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1화
쿠어어어어!
검붉은 비닐과 악마를 연상시키는 붉은 눈을 가진 드래곤.
단 한 번의 울음에 성벽 위를 지키던 수천 명의 병사 몸이 굳었다.
"저건 볼 때마다 살벌하네."
드래곤에 못지않은 대지을 가릴 정도의 마수들. 그리고 성벽 아래 그들과 나란히 서있는 천유성.
"쿠어어어어!"
마수들의 돌격에 그 진동은 자연재해에 못지 않았고 그 함성은 공기를 장악했다.
천유성은 그 모습을 보고 검을 고쳐 잡았다.
"벌써 100번째다. 이번에는 제발 깨보자고."
그의 앞에 오우거 수십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행동이 너무 단순했다.
거대한 나무몽둥이 휘두루기.
'이제 이정도는 눈 감고도 피하지.'
수십게의 몽둥이가 내리쳤지만, 정확하게 빈 곳으로 몸을 피했다.
모래먼지가 피어올라 시아를 가렸다.
"쿠우.?"
모래먼지 안에서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탁.
순간 하늘에서 수십의 번개가 내리쳤다.
모래먼지가 사라지고 그의 모습이 보였을 때.
주위의 오우거들은 잿더미가 되어 모래와 하나가 되어있었다.
"지금부터가 진짜지."
그의 시선이 드래곤의 목부분에 향해 있었다.
울컥.
꿀렁이던 드래곤의 입에서 브래스가 뿜어져 나왔다.브래스가 지나간 자리는 적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모든 것을 소멸시켰따.
덕분에 마수들로 막혀있던 길이 뚫렸다. 그는 가볍게 브래스를 피하고는 단검 몇 개를 빼 들었다.
"다음은."
그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뒤를 돌아 보지도 않고 뒤로 단검을 날렸다.
깨갱!
풀썩.
뒤에서 그를 노리고 달려들던 헬 하운드들의 미간에 단검이 정확하게 박혔다.
"이것만 99번째다 이것들아. 패턴이 너무 단순하잖아. 오우고는 휘두르기 헬 하운드는 뒤에서 달려들기."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단검을 몇 개 꺼내 들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날렸다.
채앵!
그를 향해 날라오던 화살이 단검에 맞아 힘을 잃었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직 허공을 가르던 단검이 멀리서 화살을 쏜 고블린의 이마에 박혔다.
"이번에는 제발 성공하자."
그가 바닥에서 화살을 주워 마나를 불어넣었다. 화살은 손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을 냈다.
"지금!"
쐐애애액!
화살이 눈으로 쫒기 힘든 속도로 날아 드래곤의 눈에 쳐박혔다.
고속으로 회전하던 화살은 드래곤의 눈을 파고들어 안을 헤집었다.
쿠어어어어!
드래곤이 앞발을 들어 올리며 괴로워했다. 천유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발에 최대한으로 마나를 불어넣고는 달렸다. 드래곤의 뒷발을 타고 올라 등을 밟았다.
이윽고 드래곤의 머리 위로 도약해 날아 올랐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심판의 십자기]
드래곤의 크기에 밀리지 않는 거대한 황금 십자가.
'부족하다.'
그가 황금십자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끝이다. 이 징글징글한 도마뱀 새끼야!"
천유성이 불어넣은 마나와 황금십자가이 만나자 한 층 더 거대해졌다.
"뒈져!"
푸우욱!
황금십자가가 드래곤의 머리를 뚫었고 옆으로 뻗은 기둥이 머리와 만자고서야 멈췄다.
쿠와어어어!
대지가 울릴 정도의 울음.
쿠구구구구구.
드래곤의 숨이 끊기고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십자각 사라졌다.
십자가가 사라져 머리가 땅에 곤두박질쳐 먼지 바람을 일으켰다.
드래곤이 죽자 남아있던 마수들은 반대에 있는 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Clear]
폭죽 터지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너무 밝은 나머지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들었다.
밝은 화면 때문인지. 그 앞에 앉은 천유성의 꾀제제한 모습이 더욱 잘 보였다.
"드디어 다 깼다! 시X!"
[Last Bastion] 일명 라배.
마수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단순한 디펜스 게임이지만, 갈수록 강해지는 마수들과 점점 약해지는 방벽과 떨어져가는 보급품. 줄어드는 병사로 클리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하지만 천유성은 이 게임을 모든 루트로 클리어했다.
마법없이 클리어. 인벤토리 없이 클리어. 솔플로 클리어.
마지막으로 아무런 방어구 없이 클리어.
[라배 올 클리어했다.]
-첨부 사진
└미친놈 아님?
└ 저번에 최초 클리어한 게 이 사람인가?
└한 번이 아니고 올클? 핵 아님?
└핵 있다고 깰 수는 있고?
└ 진짜인 듯 게임 공지에 뜸.
└ 이게 진짜라고?
└나는 10라운드를 벗어난 적이 없는데...ㄷㄷ
└ㅂㅅ
└넌 잘하냐?
└ㅇㅇ 5라운드 까지 가봄ㅋ
└ㅂㅅㅅㄲ
천유성은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었다. 모두가 감탄하는 분위기.
중간중간 핵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천유성의 모든 루트 올 클리어가 게임 전체 공지에 떠올라왔고 뒤에 올라온 게시글이 이를 증명했다.
[이게 찐이라고?]
게임에 뜬 전체 공지를 캡처한 사진이 있었다.
[[Last Bastion 최초 올 클리어 플레이어가 탄생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됩니다.]
└세상에 미친놈은 많구나.
└너보단 정상일 듯.
└겜창 인생 뭐가 자랑이라고.
└그래도 지리기는 해.
└ㅇㅈ
└ㅇㅈ
└ㅇㅈ
└근데 올클리어 하면 보상이 뭐려나.
└그러게 좀 궁금하긴 해
└맞춤 코스튬 제작 이런 거 아닐까?
└차기작 나온다며, 차기작 테스터될 수도
천유성은 사람들의 칭찬을 보고 입에 귀가 걸릴 듯이 웃었다.
지금까지 고생해서 클리어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
"그래. 이 맛에 게임하지."
그는 겜창 인생이라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하아. 이제 이것도 다 깼는데. 이제 다음은 뭐하지."
천유성이 능지처참을 당하듯 괴성을 지르며 기지개를 켰다.
"끄아아악!"
장정 25시간의 게임을 하며 쪼그라들어있던 근육들이 쭉쭉 펴지는 걸 온몸으로 느끼던 순간.
우우우우웅.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의자 아래 바닥에서 밝은 빛과 함께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원이 생겨났다.
"이,이게 뭐야!"
번쩍!
강한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워 앞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진 뒤 보이는 방 안에는 의자 없이 텅 빈 책상과 컴퓨터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파아아앗!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강한 빛이 천유성의 눈을 가렸다. 눈을 떴을 때는 어딘가 익숙한 배경과 목소리가 그를 반겼다.
'뭐야 여긴 어디야.'
"그대들이 헉헉. 우리 뷰컴왕국을 구원할 용사들이군."
'뷰컴왕국? 라배에 나오는 그거? 나 지금 기지개 켜다 잠든 거야? 아니 기절한건가?'
"그대들만이 헉헉. 우리 왕국을 구원할 수 있느니. 헉헉. 반드시 우리 왕국을 지켜 줄 것이라 헉헉. 믿는다. 왕국을 지켜준다면……."
'이건 라배 첫 시작 멘트잖아. 숨 쉬는 것도 힘들어서 헥헥 거리는 저 돼지가 왕이고'
그 뒤로 왕이 말한 것은 수백 번도 들어본 말이었다. 돈과 권력을 준다닌 이러쿵 저러쿵.
'꿈이라 그런가 건너뛰기도 없잖아.'
2025.10.14 07:31
2025.10.11 23:28
2025.10.06 23:38

능지처참을 당하듯 괴성을 지르다니ㅋㅋㅋ
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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