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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마을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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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ㅊㅇ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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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참여작#판타지#동양풍#서양풍#권선징악#피폐물

대륙의 어느 산골 마을.

평화롭기 그지없던 고을이, 이 순간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서방의 악마다!”

 

삽시간에 몰려든 인파가 거센 물살처럼 마을을 휩쓸었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횃불은 집집마다 흉포한 불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혼돈 속에.

강물의 흐름을 거스르는 한 사내가 있었다.

 

“...”

 

올해로 스무 살이 된 호월은 눈앞의 상황이 마땅치 않았다.

 

어려서부터 자라온 고향이 불타올랐고,

그로 인한 매캐한 탄내가 해묵은 추억을 더럽히고 있었기에.

 

도깨비들은 어디로 간 것이며,

왜 이 사달이 나도록 방치 해두었는가.

 

5년간의 수행길을 끝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호월로서는 추측해 보는 것조차 녹록지 않았다.

 

호월은 잡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중요한 정보는 하나면 충분했으니.

그것은 지금 상황이 전례 없는 위급 상황이라는 것.

 

판단을 마친 그는 곧장 지붕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반대 방향.

그곳에 해답이 있을 터였다.

 

불타 무너지는 지형지물을 최대한 피하고자 지붕을 내달리고 있었지만.

목재로 된 건물 또한 불의 먹잇감이었으며,

건물 자체가 주저앉는 것은 그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발을 떠받치던 지면이 사라졌을 때, 호월은 날기를 강요받은 닭처럼 맥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잔해를 떨쳐낸 그가 물 빠진 거리에서 본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도깨비들….’

 

거리에는 무복을 입은 자들이 여럿 쓰러져있었다.

 

널브러진 시체와 검들.

 

어둠을 머금은 흙바닥은 달빛이 닿아 핏빛으로 빛났다.

 

모두가 밋밋한 잿빛 차림으로 보아, 상위 검객은 없는 듯했다.

 

호월은 빨리 도깨비의 왕을 만나야겠단 판단이 일었다.

 

그러나 도깨비의 수장, 환명의 거처에 가까워질수록 시체가 많아졌다.

잿빛의 거리에 조금씩 색이 입혀질수록 환명의 안위는 불확실해졌다.

 

‘상위 검객까지 당한 건가.’

 

그의 이는 맞물렸지만,

심장의 혈류는 점점 더 차게 가라앉았다.

 

스쳐가는 수많은 경우의 수 끝에 다다른 도깨비 왕의 저택.

 

대열을 갖춰 늘어서 있던 기왓장이 군데군데 부서지거나 흐트러져있었다.

떠나기 전까지 그 어떤 건축물보다도 고풍스럽다 자부할 수 있었던 건물이.

다시 오니 폐허로 변해있었다.

 

‘환명…!’

 

호월은 전속력으로 달리며 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호수의 달처럼 고요히 가라앉았다.

 

쾅-

 

호월이 대문을 박차자, 마당의 시선들이 흠칫 그를 겨냥했다.

그는 차오르는 숨을 억누르며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쇳빛 갑옷으로 무장한 거대한 남성과 나폴거리는 실크를 두른 검은 복장의 여성.

 

두 사람의 손에는 각각의 체구에 맞는 검이 들려있었다.

 

도깨비들의 것과는 다른 형식의 검.

 

그것은 서방의 ‘소드’였다.

 

그리고 덩치가 큰 남성의 어깨 너머로, 도깨비의 수장이 복부를 움켜쥔 채 신음하고 있었다.

 

“환명!”

 

환명의 안대로 가려진 눈이 호월의 방향을 향했다.

 

안대를 벗는다 해도 환명은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다.

위대한 도깨비불에 두 눈을 바친 이래, 불 없이는 그 무엇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그럼에도 그의 고개는 놀라 호월을 향했다.

 

검에 찔려 수축한 근육 탓에 그저 끙끙대기에 그쳤으나.

그것은 여기 있어선 안 될 호월을 향한 최대한의 외침이었으리라.

 

“또 잔챙인가.”

 

덩치 큰 금발의 사내가 중얼거렸다.

 

자신의 잿빛 도복을 의식해 뱉은 말일 것이었다.

호월은 그 말에 한치의 의식 없이 되물었다.

 

“네 놈의 짓이냐.”

 

호월의 호흡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렇다 하면?”

“...”

 

혈류도, 시선도, 폐부의 공기도.

 

무엇 하나 뜨겁지 않았다.

 

한없이 가라앉았고, 한없이 차가워졌다.

 

“죽어라.”

 

호월은 검을 움켜쥔 손을 내질렀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금발의 남자가 눈을 한 번 깜빡일 찰나.

 

그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야는 밤하늘의 검은 바탕으로 가득 찼다.

 

이윽고 세상이 빠르게 하강하며 도깨비의 대장과 눈이 마주치고,

지면에 부딪힌 머리의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그는 비로소 이해했다.

 

자신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는 것을.

 

그리고 잠시 후,

끝없는 이명 소리가 뒤늦게 찾아와, 그에게서 세상을 앗아갔다.

 

 

 

철푸덕.

 

이어 쓰러진 몸뚱이가 작은 흙먼지를 일으켰다.

 

동시에 검을 적신 피가 지면에 흩뿌려졌다.

호월의 다음 시선은 백발의 여인에게로 향해있었다.

 

검신을 털어낸 그가 다시 한번 자세를 잡자, 여인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실소할 만하지. 너흰 해선 안 될 짓을 했어.’

 

그렇게 생각한 호월은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호흡이 잠잠해지다 못해 거의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느려졌다.

어깨가 가라앉으며, 이윽고 멈춘 그 순간.

 

“도깨비를 건드린 걸 후회하게 해주마.”

 

엄청난 반동과 함께 다시 한번 검이 뽑혀 나갔다.

 

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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