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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후 인생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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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천아재
177화무료 25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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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잃고 귀농했는데, 인생이 잘 풀리기 시작한다.

#현대판타지#판타지#개그물#힐링물#농사#사연캐

1. 잘못된 만남








다닥다닥 서울 판자촌 동네 삼양동 빨래 골!!!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나풀거리는 치마 차림 아낙네들이 졸졸졸 뒤따르는 강아지들과 여섯 일곱이나 되는 식구들 빨래를 북한산 골짜기에서 방망이를 두들기며 했다는 이유로 ‘빨래 골’은 유래했다고 한다.




2005년 4월.


멀리 보이는 북한산 백운대 도봉산 만장대 자락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이었다.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자연은 언제나 같은 모습인 듯 보였으나 똑같은 모습은 단 하루도 없었다. 인생사 어제와 오늘이 다른 듯했다.




조적은 구조물을 만들기 위하여 벽돌이나 블럭을 반듯하게 쌓는 일이다. 벽을 지어야 할 곳에 처음부터 끝까지 가느다란 줄을 띄웠다. 모내기할 때 빨간 점 눈이 달린 기다란 줄을 양쪽 논두렁에 띄우는 이치와 같았다.




모래와 시멘트에 물을 부어 반죽을 만들었다. 담을 지을 바닥에 촉촉하게 물을 뿌렸다. 먼지가 없어야만 서로가 서로를 잡아당겼다. 식물을 살리는 것이 물, 바람, 햇볕이라면 이놈 조적 역시 모래와 시멘트 물이 ‘삼박자’였다. 삼박자가 만나서 부르스 추듯 서로를 당겨서 단단한 돌이 되었다.




촉촉하게 물먹은 지면에 시멘트 반죽을 쇠 손으로 기다랗게 깔았다. 그 위 줄을 맞춰 블럭을 쌓았다. 높이는 아래 채워진 부드러운 반죽으로 고르게 맞추었다.




빈 공간에 뭔가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일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처럼 생산적인 일이었다. 무너지는 담장을 뜯어내고 새로 쌓는 일 역시도 의사가 환자를 고치는 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었다. 인간으로 살며 제법 성취감이 느껴지는 일이기도 했다.




일주일쯤 지나면 조적이 끝난 담장이 회색으로 변하며 어느 정도 마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위에 미장을 발라야 했다. 모래와 시멘트에 물을 붓고 이겨 여성들이 아침이면 얼굴을 화장하듯 곱게 바르는 작업이었다. 어깨너머로 보면 쉬울 것 같았으나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질거나 마르지 않은, 말로는 명확한 설명이 어려운 반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반죽을 수차례 짓이기면 어느새 물이 나와서 죽이 되었다. 그래선지 조적 미장공들은 반죽 배합을 최고로 신경 썼다. 절반의 기술이라고 했다.




반죽이 너무 질면 수직 벽에 붙지 않아 흘러내렸고, 너무 마르면 얼굴 화장하듯 고르게 발라야만 했는데 펴지지가 않았다. 어느 것에도 기울이지 않고 사는 것처럼 농도를 맞추는 것이 기술이었다. 조적이나 미장은 탄광의 광부가 연탄 가루를 마시는 것처럼 하루 종일 시멘트 가루를 마셔야만 했다. 고된 직업이기도 했다.




불혹의 나이, 미장공 진수는 평소와 달리 오늘은 현장 작업이 오후 2~3시쯤 일찍 끝이 났다. 이런 날은 하루 일당을 받고 일은 절반만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공부하다가 조퇴하고 집에 오는 기분이었다.




“진수 형님, 집에 가 봐야 빈집일 테고 저녁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한잔 어때요?”




함께 일하는 동생이 하늘을 향해서 손목을 기역 자로 꺾었다. 이 친구 역시 몇 가지 장사를 바꿔 가며 하다가 실패해서 다 들어먹고 6개월 전부터 미장일을 배우겠다고 노가다 판에 뛰어든 아직은 30대 가장(家長)이었다.




진수는 은근히 마음이 동했으나 기분대로 마음대로 살다가는 쪽박 차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서민들 살림이라야 유리 지갑처럼 너무나도 뻔한 것이었다. 천 원 한 장이라도 아끼고 덜 쓰는 것이 자식들을 지키며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고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아. 내일 새벽에 일 나와야 하는데 한잔은 무슨 한잔이야? 목마르면 편의점에 가서 콜라나 사이다 사 마시지.”




“형님. 색시 집에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쉬어 가면서 살아야지요. 제가 살게요.”




진수는 결정적으로 한참 어린 동생뻘 되는 경준이가 술을 사겠다고 하는 말에 약간은 빈정이 상했다. 나이처럼 모든 것이 자신이 위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생뻘에게 공짜 술을 얻어먹는다는 것은 자존심에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아니야. 다음에 하자고. 오늘은 집에 가서 할 일도 있고.”




할 일이 있다고 쌩 구라를 들이대긴 했으나, 이 시간 집엘 들어가 봐야 경준이 얘기처럼 십중팔구 빈집이었다. 진수는 경준의 호의를 뿌리치고 집 방향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점심시간도 퇴근 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라선지 듬성듬성 빈자리가 마음을 아늑하게 했다.




노가다 현장에 나가는 사람들은 하루 시작을 새벽에 하므로 여유가 있었으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은 학생이나 온갖 사람들과 마주해야만 했다. 차림이 조금은 창피했다. 허름한 옷차림과 땀에 젖은 몸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는 때로는 주변 사람들 코를 자극해 불쾌감을 주기도 했다.




정당한 요금을 내고 타면서도 괜스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학생이 책가방 들고 거지가 깡통을 차고 다니는 것처럼 누구라도 텐트 외피 같은 허름한 가방을 들고 다녔다. 작업복이나 작업 시 필요한 간단한 공구 몇 가지를 담아야만 했다. 고생보따리인 셈이었다.




지루하게 가다 서다를 얼마쯤 반복했을까.


집 동네를 몇 정거장 남겨 둔 은행 거리 대로변. 무심코 차창을 내다보는데 아내 ‘봉자’가 어느 ‘외간 놈’과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부부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외간 놈 겨드랑이를 파고든, 웃음 띤 얼굴에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直感)으로 알 수가 있었다.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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