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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유망주가 주사위를 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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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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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참여작#스포츠물#현대판타지#현대#성장물

꾸준함이 부족하다, 기복이 있다.

 

라는 말은 어쩌면 칭찬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꾸준하게 똥 싸는 것보단 1번이라도 잘 하는 게 어디인가.

 

나는 지금 그것도 못 해서 당장 라커룸을 빼게 생겼는데.

 

14살 때 운 좋게 뉴캐슬 입단 테스트를 통과한 지 3년.

 

아빠는 직장을 버리고 함께 영국으로 넘어와 나를 챙겨주셨다.

 

그럼에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자 엄마까지 넘어와 도와주셨다.

 

하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의 적응.

 

언어문제, 문화 차이,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어려웠다.

 

한국에 있을 때도 친구가 없었는데, 여기선 더하면 더했지.

 

단순히 친구가 안 생기는 걸 넘어 인종차별에 축구화까지 자주 사라졌다.

 

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축구를 더럽게 못 했으니까.

 

실력이라도 있으면 코치가 봐주었겠지.

 

훈련에선 매번 낙점, 경기에선 턴오버, 상상패스.

 

여기에 괴롭힘까지 들어오니 도저히 할 맛이 안 났다.

 

그렇게 계약 만료까지 버틴 시간 2년.

 

끝내 구단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이제 어떡할까 고민하던 중, 한 구단이 다가왔다.

 

같은 타인위어 지역의 선덜랜드.

 

솔직히 내 실력이 다 까발려진 시점에서 뭔 스카웃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아시아마케팅을 노리고 있었기에 당장 방출된 나를 채간 것.

 

마케팅에 나이도 어리니까 싼 맛에 긁어보는 느낌이었겠지.

 

거절하지 않았다.

 

뉴캐슬에서 그런 짓을 당했어도 축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희생해준 부모님에게 죄송했기에.

 

걱정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이번엔 반드시, 제대로 해보자 다짐했다.

 

그리고 1년 뒤 지금……

 

“헉, 헉.”

 

“창섭 박! 압박이 좀 더 빨라야 할 거 아니야!”

 

주말 경기를 앞두고 연습경기, 템포에 현저히 못 따라가고 있었다.

 

“이래서야 경기엔 쓸 수 있을지…….”

 

라인 밖에서 중얼대는 리암 코치를 애써 무시했다.

 

애초에 영어 실력도 떨어져서 곧바로 이해 못 했다.

 

지금은 경기에 집중 집중을……

 

타탓-!

 

형광 조끼의 상대는 양발로 드리블치며 나를 가볍게 제꼈다.

 

더는 발을 제대로 뻗지도 못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이 저질 체력은 아무리 셔틀런을 뛰어도 개선이 안 됐다.

 

그렇게 헐떡대며 잔디를 뛰어다니자 곧 휘슬과 함께 훈련이 종료됐다.

 

“다들 고생했고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주말엔 오늘 한 대로 경기하도록!”

 

“넵 감독님!”

 

“그리고 박, 넌 남아라.”

 

“……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하루 이틀이 아니기에 익숙했다.

 

동료들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자 감독과 코치가 다가왔다.

 

“박, 여전히 부족하다는 건 알겠지?”

 

“넵,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소리만 곧 1년째다.”

 

크리스 감독이 한숨을 쉬곤 말을 이었다.

 

“창섭,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지금 2선 다 부상당한 상황에서 못 보여주면 진짜 방출이라고. 어?”

 

리암 코치는 뒷목을 매만지며 크리스의 눈치를 봤다.

 

크리스 감독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번 주말이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다. 인생이 걸린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뛰어줘라.”

 

“명심하겠습니다.”

 

“제발 잘하자. 리암, 콘 다 치우고 주차장으로 와.”

 

크리스 감독도 이내 그라운드를 나서며 리암 코치와 나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막막했다.

 

머리론 어떻게 할지 판단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좀만 지치면 머리도 덩달아 판단이 느려졌고, 허수아비가 됐다.

 

남들처럼 열심히 훈련해도 성장이 느렸다.

 

재능의 한계일까.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그렇게 침울해하던 사이 리암 코치가 콘을 들고 다가왔다.

 

“솔직히 선수가 못하는 데는 감독 잘못도 있지.”

 

고개를 들고 리암 코치의 눈을 응시했다.

 

“선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리는 게 일이니까. 너는 보면 판단은 잘해. 하드웨어가 문제라 결과가 안 좋은 거지.”

 

리암 코치가 콘으로 날 가리키며 말했다.

 

“뭐, 전반 10분만 잘하는 거지만.”

 

그 말을 하곤 리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너희 집이랑 훈련장이랑 몇 킬로 정도 되나? 앞으론 매일 올 때 같이 런닝하지. 집 앞으로 가마.”

 

“그건 주말 경기 보고 나서요.”

 

“하하, 참 이성적이라니까. 경기에서도 그렇게 날카로운 모습 기대하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곤 이내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영국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로 햇빛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였다.

 

 

※※※

 

 

“다녀왔습니다.”

 

훈련장에서 대략 8km 떨어진 거리.

 

집에 들어가자 저녁밥 냄새가 솔솔 풍겼다.

 

“다녀왔니? 빨랫거리 내놓고 씻고 밥 먹어.”

 

가볍게 씻고 난 후 식탁에 앉았다.

 

아빠는 오늘도 일 때문에 늦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별일 없었고?”

 

“응.”

 

“축구는 잘 돼 가니?”

 

“응, 이번에 경기 나와.”

 

“다행이네…….”

 

혹여나 걱정하실까 봐 내 사정을 얘기한 적은 없다.

 

내가 잘해야 하는 거기도 했고.

 

식사를 마치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을 켜고 방송 사이트에 들어가 EPL 리그 경기를 틀었다.

 

[들어갑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드디어 3경기 만에 승리를……]

 

축구에 빨간약을 데였다 해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몸이 안 따라준다면 머리로. 이렇게 축구를 즐기며 공부도 하고 있다.

 

저 상황에선 어떤 판단이 맞았을까, 내가 저 9번 위치였다면 어떤 움직임이 적절할까.

 

재능이 없다고 안주할 순 없었다.

 

최소 4부리그는 가서 프로 딱지라도 달아야 하지 않겠나.

 

적어도 날 괴롭힌 놈들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었다.

 

숙면 전 스트레칭 루틴을 마치곤 잠에 들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하고 싶었다.

 

※※※

 

이른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씻곤 집을 나섰다.

 

부모님은 자고 계셨고 애초에 경기 전에는 아침을 거르고 있었다.

 

이젠 3년째 보는 우중충한 날씨에 자전거 출근.

 

공장과 강변을 지나 쭉 달리면 아카데미용 소규모 경기장이 보인다.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자 이미 인원을 체크하고 있었다.

 

다행히 늦지는 않은 모양.

 

슬그머니 무리에 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이안! 왔고, 다니 왔고 남은 1명이…… 창섭?”

 

“네.”

 

“다 왔네.”

 

경기 시작까지 2시간 남은 상황.

 

팀은 크리스 감독을 따라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u18 공식 리그. 상대팀은 스토크시티.

 

u18 레벨에선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그냥저냥 한 상대다.

 

물론 나한텐 쉬운 상대는 없다.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곤 크리스는 전술 설명을 시작했다.

 

“4231에 그동안 했던 대로 빌드업 도와주고, 압박이 들어올 곳은…….”

 

유소년 레벨이라 성인 무대만큼 세세한 전술 설명은 없다.

 

중요한 건 유망주들이 얼마나 활약할 장을 만드냐.

 

크리스는 나를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창섭, 너는 왼쪽 윙에서 뛴다. 최대한 톱한테 찔러만 줘라.”

 

오히려 부담을 안 주려는 건지 어려운 지시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곧 킥오프 시간이 다가왔고, 줄지어 잔디에 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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