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빛은 곧 피렌체 제국에 무한한 영광과 번영을 안겨다 줄 것이며, 어둠은 빛을 집어삼키고 이윽고 피렌체 제국을 파멸로 이끌리라!> 100여년 만에 제국에 내려진 예언. 비참한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환생한 아슈타르테 황녀. 고통스러웠던 전생처럼 살지 않기 위해, 지금의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죽고 싶지 않다면 날 그렇게 부르지 마라.” 돌아오는 것은 매정한 눈빛과 차가운 말들뿐이었다. 예쁨 받기 위한 모든 행동이 더 이상 의미 없음을 깨달았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도 그들의 사랑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그런데 당신들은 언제부터 나를 그런 애원하는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나. *** “아슈타르테. 안타깝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 그래봤자 자신은 어둠일 뿐이니. 모포 안의 어둠 속에 가라앉는 마음은, 곧 이어지는 리온의 말 한마디에 눈 녹듯이 사라져갔다. “그러니까 당신도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필요는 없어요.”
1화. 프롤로그
“신탁입니다! 신의 말씀입니다!”
생기 넘치는 얼굴. 자신감 넘치는 음성.
어찌 보면 오만하다고까지 느껴질 목소리의 주인은, 대륙의 최강국가 피렌체의 대신관 호레옴이었다.
“폐하! 이 대신관 호레옴. 신께 직접 신탁을 내려받았습니다!”
“드디어! 역시 신께서는 피렌체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100년 만이 아닙니까! 실로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폐하!”
피렌체에 100년 만에 내려온 신탁이었다.
그러나 피렌체의 황제 오르웬은 웅성거리는 신관들을 무감하게 내려다볼 뿐이었다.
신탁 따위에는 관심 없는 사람처럼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호레옴은 순백의 로브를 펄럭이며 모여드는 몇몇 신관들을 지나쳐 황제 앞에 무릎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감은 채, 신의 말씀을 전했다.
《제국력 158년, 암월 홍의 날. 제국에 빛과 어둠의 샛별이 함께 탄생할 것이다.
이는 곧 새벽의 여신의 인도 아래에 일어난 기적과도 같으니 빛은 곧 피렌체 제국에 무한한 영광과 번영을 안겨다 줄 것이며, 어둠은 빛을 집어삼키고 이윽고 피렌체 제국을 파멸로 이끌리라!》
“그러니까 대신관은 지금─”
오르웬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바닥을 내려다보는 호레옴을 향해 다가섰다.
계단을 밟는 그의 구두 소리가 장내를 고요히 에웠다.
“짐의 아이가 이 나라를 멸하게 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마침내 그의 코앞에 당도한 오르웬이 바닥을 덮는 하얀 로브를 짓밟으며 말했다.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
“시답잖은 소리를 신탁이라고 들고 오다니. 대신관도 어지간히 할 일이 없나 보지?”
그를 내려다보는 오르웬의 녹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오르웬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짐과 동시에 그늘진 호레옴의 얼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소가 그려졌다.
그 후 오르웬은 자신의 기분이 심히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피렌체 내에 세워진 신전들을 반쯤 파괴했다.
그렇게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자네, 그 얘기 들었나?”
“그 신탁의 이야기 말이지요?”
“그래그래, 신탁 말일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제께서는 말도 안 된다며 동부 신전을 모두 파괴했다 들었지만─”
그러나 제국민(帝國民)들은 그 터무니없는 예언을 거짓부렁이라 외면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내용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 사실이 틀림없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황후님과 코르티잔 사이의 아이 때문이지요?”
예언이 내려진 이 시기.
제국의 황후 레베카 피렌체와, 단 하룻밤 승은을 입은 평민 출신 코르티잔이 모두 황제의 핏줄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암월 홍의 날이 되면 모두 밝혀질 일이겠지요.”
“맞아요. 그 날이 오면.”
제국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피렌체의 예언은 전 대륙을 휩쓸었다.
그 누구 하나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리고 제국력 158년 암월 홍의 날. 예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날한시에 제국에 두 샛별이 태어났다.
한 명은 황후 레베카 피렌체의 배에서 나온 ‘아슈타르테’ 황녀.
또 한 명은 사생아 ‘아마릴리스’ 황녀였다.
“대신관의 예언대로지 않은가! 역시 신탁이 사실이었던 건가!”
“황후님의 아기님이 어둠일 리 없지요. 그 천한 코르티잔의 사생아가 어둠일 게 틀림없어요!”
“피렌체의 성이 사생아 황녀에게 내려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죠.”
아마릴리스 황녀는 사생아라는 이유로 피렌체의 성을 이어받지 못했다.
하물며 세상 빛을 보기도 전부터 출신이 미천한 어미로 인해 예언 속의 ‘어둠의 샛별’이라 불리며 제국민들의 매서운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몸이 약했던 황후를 집어삼키고 태어난 아슈타르테 황녀.
그녀의 머리 색이 암흑색이라는 정보가 퍼지면서 상황은 손바닥 뒤집듯 뒤바뀌었다.
“머리 색이 흑색이라면서요?”
“말도 마세요! 제가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그저 그런 흑색이 아니었어요, 시커멓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색이었다구요!”
“어머! 제가 듣기로는 매혹의 악마, 제롬 같은 외형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던데요?”
“어쩌면 악마의 상징인 뿔도 달려있을지 몰라요!”
“어머나, 끔찍해라!”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이 넓디넓은 대륙에는 흑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인물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아슈타르테는 더더욱 ‘어둠’ 그 자체로 불리었다.
제국력 158년, 사실여부를 떠나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져나가는 소문은 다시 한번 대륙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흑발이라니 어쩜 그런 불길한 색이 피렌체에 존재할 수가 있는 거죠?”
“이제 안 봐도 뻔해요! 아슈타르테 황녀는 어둠이 틀림없어요! 피렌체를 멸망케 할 어둠 말이에요!”
2025.12.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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