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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사랑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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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로운 독수리💥
12화무료 12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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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이 떠오르던 밤, 황태자의 교지 한 장으로 일테리아 공작가는 반역의 누명을 쓰고 몰락했다. 그리고 그날 에리엔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다시 눈을 뜬 곳은 2년 전, 황태자비 선발 교지를 받은 그날 아침이었다. 이번 생에서 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 가문을 지키고, 전생의 원수를 무너뜨리는 것. 라시르는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내 부인이 될지도 모를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에리엔은 그 집착을 복수의 도구로 삼으려 하지만, 라시르의 감정은 점점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번져간다. 그의 피 속에서 깨어나는 괴물, 그리고 그 괴물을 잠재울 수 있는 단 한 사람 에리엔. 복수와 사랑 그리고 저주와 구원. 붉은 달이 다시 떠오르기 전 모든 것을 바꿔야만 한다.

#로맨스판타지#궁정로맨스#회귀#소유욕/독점욕/질투#집착남#직진남#능력남#서브남주있음

1화

 

 

 

붉은 달이 공작저를 붉게 물들이던 밤.

 

평화롭기 그지없던 일테이라 공작저는 한순간에 피와 비명으로 물들었다.

 

“에리엔!! 어머니 모시고 얼른 피해!! 나랑 아버지가 막을테니 여기서 멀리 도망가!! 빨리!!”

“하, 하지만...”

 

에리엔보다 두살 많은 에드윈은 방에 있던 검을 손에 들고 공작저의 군사들과 함께 황궁기사단에 맞서고 있었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자신에겐 가족들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어서 도망가래도!!”

“꺄악!!!”

 

도망가라는 에드윈의 고함 뒤로 하인들이 울부짖는 목소리가 공작저의 담장을 타고 번졌다.

 

군사들의 말발굽소리와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에리엔의 심장은 뚝하고 바닥까지 떨어지며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에리엔은 패닉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끌고 공작저 지하실 깊은 곳으로 몸을 숨겼다.

 

공작저 밖으로 도망가는 것이 더 안전하겠지만 이미 모든 출입구는 황궁기사단에 의해 막혔기에 다만 몇분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공작저를 가득 채운 비명소리가 잦아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었다. 저와 어머니를 지키려던 공작저의 하인들과 군사들의 비명소리일 것이었다.

 

아마도 이 불행은 일테리아 가문과 관련된 모든 이들의 피를 봐야 끝날 모양이었다.

 

에리엔은 팔목까지 덮은 드레스 소매 안에 숨겨뒀던 단검을 꺼내들고 일어섰다.

 

이대로 두고 볼 수 만은 없었다.

 

“안 돼!! 에리엔! 네가 살아야 해. 내가 그들 손에 죽으마. 대신 넌 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가문이 살아.”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어차피 다 죽어야 끝나요. 그래도 전 이렇게 가만히있다 죽고 싶진 않다구요!!”

“안돼... 내 말 들어. 네가 살아야 해. 그게 우리 가족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어머니는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며 에리엔의 손을 붙잡고 떨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 순간 바깥에서 들려온 한 남자의 비명이 공기를 갈랐다.

 

“으악!!”

 

에리엔은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팔을 뿌리치고 지하실을 나와 밖으로 향했다.

 

어머니의 외침이 등 뒤를 때렸지만, 이미 그녀의 발은 피 냄새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공작저의 안 뜰.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인 일테리아 공작이 목이 잘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라버니 에드윈 또한 같은 운명을 맞은 채 누워 있었다.

 

“이 머리를 들고 가면 그 분께서 아주 기뻐하시겠지. 하하하하.”

 

황궁기사단의 졸병들이었다. 그들은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시체가 장난감이나 되는 양 손으로 이리저리 들추며 말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온몸에 피가 다 빠져나가 머리가 멍해졌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두 남자의 시선이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시신을 보고 멍해진 에리엔에게 꽂혔다.

 

“어? 공작의 딸인가? 소문대로 미인이네. 벌써 다른 놈들 손에 죽었나 했는데 여기 있었구만. 그래.”

“그러게... 흐흐... 이대로 죽이기가 아쉬운데? 몇달동안 전쟁을 치르느라 여자라곤 구경도 못했더니 몸도 좀 찌뿌둥하고 말이야... 흐흐흐...”

 

더러운 시선이 에리엔의 몸을 훑는 것이 느껴졌다. 불쾌감이 온 몸을 휘감으며 소름이 오소소 돋는 듯 했다.

 

 

 

“...”

 

에리엔은 손에 든 단검을 더욱 힘을 주어 잡았다. 그리고 칼날을 그들에게로 향하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두 남자는 마치 사냥감이라도 쫓는 듯한 걸음으로 에리엔에게 다가왔다.

 

그들의 입꼬리는 비틀려 있었고 혀는 낼름거렸으며 시선은 푹 파인 에리엔의 가슴으로 향했다.

 

“아이고, 그 칼로 어쩌게. 우릴 찌르기려고 하려고? 귀한 공작가의 영애님께서 칼을 써본 적은 있으시고? 하하하.”

“칼을 들 줄 아는 아가씨라니 더 흥분되는데?”

 

에리엔은 칼을 두 손으로 더욱 꽉 움켜쥐며 떨리는 다리로 그를 막아섰다.

 

피 냄새가 가득한 공기가 숨을 막았고 공작저의 안쪽에선 또 다른 비명이 들려왔다.

 

“꺄악!!”

 

그 목소리는 분명 어머니였다. 마지막 남은 목소리.

 

겨우 버티고 있던 그녀의 온몸에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맺혀있던 눈물이 툭하고 볼을 타고 흘렀다.

 

“그래. 이제 다 끝났어. 네가 마지막이야. 얌전히 있으면 우리가 잘 즐기고 고통 없이 죽여줄게. 가만 있어봐. 흐흐흐”

 

그들의 웃음소리는 에리엔을 한층더 소름끼치게 했다. 그때였다.

 

“뭣들 하는거야. 빨리빨리 안 끝내고. 여기서 살거야? 이 집안 사람들 전부를 죽이지 않으면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을텐데. 그 저주를 옴팡 뒤집어 쓰고 싶은 것인가?”

 

위압감이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왔다. 그 뒤로 군사들이 무겁게 따라 들어섰다.

 

“아, 아닙니다. 데미안님. 이제 곧 마무리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네,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 계집애가 자꾸 바,반항하는 바람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힘없이 주저앉아있는 에리엔에게로 향했다.

 

 

 

더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에리엔은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며 그들에게 물었다.

 

“도...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흐흑...”

 

일테리아 가문은 제국의 건국 때부터 헌신을 한 귀족이었다.

 

그런 가문을 이렇게 갑자기 아무런 이유없이 참하는 것은 말이 되질 않았다.

 

“죽는 마당에 그 이유가 그렇게 궁금하다면 알려줘야지.”

 

옆에 있던 기사가 그에게 황궁의 문양이 그려진 교지를 건넸다.

 

“일테리아 가문은 제국에 반역한 죄로 귀족 지위를 박탈하고, 전원 참형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리엔의 손끝이 떨려오며 머릿 속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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