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애써 맞춰둔 여러개의 알람 중, 다섯 번째의 알람이 울리기 전-
“커, 커헉….”
눈도 뜨기전에 앞이 새하얘졌다.
멍!
내 집에서 지내고있는 강아지.
이름하야 덕구가 이제 그만 일어나라는 듯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힘겹게 눈을 뜨자 덕구의 촉촉한 코가 보였다.
덕구를 내려보내려 팔을 휘적대자, 감겨있던 덕구의 세개의 눈이 나를 향했다.
“덕구야아, 일어, 일어날게…. 이제 그만 내려와아….”
멍!
“너 사람말 할 줄 알잖아….”
덕구는 대답대신 혀를 베에- 하고 내밀었다.
덕구식 놀리기였다.
“근데…. 지금 몇시야?”
“7시 50분.”
“알려줘서 고마-”
7시 50분. 그 말은 즉- 지각까지 10분전.
“이런미친”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
지각으로 찍히기까지 3초전.
간신히 교문을 통과했다.
소영은 교실을 가는 대신, 화장실에 들렀다.
거울에는 서로 다른 색의 눈을 가진 ‘나’가 비쳤다.
요괴를 볼 수 있기에 나타난 표식이라 할 수 있다.
“…?”
방금 영안-요괴를 볼 수 있는 눈인 왼쪽눈이 평소보다 더 붉은 빛으로 빛났던 것 같았는데.
‘…기분탓이었나?’
아무튼.
평소에는 사람들이 놀랄까 컬러 렌즈를 끼고 오는 편이지만, 오늘만은 예외였다.
‘그야, 늦잠에 지각할까봐 급하게 나온 업보의 결과물이니까. 그나마 가까워서 다행이었지….’
하지만 괜찮았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예비용 컬러 렌즈를 갖고다녔으니까!
가방에서 렌즈를 꺼낸 소영은 바로 렌즈끼기에 집중했다. 렌즈끼기는 무서웠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았다.
렌즈가 한번에 딱 맞게 들어갈줄이야!
기쁜 마음으로 화장실을 나와 흥얼거리며 교실로 들어갔다.
"후후. 얘들아 안녕, 좋은아침~"
"좋긴 개뿔…."
"아침은 얼어죽을, 지각할뻔한 주제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높은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아침부터 아이들의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깔끔하게 무시했다.
뭔가 다른 애들보다 나를 오랫동안 빤히 쳐다본 아이가 있었던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무시했다. 괜히 엮이면 귀찮아질것 같았다.
소영은 그대로 제 자리로 와 책상 위에 교과서와 문제집을 펼쳐놓았다.
공부에 집중할것만 같았던 그 눈빛은, 순식간에 창밖으로 길을 잃었다.
자세부터 이미 펜을 잡는 대신, 턱을 괴고 있었다.
애초부터 공부를 할 마음이 없었다.
-창밖의 하늘은 묘하게 흐려보였다.
뭔지 모를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최근 갑작스레 퇴마사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더구나.’
‘…그래서?’
‘상황이 안좋아지면 약속과 달리 빠른 시일내에 너도 퇴마사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에엑. 나 곧 고3인데? 약속만 믿고 대학 가겠다고 공부 엄청했단말야.’
‘그러게나 말이다. 그래도 최대한 약속은 지켜보마.’
…2년전 나눴던 할머니와의 대화.
생각해보면 그땐 그냥 농담으로만 여겼었다.
근데 왜 갑자기 지금 떠오른걸까.
소영은 느낌이 안좋았지만 애써 모른척 넘겼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할머니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
다음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교실 안 공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그러나 바깥에서 불던 바람이 갑자기 멈춘 듯 고요했다.
형광등이 한번 깜빡였다.
아이들 중 몇몇은 반사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집중해라-.”
선생님은 칠판에 글씨를 쓰면서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 글씨마저 순간적으로 흐려졌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소영은 책상에 팔을 괴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
순간, 왼쪽 눈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혹시 렌즈 때문인가싶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순간, 창밖 나무 사이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빠르고 희미해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뭔가 있었다.
“야, 방금 창밖에 뭐 지나가지 않았냐?”
옆자리 친구가 속삭이듯 말했다.
소영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기분탓인가.”
옆자리 친구는 말을 하고는 자려는 모양인지 그대로 엎드렸다.
소영은 그 말에 왠지 더 찝찝해졌다.
수업은 계속되었지만 더 이상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멀게만 들렸다.
교실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러고보니 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덕구가 교문 근처까지 따라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어쩐지 주변에서 자꾸 저 스카프를 두른 리트리버는 뭐냐는 소리가 들리더라.
평소엔 집에만 있었으면서.
오늘 굳이 따라온 이유가 있었을까.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혹시모르니.’
집을 나서기 전에 했던 덕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영은 다시금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흐렸고, 나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이상할정도로 조용했다.
***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평소처럼 평화로웠다 느낀 하굣길은-
아까의 수업때처럼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 흔하디 흔한 바람소리도.
나무에 앉아 노래 부르는 새의 소리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도.
그 무엇도 나지 않았다.
소영은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이상한 기운에 주변을 살피며 렌즈를 제거했다.
만약, 요괴의 짓이라면 렌즈에 의해 흐리게 보일테니까.
그리고 렌즈를 제거한 순간-
답답하고 불쾌한 공기와 함께 왼쪽 눈이 욱신거렸다.
“허윽. 윽…! 이게 무슨…!”
직감했다.
이건 덕구같은 평범한 요괴가 아니라고.
눈에 통증이 온 건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숨이 막힐 정도로 공기도 답답했다.
그때, 저 멀리서 덕구가 황급히 달려왔다.
평소엔 날 골릴려는 생각에 느긋하게 걷던 녀석이 이번에는 재빨랐다.
“소영!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겠다. 주머니에 네 조모가 준 부적이 있을거다! 얼른 찾아 던져!”
덕구의 세 눈이 평소보다 더 크게 뜨였다.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소영은 덕구의 말에 재빨리 가방에 달린 작은 주머니를 뒤적였다.
손 끝에 닿은 낡은 종이의 질감.
운이 좋게도 한번에 찾았다.
이럴땐 참 이상하게 감이 좋았다.
부적은 붉은색의 글자가 새겨진 노란 종이였다.
소영은 그 부적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2025.10.13 22:21
2025.10.13 14:52
2025.10.13 02:57
2025.10.0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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