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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인생 다시 한번 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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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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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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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걸까.” 도서관 구석, 조용히 책을 정리하던 소녀 세레나는 속으로 그렇게 물었다. 늘 차가운 시선과 말들 속에서 살아왔지만, 오늘도 그녀는 꿋꿋이 하루를 버텨냈다. 하지만 마음 한켠 깊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양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는 ‘해독제’를 찾아내는 것. “이번에는 반드시…”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환생#육아물#잔잔물

한적한 여름.

 

그날, 아버지께서는 불치병으로 돌아가셨다.

 

집 안을 메우던 웃음소리는 사라져갔고, 남은 건 침묵과 잿빛 기억뿐이었다.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과연 과거를 바꿀 수 있었을까?’

 

도서관 뒤편에서 수없이 많은 책들을 뒤지며, 다른 해독제에 대한 단서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옛날에도 이렇게 큰 도서관이 있었지…….’

 

커다란 창문 너머로 햇빛이 들어와 책들의 표면을 부드럽게 비췄다.

 

얼마나 찾아 헤맸던 걸까. 해는 벌써 저물고 좁은 책장 사이를 오가면서 과거의 해답을 찾아 다녔다.

 

손에 든 책장이 흐릿하게 번졌다. 글자가 갑자기 물에 젖은 듯 번져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머리를 흔들어 보았지만, 안개처럼 퍼지는 어지러움이 더 짙어졌다.

 

컥.

 

‘숨이… 숨이… 안 쉬어줘……!’

 

갑작스레 숨이 턱 막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움켜쥔 듯, 공기가 폐 속으로 들지 않았다.


입안이 뜨겁게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피가 쏟아지듯 흘러나왔다.

 

흐으윽······.


피 비린내가 입 안을 가득 채우고, 붉은 액체는 턱을 타고 옷깃으로 흘렀다.


시야가 기울며, 세상이 느리게 꺼져갔다. 눈꺼풀은 버티지 못하고 천천히 감겼다.

 

그렇게 눈을 감은 순간.

천장이 전에 봤던것과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

 

‘뭐지? 이 낮선 기분은?’

 

 

아까까지만 해도 입가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기억이 생생한데, 눈을 뜨자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낯선 옷자락이 피부를 스치고, 손끝엔 익숙하지 않은 재질의 천이 감겼다.

 

그렇다면… 전의 나는 어떻게 된 거지?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혼란이 파도처럼 덮쳐 왔다.


속이 울렁이고, 심장이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뛰었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감각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볼을 꼬집었다.

 

아야!


살갗에 느껴지는 뚜렷한 통증은 분명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낯선 현실이 온전히 믿어지지도 않았다.

 

‘꿈이 아니잖아···…!’

 

설마, 설마··· 책에서 봤던 그 회귀? 말도 안 되잖아, 그런 건 소설 속 이야기라고······.


하지만 이 익숙하지 않은 풍경과 몸, 그리고 또렷한 통증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곧장 옆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침대에서 발을 내디뎠다.

 

콰당.

 

예상보다 크게 난 소리에 방 안 공기가 일순간 멎은 듯했다.


‘침대 높이를 생각하지 못했어···.’


어설프게 발을 내디딘 탓에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엉덩이에는 묘한 통증이 전해지자, 정신이 조금은 현실로 끌려오는 듯했다.


회귀든 뭐든, 몸은 확실히 생생하게 아팠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익숙해야 할 모습들은 없었고 전혀 낯설었다.


피부는 더 희고, 눈빛은 어딘가 또렷했으며, 눈동자의 색조차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이게, 나라고?’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용한 방 안에 '또각'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거울 뒤로 숨었다.

 

철컥.

 

문이 열리며 익숙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구두 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한걸음, 두걸음 다가오더니 거울 바로 앞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탁.


거울에 손이 스쳤다. 얇고 창백한 손가락이 천천히 거울 표면을 따라 흘렀다.


“이상하네… 분명 여기 있는 것 같은데.”


숨을 참고 있던 폐가 비명을 지르듯 공기를 갈망했다.

 

“잘못 들은 건가?”

 

덜커덕.

 

한참을 숨죽이며 버티다 조심스레 거울 뒤에서 나왔다.


주위를 살핀 뒤, 바로 옆 문고리를 잡아 문이 천천히 열리며 긴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츄!”

 

차가운 공기가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와 온몸을 꿰뚫는 듯했다.

 

작은 발을 재빠르게 움직여 창문을 바라보니 흰 눈이 하얗게 쌓였다.


만약 겨울이라면 아버지께서 불치병으로 돌아가실 때와 비슷한 시기일 수도 있었다.

 

“다시 기회가 생긴건가······?"

 

발걸음을 돌려,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도서관의 문이 어렴풋이 보였다. 손을 뻗어 무거운 문고리를 잡았다.

 

***

 

도서관 안으로 발을 들이자, 수많은 책들이 그녀를 조용히 맞아들였다.


책장의 나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고요한 공간이 묘한 긴장감을 감돌게 했다.

 

'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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