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새벽 택배 일을 하며 폐인이 된 어머니와 고등학생 남동생을 부양하던 청년 최시영. 그러나 어느 날, 새벽 배송을 마치고 귀환한 그는 끔찍한 광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208cm/170kg, 통칭 '골리앗'이라고 불릴 만큼 강인한 육체 비해 유약한 성격이었던 남자가 피지컬에 어울리는 복수자로 각성해가는 이야기.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
낡아빠진 건물의 앞에 선 순간, 그런 느낌이 뒤통수를 강타했다.
겉으로 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 이상으로 지나치게 고요하고 특별할 것 없는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공기라고 해야 할까, 느껴지는 기운이 전혀 달랐다.
그 기운은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짙어져, 입구에 다다르자 현기증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후우... 후우..."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감각이 예민해지고, 시간감각이 확장되어 주변의 모든 것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 앞으로 발을 내딛어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이 앞에 있는 너덜너덜한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사람이 나 혼자였다면,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서 전속력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에는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 남동생과 어머니가 아직 잠을 자고 있을 터다.
그렇기에 나는 멈추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한걸음씩 떼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얼마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극도로 예민해진 나에게는 그 짧은 계단이 마치 끝없는 나락으로 이어진 지옥의 계단으로 느껴졌다.
마치 블랙홀의 중심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한 번 떨어졌다간 다시는 나올 수 없게 될 것만 같은 감각.
그런 불안감을 애써 견뎌내며 기어이 마지막 계단을 밟은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문자 그대로의 지옥이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보다 더 어울리는 말을 도저히 찾지 못할 정도의 광경.
좁은 복도는 이전에 인간이었던 무언가의 짓이겨진 살점과 끈적한 핏자국, 그리고 뼛조각과 내장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간신히 인간의 형상을 유지한 이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차갑게 식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지옥의 중앙, 원래는 나의 집이었던 단칸방의 중앙에는,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이형의 무언가가 사람의 형상을 끌어안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머니...?"
나는 그 이형의 무언가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것의 정체를 직감했다.
양 눈에서는 불꽃이 일렁이고, 이빨은 상어의 그것마냥 뾰족하게 변했으며, 피부는 단단하게 굳어 갑옷처럼 변했고, 양 팔에서는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는 악마의 형상.
그러나 내 영혼은 그것이 나의 어머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미안하구나, 시우를 지키지 못했어."
어머니는 불타오르는 양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랬다.
어머니가 안고 있던 사람의 형상은, 피에 젖어 검붉게 물든 남동생의 시신이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이걸 모두 어머니가 한 거예요?"
믿을 수가 없었다.
악마의 모습도, 도대체 원래는 몇 명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진 시체들도 그랬지만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은 어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
그게 왜 믿을 수 없는 사실이냐고?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어머니는...
어젯 밤 내가 택배 회사로 출근하는 순간까지도 의사소통은 커녕 혼자서는 아주 기본적인 일상 생활조차 할 수 없는 폐인이었으니까.
"미안하다... 내가 모두를 지켰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지키지 못..."
분명 폐인이었을 터인 어머니는 동생의 시신을 쓰다듬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어머니!!!"
어머니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몽롱했던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나는 온 힘을 다해 뛰쳐나가 쓰러지는 어머니의 몸을 잡았다.
마치 단단한 갑충의 껍데기를 만지는 듯한 감각.
대체 어째서 어머니는 이렇게 변한 것일까, 그리고 죽어있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이고, 남동생은 무엇 때문에 죽었는가.
혼란스러웠다.
"미안하구나, 엄마가 미숙한 나머지 너에게 큰 짐을 짊어지게 했어... 끝까지 지키고 싶었는데..."
일그러진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시 사과하는 어머니.
딱딱하게 굳어진 손이었지만, 피부에 닿는 느낌은 어릴 적 아픈 나의 배를 어루만져주었던 그 부드러운 손길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아아... 나의 아들, 너의 앞길에는 이런 일이 없기만을 바랬건만 하늘도 잔혹하시지.."
그 날의 내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아마도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결국 실신했던 것이겠지.
그 다음 내가 눈을 뜬 곳은, 근처 대학병원의 병실 침대 위였다.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깨어난 나를 맞아준 것은 내가 일하는 택배 회사의 팀장님.
"그렇게 어렵게 살았으면 나에게 한 마디라도 해 주지 그랬냐."
50대의 나이임에도 꾸준한 운동으로 꽤 탄탄한 몸을 가진 그는, 몸과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나에게 말했다.
팀장님의 말로는 내가 쓰러져 있는 동안 팀장님과 단칸방의 집주인이 주도하여 사건을 수습했었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악질적인 사채업자가 붙어있었을 줄이야, 말이라도 했었으면 도와줄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팀장님은 퉁뭉 불은 눈으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경찰에게도 들은 이야기지만, 사건은 빛 독촉을 위해 찾아온 사채업자가 독촉 도중 동생을 폭행했고, 눈이 돌아간 어머니가 사채업자들과 격투를 벌여 모조리 죽인 뒤 본인 또한 격투 중의 상처로 사망했다.... 라는 식으로 종결된 모양이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우리집은 확실히 넉넉치 않은 형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빈곤하지는 않았다.
내가 택배 일로 버는 수입만으로도 3인 가족이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었고, 그 덕에 은행 빚은 좀 있을지언정 사채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바로 전날까지 거동조차 못 하는 폐인이었던 것은 덤.
나를 찾아왔던 경찰의 찝찝해하던 표정도 그렇고, 아무래도 무언가 정보 조작이 가해졌으리라.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집안 일인지라..."
그렇지만 나는 그 모든 의문을 삼키고, 팀장님의 손을 잡아 드리며 거짓말을 했다.
좋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어머니와 동생은 어떻게 되었나요?"
"두 사람의 시신은 부검 후 수습해서 현재는 국과수의 영안실이라고 들었다. 장례를 치룰 거라면 도와주마."
"... 외할머니가 제주도에 아직 살아계실 겁니다. 어머니의 고향도 제주도라서 그쪽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알았다. 내가 방법을 알아보마. 회사에는 내가 말해둘 테니 몸 추스릴 때까지는 푹 쉬고."
"감사합니다."
떠나는 팀장님을 배웅하며, 나는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2025.12.05 18:00
2025.11.2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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