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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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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통조림
1화무료 1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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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수 - 하 진 메인공 - 버트 장 평범한 삶을 살아온 진이 버트와 만나면서 점점 버트의 세계로 물들어가고, 더이상 돌이킬 수 없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어떻게든 되돌릴 수 없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는 선택

공모전 참여작

“그렇게 바라던 결말에 닿았네.”

 

당장 숨을 거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힘이 실려 잘게 떨리는 두 손 위로, 새빨갛게 올랐다가 이어 희게 질려버린 얼굴에 번지는 옅은 미소. 지금 자신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저를 죽이는 이를 장하다는 듯 바라보는,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는 눈꺼풀 뒤 시선. 한 손으로도 잡아다가 떼어낼 수 있을 만큼 큰 덩치 차이에도 얌전히 벽에 기대앉은 몸을 일으킬 의지 하나 없다는 걸 내비치는 표정에 도리어 두 손에 숨을 쥔 남자의 얼굴만 점점 일그러져간다.

벽에 기대앉은 채 두 손으로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저를 죽이는 이를 두 눈에 담아둔 채 한쪽 손을 올려선 잘게 떨리는 남자의 악다문 뺨을 감싸고선 숨이 새어 나오지도 못하는 입만 겨우 벙긋거린다.

 

“축하해. 진아.”

 

-

 

“축하해. 진아.”

 

사람을 죽인 사람에게 가장 처음 뱉은 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껏 들어온 그 어떤 위로나 격려보다 가장 시원했고, 가장 통쾌했고, 가장 적합한 말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쇠 파이프가 낸 요란한 소리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지만, 그 흔적은 한참이나 귓가를 맴돌았고, 그 소리에 미동도 하지 않는 건 파이프 옆에 누운 저 기척뿐이었다.

 

“숨 쉬어야지.”

 

진아. 형 봐. 저거 그만 보고 형만 봐. 등 뒤에서 넘어온 기척이 바닥에 엎어진 인영과 시야를 가로막았다. 형 보고 숨 쉬어. 커다란 두 손이 아래로 기운 낯을 감싸 올렸고, 잔뜩 흔들리던 눈동자 안에 익숙한 얼굴과 그 시선 속에 담긴 자신이 들어오자 짧게 끊기던 숨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죽었어요?”

“죽었어.”

“진짜, 진짜 죽었어요?”

“진짜 죽었어.”

“…….”

“이제 끝났어.”

“……흐읍…….”

“쉬이……착하다.”

 

커다란 품 안에 안겨 모든 시야가 가로막혔다. 서늘한 감각도 잠시, 담담한 온기에 감싸이고 나서야 현실이 직시 되자 진이라 불리던 소년은, 아니, 남자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으로 그저 손에 잡히는 옷자락만 부여잡아 매달렸다.

사람을 죽였다. 내 손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사람을 패 죽였다. 검붉은 피가 끈덕지게 들러붙은 쇠 파이프는 바닥에 진득하게 붙어 구르지도 못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지도 못할 만큼 뭉개진 두개골 아래로 붉은 것과 다른 것이 잔뜩 뒤엉켜 튀어나왔다. 제발 살려달라 빌던 두 손은 차가운 바닥만 담았고, 감기지 못한 눈동자가 아직도 자신을 원망 가득 담아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내가 죽였어요. 내가, ……”

“진아.”

“내가 사람을, 내가, “

 

사람을 죽였다. 아무리 몹쓸 사람이었어도 정말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을까. 내게 누군가의 목숨을 저울질할 자격이 있었을까. 누구라도 그런 자격은 없지 않았을까.

머릿속이 온통 뒤엉킨 실타래가 되어가는 와중에 품 안으로 두 손이 파고들었다. 스스로 뱉어내는 목소리도 듣지 말라는 것처럼 두 손이 양쪽 귀를 덮어 감쌌다. 숨이 뒤섞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까워진 시선. 다른 건 보지 말라 말하는 것만 같아서, 진은 그저 눈동자 안에 비친 일그러진 제 낯만 바라보며 양손을 올려 두 손목을 잡아 매달렸다.

 

“저 새끼가 무슨 짓 했는지 알잖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죽이는 건……”

“네 손으로 그 지독한 지옥을 끊어낸 거야.”

“......”

“이제 다 끝났어.”

 

다 끝났다는 말이 버튼처럼 작용하기라도 한 걸까. 온통 뒤엉킨 실로 가득 차 새카맣기만 하던 머릿속이 도리어 하얗게 질렸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귓가를 맴도는 말이라고는 이제 다 끝났다 속삭이던 낮은 목소리뿐.

짧은 헐떡임은 이어 흐느낌이 되었고, 뿌옇게 서렸던 시야는 점점 제 맞은편에 선 남성의 얼굴 위, 늘 짓던 미소를 마주했다.

 

“형……”

“응. 형 여기 있어.”

“형, 나, ……나, 이제, ”

“응. 이제 다 끝났어. 이제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무 일도 없어.”

 

도로 저를 끌어당기는 품에 아무 저항 없이 끌려간 진은 제법 부드러운 코트 위로 다 젖은 낯을 묻었다. 눈물이며 콧물이며 다 상관없다며 저를 당겨 안아주는 큰 손에 기댄 진은 알고 있었다. 이미 아무 일도 없게 되지 않았다는걸. 그럼에도 외면하고 싶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아무 일도 없던 거라고. 아무 일도 없어야 한다고.

 

-

 

“진짜. 하늘에 맹세코 진심으로! 아무 일도 없을 거라니까?”

“그럼, 네가 하면 되지, 왜 날 시키냐니까.”

“제발, 진. 너 돈 필요하다며. 아냐? 내가 특별히 너 생각해서, ”

“내가 아니라 널 생각했겠지. 진짜 아무 일도 없는 일이면 나한테 주겠어? 네가 했겠지.”

 

진은 연신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그 종종걸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잡은 새파란 머리카락은 오히려 큰 팔을 어깨에 둘러 걸음을 맞췄다. 백 팩 위로 묵직하게 내려앉은 무게감은 하루이틀이 아니었고, 이런 실랑이 또한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그냥 가서 서빙만 하면 된대.”

“그럼, 네가 해, 그 서빙.”

“조건이 안 맞는다니까? 난 키가 너무 커. 세상에 서버 조건으로 190cm 이상은 지원 불가를 적어두는 게 어디 있냐니까?”

“그러니까 그 조건이 이상하다니까. 서버가 키 좀 크면 어때서.”

“그래도 페이가 장난 아냐. 너 지금 하는 파트타임 한 달 치를 하루 만에 벌 수 있대.”

“한 달 월급을 하루 만에 주는 곳은 대부분 엄한 곳이야.”

“제발. 나 형한테 완전 딱인 사람 있다고 이미 말까지 다 해놨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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