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몰락한 천하제일세가, 한하선가의 칠대 가주 선후량. 거대 세가의 모략으로 죽을 위기를 견디고 이세계 '에리어'로 전송된다! 그곳에서 세계를 재패한 군왕이 된 선후량은 자신의 가문이 멀쩡하던 때로 돌아와 복수를 계획하게 되는데... [그래서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 문제는 내 동료도 함께 왔다.
기계로 된 생명체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세계 ‘에리어’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키야아아아악!!!]
“저건 도대체 뭐야!”
처음엔 강철로 이뤄진 신선인 줄 알았다.
평생 무림에서 나무집이나 보던 놈이 철로 이뤄진 사람을 봤으니 어찌나 당황했을까.
지금에서야 그것이 ‘하피’라는 환상종을 흉내 낸 기계임을 알지만, 당시엔 충격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사람만 한 거미, 괴상한 소음을 내는 코끼리에게 쫓겼다.
불을 뿜는 드래곤, 폭풍을 다루는 그리핀과 싸웠다.
정체 모를 무술을 사용하는 인간과 겨루며 무공을 성장시켰다.
공통점은 전부 기계로 이뤄졌다는 거다.
이 상황 전부, 나를 에리어로 소환한 ‘관리 AI 커스’와의 계약 때문이었다.
[폭주하는 관리 AI 블레스를 파괴해 주시길 바랍니다. 블레스에 의해 인류가 멸망한 지금, 저는 이 세계를 다시 재건할 의무가 있습니다. 목표가 이뤄진다면 소원 하나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날 강하게 해줄 수 있나?”
[당신이 원한다면.]
“과거로 보내줄 수 있나?”
[그것 또한 원한다면.]
“좋아. 날 성장시켜준다면 뭐든 죽여주지.”
무슨 배경인지는 궁금하지 않다. 블레스라는 놈이 인류를 멸족시켰든, 세상을 멸망시켰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내게는 오직 강해져 복수하는 게 목표일 뿐.
그렇게 난 계약을 승낙했다.
“그래서, 내가 온 지 몇 년이 지났지?”
[선후량이 에리어에서 지낸 시간을 중원 식으로 환산하면 99해가….]
“아니, 그냥 에리어 표준시로 해. 그게 더 익숙하군.”
[네, 정확히 99년 359일이 지났습니다.]
“대략 백 년이라….”
나는 까슬해진 턱을 쓰다듬고 손에 쥔 기계 창을 휘둘렀다.
언뜻 보면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창은 광풍을 일으키며 주변에 있던 적군을 갈아버렸다.
-콰드드드득!
손쉽게 전투형 휴머노이드를 박살 내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죽기 직전, 가문에 내려오는 보물의 능력으로 에리어에 소환됐다.
‘가문의 위기에 도움이 되도록 여기, 고금제일의 기연을 남긴다. 후대의 연자여 한하선가를 다시 위대하게 하라.’
목숨줄이 간당간당할 때 들은 말이라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내 가문의 선조, 선후정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커스의 말을 들어보면, 선조 님은 커스에게 소환당해 블레스를 죽이려다 실패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 우리 가문에 가보를 남긴 모양.
“구명줄 만들어준 건 고맙다만, 하필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
선후정이 죽을 무렵, 소환자의 위험성을 인지한 블레스가 에리어에 락을 걸어버렸다.
즉, 나는 선후정처럼 중원과 에리어를 왕복할 수 없고 이곳에 갇혔다.
‘이 철덩이 놈들이랑 같이 사는 게 얼마나 거슬렸는지!’
-쿠직! 쿠지직!
잠시 허튼 생각을 하는 사이 땅을 뚫고 불쑥 솟아오른 놈이 있었다.
[크.아.아.아.아!!!]
여섯 개의 팔이 달린 기계 괴수, 아수라가 내게 달려들었다.
투신의 이름답게 광포한 기세를 발산하며 울부짖었다.
놈의 아가리에서 뇌전을 머금은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쿠과가가가각!!!
-쾅! 쾅! 쾅!
강철 팔로 땅을 내리치며 다가오는 모습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오금이 저릿할 수준이었다.
관절 마디마디가 마차 크기만 했다.
하지만 내겐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창대를 곧게 뻗고 숨을 골랐다.
“스읍, 후우...”
내공을 천천히 다리에 집중시킨다.
‘저리 무식하게 달려드는 놈한테 아주 딱 맞는 무공이 있지.’
탁. 탁. 탁.
마치 말이 발을 구르듯 똑같이 다리를 내디딘다.
내공이 준마처럼 기혈을 주파하며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이윽고, 그 열기가 완연히 도달했을 때, 나는 전방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은 마치 철마를 탄 장군처럼 거칠고 육중했다.
“팔 여섯 개 달린 놈쯤이야, 두 개 정도 더 달고 와라!”
-쐐액!
-투콰아아앙!!!
귀를 찢는 파공성과 함께 빛살같이 휘둘려진 창극이 아수라의 몸을 사선으로 그었다.
곧이어 폭탄이 터지듯 강철의 몸이 찢겨나갔다.
텅. 투두둑. 탱강.
하늘로 비산한 몸체가 땅으로 떨어지며 쇳소리가 울렸다.
커스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기계음을 내다가 말했다.
[철마흑진공. 새로 만든 무공은 마음에 듭니까?]
“그래, 역시 켄타우로스를 모티브로 잡길 잘했다.”
[기계의 회로를 인간의 몸에 맞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선후량은 모를 겁니다.]
“하하하, 역시 내 동료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본 AI를 더 칭찬하십시오.]
커스의 기분을 맞춰준 후 제자리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에리어에서 생활하며 상대한 강적들의 움직임을 모방해 무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커스의 도움을 받았다.
기계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혈도를 조정하면, 내가 깨달음과 무공의 묘리를 합쳐 초식을 만든다.
그렇게 나오는 오차범위를 줄이다 보면 이렇게.
-후웅!
기계창이 검은 금기(金氣)를 머금고 육중한 소리를 냈다.
이 창에 닿는 것은 바위조차 부수는 진동에 몸이 찢겨나가리라.
“돌아가면 써먹을 것들이 많겠어.”
언젠가 돌아갈 날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게 점점 수가 불어났다.
이 정도면 한 문파의 개파조사로도 칭송받을 수준.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
괘념치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블레스의 파편은 이걸로 끝인가?”
[네, 기나긴 세월 동안 이어진 전쟁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블레스가 죽기 전 뿌린 분체들은 더 이상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미리 에리어 중심에서 시간간계차원문을 구동시켜놨습니다.]
나는 커스의 말에 감격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먼 과거가 되어버린, 고향의 향취를 느끼게 해줄 물건들이 보였다.
내 고향, 정파 무림.
가문의 전통 염색법으로 색을 입힌 연청색 무복.
어머니가 처음으로 준 선물인 붉은 색술.
그리고 아버지가 내린 영웅건까지.
“나노로봇으로 만든 복제지만 상관없다.”
[에리어의 나노 기술은 우주 최강입니다.]
진즉 헤지고 부서진 지 오래였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내가 버틸 원동력이 되어 줬다.
‘그리고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
나는 마음속 깊이 올라오는 기대감과 흥분감에 몸을 떨었다.
이세계 ‘에리어’에 온 지 백 년.
평생 고철 덩어리와 살을 부대끼다 보니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
이제 기계는 지긋지긋하다!
[그건 본 AI한테도 해당되는 말입니까?]
“아니, 넌 내 소중한 동료다. 그보다 마음대로 내 생각 읽지 마라.”
[본 AI는 선후량의 말에 긍정합니다.]
*
*
*
아주 익숙한 이야기다.
천하제일인 선후정이 세운 천하제일세가 한하선가.
본래 남궁세가의 분가였지만 시선조차 받지 못한 작은 가문이었다.
2025.10.12 03:24
2025.10.12 03:20
2025.10.12 03:18
2025.10.12 03:17
2025.09.27 06:17

진짜 커스 유능하네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25.10.12
수정

(☞゚ヮ゚)☞☜(゚ヮ゚☜)
25.10.12
삭제된 댓글입니다.
2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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