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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상곡(哀想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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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한 당나귀🙇
15화무료 1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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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을 기억하는 여자, 윤수련. 이름 없는 궁녀로 살았던 전생을 매일 밤 악몽으로 겪는다. 왕의 총애를 받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오직 한 사람. 왕의 호위무사, 무를 향해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끝에 단도를 배에 꽂고 목을 맨 그날. 수련은 저주받았다. 현생에서도 불행을 몰고 다니는 아이가 되어버린 수련. 반지하방에서 온갖 알바를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그녀 앞에, 전생의 두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진수혁.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이공찬. “이상하게 당신이 자꾸 신경 쓰여서 미칠 것 같아요.” “왜 당신만 보면 가슴이 아픈 걸까.” 누가 왕이고, 누가 무인가. 전생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수련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이번에는,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리다.

#로맨스#궁정로맨스#현대#환생#애잔물#삼각관계#오해물#후회남

1화

 

 

“아아아악! 아아아악!”

 

허락받지 않은 자는 발조차 들일 수 없는 구중궁궐.

찢어지는 비명이 어둠에 잠긴 궁궐을 뒤흔들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마마!”

 

자경전(慈慶殿) 앞은 발을 동동 구르는 궁녀들로 인산인해였다.

모두가 노심초사하며 중전의 출산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분명 경사스러운 날이었건만, 궁녀들의 낯은 그리 밝지 않았다.

 

지밀상궁이 옆에 선 궁녀를 재촉했다.

 

“전하께오선 아직도 소식이 없으신 거냐?”

“그것이…….”

“이제 진통이 시작된 지 10시간이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상궁은 재빨리 혀를 깨물었다.

감히 입에 올려선 안 되는 불경한 말을 올릴 뻔했다.

 

“죄, 죄송하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사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너라도 어서 가보거라!”

“예, 마마.”

 

궁녀는 발바닥에 불이 붙도록 달음박질쳐 강녕전(康寧殿) 쪽으로 사라졌다.

 

“궁의 법도가 어찌, 어찌 되려고…….”

 

지밀상궁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그 너머를 힐끗거렸다.

 

*

 

그 시각, 강녕전은 기이한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표정 없이 시립한 궁녀들은 누구 하나 움직일 기색이 없었다.

여러 겹의 장지문 너머로 들리는 인기척에 미동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헉, 허억.”

 

거칠게 터지는 숨.

 

“어떠느냐. 여기? 이 깊숙한 곳이 좋으냐?”

 

하늘하늘한 자리옷 하나만 느슨하게 걸친 젊은 왕은 한 여인을 정신없이 탐하는 중이었다.

 

“…….”

 

열기가 가득 차오른 왕의 거처.

이 나라에서 가장 높으신 분의 아래에 깔린 여인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승은을 입고 있는 자가 지을 법한 표정이 아니었다.

어떠한 기대감, 기쁨, 하다못해 조금의 쾌락조차 내비치지 않은 무표정.

 

“크윽!”

 

거세게 쳐올리는 움직임에도 여인은 그저 끈 떨어진 인형처럼 흔들릴 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왕은 익숙하다는 듯 정사를 계속했다.

 

부르르 떨리는 왕의 허리께에도 밑에 깔린 여인의 두 눈은 미동이 없었다.

일방적인 정사의 끝.

마음껏 여인의 몸을 짓이긴 왕은 파정한 뒤, 느리게 물러섰다.

 

“…….”

 

왕이 일어서자, 그제야 죽지 않았다는 듯 깜빡, 하고 만다.

 

“너…….”

 

혀를 찬 왕이 무어라 말을 열려고 했을 때였다.

 

“전하! 지금 자경전에서 출산이 임박했다고 하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왕의 움직임에 맞춰 열린 장지문 너머로 상궁 한 명이 크게 외쳤다.

왕은 인상을 쓰며 그쪽을 쳐다보았다.

 

“저어어언하! 애기씨께서……!”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두 번째 읍소가 이어졌다.

 

“…….”

 

조금 전까지 안은 여인을 말없이 내려다본 왕은 두 팔을 벌렸다.

궁녀 두 명이 신속하게 다가와 왕의 맨몸을 닦아냈다.

침의가 벗겨지고 완벽하게 다듬어진 지존의 몸이 호롱불 아래로 드러났다.

곧 그 위로 완벽한 격식의 예복이 갖춰지고 왕은 미련 없이 방에서 벗어났다.

 

여인을 다시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탁.

 

장지문이 닫히고서 여인은 두 눈을 즈려 감았다.

그와 함께 아래쪽에서 울컥, 왕의 정이 새어 나왔다.

 

“…….”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눈가는 버석하게 메마른지, 오래.

여인은 헐벗은 몸을 속곳으로 가리며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다.

 

스륵, 탁!

 

아까와는 사뭇 다른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장지문이 열렸다.

서슬 퍼런 눈을 한 상궁이 들어와 가까이 오기도 싫다는 듯 차게 내뱉었다.

 

“끝났으면 나가보아라.”

“…….”

 

스륵.

 

마치 유령처럼 그 자리에서 일어난 여인.

그와 함께, 왈칵, 왕의 정이 밑에서 쏟아졌다.

 

스스슥. 궁녀들 몇이 와서 여인의 밑을 닦아주었다.

 

왕이 쓰는 면포와는 다르게 거칠기 짝이 없는 헝겊과도 같은 면포다.

거칠게 여인의 아래쪽을 남김없이 닦아내고.

여인은 그제야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아주 재빠르게 속곳과 치마를 입은 여인이 막 저고리를 팔에 꿰려고 했을 때.

 

“쯧.”

 

들으라는 듯 상궁이 혀를 차고 방을 나서며, 궁녀들에게 명령했다.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도록 청소해 놓거라. 지엄하신 전하가 잠드실 곳이니.”

“예, 마마.”

 

조금 전까지 여인이 몸을 뉘였던 금침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 다시 한번 짚어주는 말이었다.

마치 여인의 흔적이 더러운 오물인 것마냥 말하는 어투가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

 

하지만, 여인은 익숙하다는 듯 손을 쉬지 않았다.

여인은 제 옷가지를 모두 입고.

상궁에게 깊숙이 절을 한 번 했다.

 

하지만, 상궁은 이미 방에서 나간 뒤였다.

 

“뭐 하느냐. 썩 꺼지지 않고.”

“……네.”

 

밝혀놓은 촛불도 흔들지 못할 것 같은 아주 작고 미약한 대답이었다.

여인은 발소리 하나 남기지 않고 왕의 처소에서 벗어났다.

 

날렵하고 은밀하게.

마치 그녀가 이곳에 온 적이 없었다는 듯.

아주 작은 소리조차 남기지 않고.

 

그녀에게는 등불 하나 허락되지 않았다.

여인은 어둠이 무겁게 내리 앉은 강녕전의 복도를 쉬지 않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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