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이제, 정의로운 촉법을 세상에 보여줄 시간이다!" 범죄자들에게 가족을 잃은 아빠, 하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 아빠는 12살 딸의 몸으로 빙의하여 형사처벌 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지위를 방패삼아 세상에 정의를 구현한다
- 촉법소년, 형사미성년자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살해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테러를 일으켜 수천수백만 명을 사망하게 해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위기에 빠뜨려도 그렇다.”
스마트폰을 보며 민준의 담당 간호사가 말했다.
일인실 병실 침대에 똑바로 누워있는 민준.
민준은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
“…어디에 그렇게 나와 있는 건가요?”
“촉법소년으로 검색하니까 이렇게 나오긴 하는데, 이런 법이 맞는 건가 싶긴 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을…”
간호사도 더 이상의 이야기가 조심스러운 듯 말끝을 흐린다.
“그럼 이따 저녁 식사 시간에 뵈러 올게요! 무슨 일 있으면 크게 부르시고요, 아시죠?”
민준의 담당 간호사는 밝은 인사와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민준은 곁눈질로 겨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곁눈질을 할 수밖에 없다.
민준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오른손 손가락 한두 마디뿐이기 때문이다.
“흡!…”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온몸에 힘을 줘보지만, 손가락 끝 밖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답답한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말로만 들었던 전신마비.
민준은 하루아침에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신을 차린 지도 벌써 열흘 정도 된 것 같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는 일주일 동안 혼수상태였다고 한다.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그날 이후로 벌써 보름 정도가 지난 것이다.
“수영…민아…”
민준은 아내와 딸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본다.
눈가에 눈물이 흐르지만, 혼자서 눈물을 닦을 수도 없다.
***
그날은 유난히도 날씨가 선선했다.
갈수록 봄가을이 짧아지고 있어서,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이 짧은 가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민준의 가족은 다 같이 산책하러 가는 길이었다.
“아빠, 이번 생일에 나 폰 사주기로 한 거 기억하고 있지?”
“응? 그랬나?”
“이것 봐, 또 이런다. 중학교 들어가기 전 초등학생 마지막 생일 때 폰 사주기로 했었잖아~!”
“하하... 우리 민아 생일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어요.”
“아으, 어차피 사줄 거 미리 사주면 안 돼?”
“안돼~ 그럼 너 생일 때 또 다른 거 사달라고 할걸?”
아빠와 딸의 대화를 들으며 수영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사실 민준은 이미 민아에게 선물하기 위한 휴대폰을 미리 사 둔 상태였다.
중고 마켓에 깨끗한 중고 휴대폰이 저렴하게 올라온 것이 있어 미리 구매해 둔 것.
물론 민아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빵- 빠앙--”
“빵빵--빠앙--”
저 멀리서 시끄러운 경적이 들려온다. 민아가 인상을 쓰며 경적이 난 방향을 바라봤다.
“아우 시끄러워. 운전을 어떻게 하길래 저 난리야?”
민준도 고개를 돌려 경적의 방향을 쳐다봤다. 한 쌍의 밝은 헤드라이트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데, 그 움직임이 뭔가 이상하다.
“어…어…?”
민준의 심장이 철컹 내려앉는다. 이상하다.
분명 저 차는 정상적으로 달려오고 있지 않다. 대충 봐도 차선을 이리저리 넘나든다.
속도도 정상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
무엇보다... 방향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
“민아야! 여보! 안쪽으로 피해!!”
“어…??”
고라니들은 야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다.
그래서 그 빠르다는 고라니도 차에 종종 치인다고.
야생동물도 그러한데 사람은 오죽할까?
지금 민준의 눈앞에 바로, 그의 딸, 민아가 얼어붙어 있다.
민아는 고라니가 아니다.
민아의 얼굴에 헤드라이트 불빛이 점점 환하게 번지고 있고, 민아의 놀란 얼굴이 너무나도 잘 보인다.
마치 연극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피해~~!!”
마치 민아를 노린 듯이 정면으로 돌진하는 자동차.
동시에 민아를 향해 몸을 던지는 민준.
모든 게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민준의 눈에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지는 또 하나의 장면.
바로 그의 아내 수영도 민아를 향해 몸을 던지고 있다.
“아앗!”
민준은 가까스로 민아를 밀쳐냈고, 민아는 인도 옆 화단 안쪽으로 나뒹굴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민준과 수영이 뒤엉켰고…
-끼익~~퍽, 쾅!
민준과 수영은 부둥켜안은 채로 자동차의 앞 유리에 1차로 부딪힌다.
그리고 용수철처럼 위로 튕겨 올라간 뒤, 차가운 아스팔트로 굴러떨어진다.
민준과 수영을 강하게 들이받은 흰색 세단은 몇미터를 더 가서야 멈췄다.
민준은 도로에 누운 채로 눈을 깜박이고 있다.
자신의 피인지 수영의 피인지 모를 검붉은 액체가 눈앞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민준의 시야 속 수영은 도로에 누운 상태로 미동이 없다.
“여…여보…”
- 철컥.
운전석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내린다.
“아 시발! 미치겠네!!”
조수석과 뒷자리에서도 두 명이 더 내린다.
“야! 천천히 가라고 했잖아!”
“어떡하지? 빨리 도망갈까?”
“우리 잡혀도 어차피 처벌 안 받아! 일단 튀자!”
민준은 겨우 고개를 돌려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총 세 명. 민준은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머리를 다쳐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끽해봐야 중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사고 이후 일주일 뒤에야 민준은 깨어났다.
말이 깨어났다 이지, 전신마비 상태가 되었으므로
가까스로 정신만 차렸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아내 수영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한다.
‘운 좋게 가까스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 정도 충격이었으면 나처럼 전신마비가 되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게 최선이었겠지... 차라리 나도 같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껄..’
민준은 움직이지 않는 자기 팔다리를 보며, 차라리 그도 그 자리에서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났으면 어땠을까 하며 속으로 절규했다.
적어도 이렇게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테니까.
가장이라고 하는 아빠가, 무기력하게 전신마비 상태로,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 경험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고통.
앞으로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형부~ 일어나 계셨어요?”
슬픔에 잠겨있던 민준.
처제가 병실에 들어오는 줄도 몰랐다.
“좀... 어떠세요?”
“응... 그냥 뭐 똑같지. 진통제 맞고 있으면 견딜 만해.”
민준의 처제, 하영이다. 수영의 하나뿐인 여동생.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병실로 들어선 또 한명.
바로 민준의 딸, 민아였다.
“미..민아도 같이 왔구나!”
“……”
민아는 병실에 누워있는 남자가 마치 모르는 사람이라는 듯 시선을 주지 않는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할 뿐.
“민아야, 아빠한테 인사드려야지~”
“……”
하영이 민아와 눈높이를 맞추며 인사를 권해보지만, 민아는 그런 하영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됐어, 처제. 민아는 여전히 말이 없는 거지?”
“네, 형부. 정신과 두 번 정도 상담받았는데, 아직은 전혀 변화가 없어요.”
하영은 민아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의사도 장기전으로 봐야 할 거라고 하네요. 한창 예민하고 민감할 시기에 그런 충격을 겪었으니.. 멀쩡한 게 이상한 거라고..”
“고마워 처제. 빨리 회복해서 내가 민아를…”
“형부, 지금은 민아 걱정 말고 회복에만 신경 쓰세요~”
민아는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 외에 다친 곳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사고 이후 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함묵증이래나 함구증이래나..
의사 말로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너무 심해 일상생활 자체를 극도로 기피하고 있고, 그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차에 치일 뻔 한 자신을 구하다가
2025.11.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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