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계약부부는 서로를 겨눈다
우아한빵빠레🎺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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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이 몰락한 과거의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신분을 버린 리에나 벨모어는, 같은 복수를 꿈꾸는 냉혹한 대공 라스하드 드 하르벤과 위장 결혼 계약을 맺고 왕궁 내부로 들어간다. 겉으로는 동맹이지만, 언제든 서로의 칼이 될 수 있는 두 그림자의 거래가 시작된다. 리에나 벨모어 몰락한 백작가의 마지막 혈육. 가문을 파멸시킨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름을 버리고, 복수만을 품은 채 어둠 속을 걷는다. 라스하드 드 하르벤 왕국 최강의 대공이자, 약혼녀의 죽음 이후 복수에 잠식된 남자. 그의 제안은 동맹이지만, 언제든 칼로 바뀔 수 있는 거래다.

공모전 참여작#로맨스판타지#궁정로맨스#서양풍#복수#피폐물#신파물#계약관계#동료/케미#사연캐#걸크러시#계략녀#냉정녀#계략남#나쁜남자#냉정남

오늘 죽은 사람은 셋이었다. 

하나는 내가, 하나는 낯선 남자,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누군지도 모를 자가 처리했다.

왕도의 뒷골목은 언제나 습했다. 

비가 그친 뒤의 냄새는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썩은내와, 오래된 술냄새, 그리고 곰팡이처럼 눌어붙은 진흙이었다. 진흙은 발끝에 달라붙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서졌다. 멀리서 남자들의 고함과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끈적하게 번져왔지만, 오늘밤 이 골목에는 또 하나의 규칙적인 소리가 섞여 있었다- 누군가를 쫓는 발소리. 그 소리는 나의 심박과 닮아 있었다. 규칙적이지만 조심스럽게 줄어들거나 늘어났다. 그 발소리에 맞춰 나는 몸을 더 낮추고, 숨을 더 얕게 쉬었다. 

시선 끝에, 골목을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가 걸렸다. 

헨릭이었다. 벨모어 백작가의 옛 가신이자, 가문의 밀서를 마르퀴스에게 넘긴 배신자.

오늘 이 골목에 그와 또 두 명이 올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셋은 잠시 모였다가 곧 흩어졌다.

헨릭만이 혼자 남았다 — 가장 먼저 사라질 이름으로.

오래된 얼굴이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크크큭.”

헨릭은 어깨를 들썩이며 혼잣말로 웃었다.

“이제 다 끝났다.”

그의 웃음소리가 귀에 닿자, 손끝이 떨려왔다.

하지만 그 떨림은 공포가 아니라, 너무 오래 참은 기억의 반사였다.

“백작님, 헨릭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날의 소란이, 불길처럼 귀를 때렸다.

 

나는 허리춤의 단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헨릭이 코너를 돌자마자, 바로 헨릭을 잡아채 목을 겨누었다.

“누, 누구야-”

“나 기억나?”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다.

그럴만 했다.

그날 이후, 난 아주 많이 자랐으니까.

비에 젖은 등불 불빛이 스쳤다.

그 순간, 내 손목에서 무언가가 미세하게 반짝였다. 단검을 쥔 손목, 장갑 틈 사이로 얇은 은빛 문양이 드러났다.

헨릭의 시선이 거기에 멈췄다.

눈동자가 떨리고, 목에서 짧은 숨이 터져 나왔다. 

“그 문장… 설마… 아가씨?”

그가 입에 담는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고 손에 힘을 주었다.

칼끝이 부드럽게 들어가고, 공기 중에 짧은 피비린내가 번졌다. 헨릭의 손이 허공을 헤매며 허우적거렸다.

나는 그의 눈을 마주 본 채, 마지막 숨이 빠져나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을 때 나는 그를 놓고 뒤로 물러섰다.

털썩.

“아직 남았지.”

비 냄새와 피 냄새가 뒤섞이고 있었다. 

첫 번째 피가 아직 내 손등에서 식지 않았을 때, 골목 끝에서 또 다른 살인의 냄새가 났다.

짧은 비명, 끊긴 숨소리, 그리고 - 침묵.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그곳에는 내가 죽이려던 다른 놈, 레만의 경호원이 목이 꺾인 채 벽에 기댄 모습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의 옆에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비에 젖은 장화, 검은 망토, 얼굴의 절반을 덮은 철빛 가면.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차가운 눈.

“두 번째네요.”

“첫 번째는 당신이었나 보군.”

그는 손끝에 번진 피 자국을 흘끗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칼자국이 거칠군.”

“감정이 들어가서 그렇죠.”

“감정은 칼끝을 흐리게 하지.”

그의 목소리는 바닥의 피처럼 차가웠다.

나는 냉소를 지었다.

“대신 당신은 너무 깨끗하네요. 사람을 죽였는데 손 하나 안 떨리다니.”

“떨면 자국이 남으니까.”

그는 피 묻은 장갑을 천천히 벗었다.

그리고 품 안에서 작은 금속 장치를 꺼내 들었다. 

작은 석궁, 손바닥만 한 크기.

그의 손끝이 움직이자, 가느다란 빛이 반짝였다.

“이번 것도 내가 가져가지.”

그가 시선을 돌린 곳 - 바로 레만, 오늘의 진짜 표적이었다.

“으아악! 누, 누구야!”

골목 어귀로 막 들어서던 레만은 우리를 보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림자만 보고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그는, 그대로 반대편 골목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숨을 멈추고 남자를 저지했다.

“잠깐, 저놈 입에서 나올 말이 있어요.”

“그건 불가능해.”

“왜죠?”

“이미 다른 놈이 그 입을 노리고 있거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석궁이 작게 울렸다.

쉭-

탕-

석궁의 현음과 총성이 거의 동시에 터졌다.

짧은 빛이 지나가고, 공기 속에 금속 냄새가 퍼졌다.

레만은 휘청이며 무너졌다. 

그의 가슴엔 두 개의 구멍이 있었다.

하나는 낯선 남자의 석궁탄, 

다른 하나는 멀리서 날아온 탄환.

바닥에 탄피 하나가 굴러왔다. 금빛 표면에 새겨진 문양-왕실 근위대의 표식이었다.

“입막음이 빠르네요.”

“왕세자 쪽이지.”

그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발밑에는 떨어진 탄피가 구르며 벽에 부딪혔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 누구죠?”

“너와 목적이 같은 자.”

“ 내 목적이 뭔지 알고.”

남자는 잠시 나를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리에나 벨모어, 벨모어 백작의 외동딸. “

숨이 걸렸다. 손에 든 단검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어떻게 내 이름을-

“5년 전 벨모어 백작 역모 사건. 그 사건의 영웅은 왕세자였지.”

남자는 가면을 벗으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영웅이라 불린 자에게, 나도 물어볼 일이 있거든.”

날카로운 턱선, 차가운 회색 눈동자, 시린 은빛 머리칼, 그리고 나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귀족 사회라면 모를 수 없는 얼굴.

“라스하드 드 하르벤 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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