른손에서 괴담기록기를 빼내려할 때였다.

괴담기록기의 계기판에 갑자기 글자가 새겨졌다.

 

[손톱 먹은 쥐]

식별번호: F-1

분류: 환상류+크리쳐류

등급: F

정보: 설화 ‘손톱 먹은 쥐’에서 파생된 괴담.

특이사항: 손톱이나 발톱을 먹으면 대상의 모습을 흉내낼 수 있다.

확인된 기록: 22회

 

나는 곧장 주변을 둘러봤으나 바람에 풀들이 잔잔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음에도 괴담기록기는 계속 괴담에 반응하고 있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거라곤 이 시체와 나뿐...’

잠깐

내가 무슨 동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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