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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했으니 이젠 멸망시키겠습니다
집가고싶다
10화무료 10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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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멸망시키려던 마왕의 목을 베고 죽었다. 그렇게 눈 떠보니 50년이 지나있었고. 나는 사상범이라는 오명을 얻었으며. 우리 가족은 인간 손에 몰살 당했고. 가문은 멸문지화 당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하하하. X같네? “그래. 그래. 나도 어쩔 수 없지.” 인간이고 마족이고 다 개같아. “내가 구한 목숨들이니 내가 도로 거둔다해도 누가 항변할 수 있겠어.”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간, 세계를 멸망시켜야겠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서양풍#복수#사이다물#개그물#동료/케미#빙의#먼치킨#마왕#마법사#능력녀#사이다녀#성장물#생존물#아카데미/학원

“만나서 반갑다, 이 개새끼야.”

 

혈흔이 낭자한 전장.

 

그 속에서 홀로 화려한 검은 연미복을 차려입은 마왕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내가 너 때문에 이 개같은 정치판에 들어섰어, 알아?”

 

주변의 마족과 마물을 잘게 썰어내며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백발의 여자.

 

마왕토벌군의 총사령관, ‘이엘 세즈’.

 

“야, 진짜 반갑다. 내가 널 꼭 만나고 싶었거든.”

 

잃어버린 친우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이엘 세즈는 마왕을 향해 웃으며 소리쳤다.

 

“키에데 그놈이 나한테 너 양보 안 한다고해서 내가 얼마나 걔 엄청 팼는데. 그건 뭐 미안하게 됐지만 내 알 바는 아니고.”

 

동시에 왼손으로 검을 들어 오러를 쏘아대고 오른손으론 수인을 만들며 마법을 썼다.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수 십 명의 마족이 으스러지며 죽어나갔다. 장난스럽게 역수로 쥔 검엔 시체들이 닭꼬치처럼 꿰여있었다.

 

잠깐의 틈에 마왕을 바라본 이엘 세즈는 소리내어 웃었다. 진심으로 마왕을 만나 기쁘다는 듯 숨넘어가라 꺽꺽 웃어댔다.

 

여전히 왼손과 오른손은 바쁜 채로 말이다.

 

그런 이엘 세즈를 향해 그의 친우이자 마왕토벌군 제1군단장, 성기사 ‘키에데 레덴스틸’이 소리쳤다.

 

“이엘 새끼야! 너 정신 놨냐?”

 

“응. 내가 정신 놔도 넌 이겨.”

 

“······ 너 마왕이지? 아군 아니지? 껍데기만 인간이고 마족-”

 

“임무 지휘권 나한테 있다. 인사권도 나한테 있다.”

 

“······ 죄송합니다, 위대하신 총사령관 이엘 세즈님.”

 

“응. 이미 늦었어. 돌아가면 너 말단 병사로 인사 이동 할 거야.”

 

“응. 그거 권력남용.”

 

“응. 말단부터 재시작해.”

 

키에데 레멘스틸이 마왕군 제17군단장과의 전투로 인해 더 이상 대화할 수 없게 되자 이엘 세즈는 다시금 미친 것처럼 웃어댔다.

 

그 얼굴에선 전쟁의 공포따윈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심한데 실험이나 할까?”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축제라도 되는 냥 눈을 반짝이며 웃은 그녀가 각종 마법 술식들을 읊었다.

 

처음들어보는 마법 술식에 떼거지처럼 달려들던 마족들의 신체가 변형되어 갔다.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뒤틀린 팔이 들어오고 정면을 바라보아야 할 목이 꺽여 측면을 향하고 장기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갔다.

 

“전장 한복판에 댄스 대회라니. 재밌긴하지만 면상이 역겨워서 더는 못봐주겠다.”

 

마구잡이로 변하는 신체상태에 혼란스러운 마족들 위로 또다른 마법이 날아들었다.

 

“아아아악!”

 

“아아아, 아아, 인간이 어찌 이리도 악독할 수-”

 

“으아악! 살려주세요 제발!”

 

마법에 의해 마족들의 몸이 천천히 채처럼 잘려나갔다.

 

한 꺼풀 한 꺼풀 바닥으로 추락하는 마족들의 시체를 바라보다 이엘 세즈는 하늘을 보았다.

 

“아. 부모님이 생체실험은 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주변에서 울려퍼지는 마족들의 비명따윈 무시한 채 홀로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마왕군 제21군단장의 목을 단숨에 베어냈다.

 

“그래서 전부 채로 만들어 버렸어요. 이젠 죽은 채니까 괜찮죠?”

 

괜찮아요. 괜찮아.

 

내가 전부 그렇게 만들거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엘 세즈에게 마왕군 15군단과 16군단, 17군단이 쇄도했다.

 

“야 이 새끼들아, 뭐하고 있어! 당장 이엘 세즈 쪽으로 지원 붙어!”

 

“성기사님! 마왕군 후발대가 계속 밀려옵니다!”

 

“하, 마왕 새끼. 여기서 끝을 보자는 거지? 일단 인원 나눠서 중앙으로 가. 가서 이엘 세즈쪽 도와!”

 

터무니없는 마족의 수에 이엘 세즈의 몸 위로 치명상이 늘어갔다.

 

팔다리는 뼈가 보여 너덜너덜해지고 복부에는 수많은 칼이 틀어박혀 가만히 있어도 입 밖으로 피가 울컥울컥 쏟아졌다.

 

하얗던 머리와 피부는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온통 붉었다.

 

붉고.

 

붉고.

 

또 붉었다.

 

“아이 X발. 그날 같네.”

 

자소 섞긴 웃음을 뱉어내며 오러를 방출한 이엘 세즈가 전투 중앙 부분을 차지한 채로 소리쳤다.

 

“오지 마.”

 

자신 쪽으로 지원 오려는 마왕토벌군에게 하는 말이었다.

 

“방해되니까 쓸데없이 올 생각하지 말고 자리 지켜. 대형 유지해.”

 

“예, 총사령관님!”

 

“나는 이대로 돌파한다. 너넨 마족이랑 마물이나 처리해.”

 

“예, 총사령관-”

 

“지랄하지 마. 똥폼잡다 뒈질래?”

 

그 말을 끊은 건 키에데 레멘스틸이었다.

 

“이엘 세즈, 죽고 싶어? 너 지금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쪼가리야. 너덜너덜하다고.”

 

“넌 뭐 아닌 줄 알아?”

 

“마왕한테 돌진하기 전에 디헨한테 신성 치료라도 받고-”

 

“하여간에 요즘 것들은 말이야 하나같이 나약하다니까? 이런 건 기합으로 참는 거야 이 멍청아.”

 

“기합내다 죽겠지 꼰대야. 아니, 어쩌다 나랑 동갑인게 저 모양이 됐지?”

 

오러에 신성을 담아 일격에 군단장을 날려버린 키에데 레멘스틸이 마왕군을 뚫고 이엘 세즈 곁으로 따라 붙었다.

 

“마왕은 내 꺼니까 주제 파악하고 빠져.”

 

3년 간의 전쟁 내내 실없이 웃기만하던 이엘 세즈가 드물게 감정을 내보였다. 검은 두 눈엔 오로지 마왕만이 자리했다.

 

그녀의 참담할 심정을 이해하기에 키에데 레멘스틸은 딱 한 마디만을 했다.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냐고?

 

“해야지.”

 

이 날만을 바라왔는데.

 

“해내야지.”

 

어떻게든.

 

여전히 웃는 낯으로 이를 바드득 간 이엘 세즈가 무너지려는 육체를 검으로 지지하며 바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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