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이건 하늘이 내게 준 마지막 기회야. 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은 그들에게, 같은 고통을 돌려줄 시간.” 남편 주환의 끝없는 외도에 지쳐가던 서윤. 그녀는 그날 밤, 하염없이 울며 마지막으로 기도했다. '그녀와 몸을 바꿔주세요…' 눈물 속에서 의식을 잃은 서윤은, 눈을 뜨자 남편의 내연녀 하린의 몸으로 깨어났다. 이제, 남편의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속이고, 내연녀의 인생을 무너뜨리며, 그들이 쌓아온 거짓의 탑을 한 층씩 무너뜨릴 것이다. 사랑이 증오로, 절망이 복수로 바뀌는 순간. 몸이 뒤바뀐 두 여자의 운명이 서로를 파괴하며 뒤엉킨다.
아무리 그가 나를 냉대해도 나는 그만을, 오직 그만을 사랑했다. 그의 한숨 한 번에 심장이 무너지고, 그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세상이 환하게 빛났다. 비록 그 눈빛이 나를 향하지 않아도, 나는 매일 그를 위해 웃었다. 그의 식탁에 꽃을 올려두고, 그가 좋아하는 커피 향으로 아침을 채웠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 나를 봐줄 거라 믿었으니까.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밤마다 늦게 돌아오는 그를 기다리고, 옷깃에서 묘하게 낯선 향수를 느낄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니,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내 눈에만 안 보이면 돼. 결국 그와 결혼한 건 나니까.’
그렇게 나 자신을 속이며 하루하루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그는 우리의 신혼집으로 어떤 여자를 데려왔다. 내가 매일 정성스레 닦아놓은 현관문을, 그 여자의 구두가 먼저 밟았다. 짧은 마찰음이 귓가를 스쳤고, 그 순간 내 심장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그 여자의 웃음이 거실을 채우고, 그의 미소가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단 한 마디만 남겼다.
“방으로 들어가.”
내가 애타게 기다리던 그 거실은 이제 그들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주춤거리며 내 방으로 향했다. 그들은 내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애정행각을 시작했다.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웃으려 했다. 그래, 괜찮다고,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고. 하지만 입가에 걸린 웃음은 곧 떨리며 무너져 내렸다. 난 그제야 깨달았다. 그의 세상에서 나는 이미 오래전에 지워져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를 사랑한 내 마음이 얼마나 초라하고, 그 사랑이 얼마나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는지를.
‘아아, 신이시여.’
목이 타들어 가듯 간절히 기도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왔다.
‘신이 있다면… 지금까지 저를 외면하셨던 기억을 모두 지우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나는 흐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손끝이 떨리고, 차가운 바닥에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몸이 흔들릴 만큼 깊은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그와 팔짱을 끼고 들어오던, 미소가 예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와는 너무도 다른 그녀. 그의 사랑을 빼앗은 여자, 그의 미소를 독차지한 여자. 그녀의 존재만으로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제가 그녀가 되게 해주세요.’
마침내 터져 나온 기도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세상이 멀어지는 듯 시야가 흐려졌다. 심장이 불길처럼 타오르다 이내 꺼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빌고, 울분에 못 이겨 바닥에 쓰러졌다.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고,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
“…어?”
정신을 차린 나는 가히 충격을 참을 수 없었다.
어째서 내 위에 당신이 있는 거야?
김주환.
그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숨이 막혔다.
“자기야, 기절할 만큼 좋았어?”
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아, 그 미소.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아무리 노력해도 단 한 번도 나를 향해 웃어주지 않던 남자. 드디어… 나에게도 미소를 보여주는 걸까?
“으응…”
의식이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의 목을 팔로 감싸 안았다.
“뭐야, 갑자기?”
그가 기분 좋게 웃다가 문득 얼굴을 찡그렸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런 행동을 싫어하는 건가…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의 목에서 팔을 풀었다.
“…미안, 너무 힘들어서…”
“후… 너니까 이렇게 넘어가 주는 거야. 내가 그 여자처럼 행동하는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 여자? 대체 또 어떤 여자랑…
생각이 자꾸만 꼬리를 물고 따라오지만, 나는 억지로 마음을 틀어막았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시선을 온전히 받는 이 순간만 느끼고 싶었다. 다른 여자 따위는 애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이 꿈같은 순간에만 몰두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
탁자 위에서 주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셔츠 단추를 잠갔다. 내용은 업무 이야기인 듯했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또다시 나를 두고 떠나려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여기서 붙잡으면 싫어할 것이 뻔하다는 것도 알았다.
“자기야,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네. 너는 천천히 씻고 나와.”
주환이 화장대 위 향수를 뿌리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주환이 집을 나가고, 주변을 둘러본 나는 여기가 거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분명 나는 내 방에서 쓰러졌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거실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나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깨달았다. 몸에는 풀어헤친 낯선 옷이 걸쳐져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무의식적으로 화장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털썩 -
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2025.11.02 16:00

다음 화가 궁금해요!!! 몸이 바뀌었으니 복수 할 일만 남았네요!
25.11.05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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