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직장 상사인 공작. 만인의 우상, 만인의 연인, 공공재인 그 공작이 수상하다. 요즘 갑자기 나에게 너무 잘 해주시는 공작님. 대체 무슨 일이죠? *** “올리브 영애에게는 주지 않으셔도 되나요?” “……뭐?” “저, 저 이제 나가봐도 될까요!” 자신이 묻고도 당황해버린 벨라이네가 황급히 다른 말로 주의를 끌었다. 그녀가 빠져나가려던 문을 막아선 공작이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나와 대화를 할 때면 올리브 영애를 언급하는 거지?” “……다른 뜻은 없었어요. 궁금해서 그런 것뿐인걸요.” “그러니까 도대체 왜 내가 올리브 영애를 신경 써야 하는 거고, 그대에게 줄 선물까지 나눠줘야 하는 건데.” 공작의 일렁이는 눈빛에 벨라이네는 숨이 막혔다. 설마, 정말로 진심인 건가요?
1화
황궁 재무부 안.
오늘도 어김없이 영애들이 보내온 화려한 꽃다발로 재무부 안은 향기롭기 그지없었다.
“오늘은 어떤 가문 영애예요?”
벨라이네는 무심한 눈빛으로 꽃바구니를 훑어보며 같이 일하는 동료 길버트에게 물었다.
“오늘은 올리브 백작가 영애인가 봐요.”
레스트 길버트 남작은 혹시나 공작이 들을까 소곤소곤 이야기를 전했다.
벨라이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꽃다발 공세에도 끄떡없는 공작의 안색을 살폈다.
‘참, 한결같네.’
값비싸다는 꽃을 구해와 보냈음에도 그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많은 영애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꽃을 보내는 이유는 그 하나의 이유를 뒤로 넘겨둘 수만 가지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작의 능력이라면 황궁 재무부를 예로 들 수 있다.
황궁을 담당하는 곳인 만큼 사람 수는 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으며, 겨우 끝낸 일은 다음 날에 더 많은 양으로 돌아왔으나 일이 밀린 적이 없다.
일의 특성상 필요로 하는 분업을 중점으로 봐도, 재무부 직원들은 호흡까지 척척 맞아떨어지니 이보다 완벽한 곳은 없으리라.
이 모든 건 ‘칸 헤럴드’. 그의 손에서 이뤄진 일이다.
재무부를 관리하는 자로서 맡은 일은 상당했으나, 틈틈이 직원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듣고 해결해주었다.
능력이면 능력, 성품이면 성품.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공작을 탐하는 건 영애뿐 아니라 그를 만난 모두가 될 것이다.
어깨 넓은 미혼 귀족 남자 1위.
가슴이 탄탄해 보이는 남자 1위.
황궁 신문에서 재미로 뽑아내는 분야까지도 제패했으니 말이다.
화제의 주인공인 칸 헤럴드는 다가오는 이에게 친절을 베풀기는 했으나, 연애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에게 애정을 표하는 수많은 영애에게도 어느 정도의 선을 그은 매너만 보였을 뿐이다.
그를 짝사랑하지만 다른 영애처럼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 없던 벨라이네는 공작의 그러한 점에 안도를 느꼈다.
벨라이네는 오늘 안으로 결재를 받아야 하는 황궁 조경사업 건에 대한 문서를 가지고 공작의 책상 앞에 섰다.
“황궁 조경 관련 건과 이번 황실 무도회 관련 서류입니다.”
벨라이네가 서류를 내밀자 공작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서류를 받아 들더니 읽으며 휙휙 넘겼다.
사실 벨라이네는 이 시간이 제일 좋았다.
그 어떤 영애도 자신처럼 공작을 가까이서 보진 못하리라.
날카로운 눈빛과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매일 하는 검술훈련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
“이상 없군.”
거기다 중저음의 음성까지. 제국의 영애라면 누구든 공작을 사모할 것이 분명했다.
공작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움켜쥐고 쓱 하고 사인을 했다.
그리고 사인 옆에 재무부 인장을 찍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녀와 공작 ‘둘만의 결재 시간.’
물론 ‘둘만의 시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엔 모호하긴 했지만, 벨라이네는 언제나 이 시간을 둘만의 시간이라 칭했다.
당연히 가운데 등장하는 ‘결재’라는 단어는 살포시 지워두고 말이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매일 더 잘생겨지는 거 같아.’
벨라이네는 그를 떠올릴 때면 저도 모르게 공작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으로 빠져들고야 말았다.
공작과 손을 잡고 향한 디저트 가게에서 서로에게 맛난 디저트를 먹여준다거나, 사랑을 속삭이며 함께한 무도회에서 남몰래 입을 맞춘다거나.
그와 함께하고픈 일들이 매일같이 생겨났다.
지금도 막 이번에 새로 생긴 의상실에 함께 가 그의 부토니에를 직접 골라주는 상상을 했다.
탄탄한 몸에 부토니에를 하나하나 대어보는 자신을 떠올리니 괜한 수줍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올리브 백작 영애가 보내 왔다는 꽃의 향기가 벨라이네의 코끝을 찔렀다.
“꽃향기가 참 짙네.”
“그래? 난 좋기만 한데?”
벨라이네의 생각 따위를 모르는 동료 길버트가 말했다. 벨라이네는 그런 길버트가 왠지 모르게 미웠다.
그렇다. 언제나 상상은 상상일 뿐.
벨라이네가 속으로 동경하고 사모해 마지 못하는 칸 헤럴드와는 다르게, 그녀는 조그마한 남작 가문의 영애로 수도 귀족 중 그녀의 가문을 아는 자보다 모르는 자가 훨씬 더 많았다.
‘저런 게 바로 그림의 떡이란 거겠지?’
그녀는 상상을 좋아하는 만큼 현실적이었고 분수를 잘 알았다.
그러니 이렇게 상상만 하고 멀리서 바라만 볼 뿐이었고 요즘은 그것조차도 행운이라 여겼다.
다른 이들은 공작을 만나려면 약속을 잡거나 황실 주최의 파티에서만 볼 수 있겠지만 그녀는 매일같이 그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대화도 종종 하고 말이야.’
물론 대화라고 하기엔 모호한 점이 많았다.
결재 부탁드립니다. 여기.
퇴근하겠습니다. 그래.
이것이 대화의 전부였지만 이런 점조차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항상 벨라이네의 마음이 설레는 이유는 그가 멋있어서만은 아니었다.
저런 짧고 간단한 대화와 다르게 또 자기 사람을 대하는 마음 씀씀이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올해 길버트의 생일만 해도 그랬다.
2025.10.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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