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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혼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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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무료 3화

자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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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 남자가 그리 처연하게 우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친우의 장례식장에서 우는 그에게 첫눈에 반해 계약 결혼을 제안했다. “부디 혼인해 주세요, 각하.” 죽은 친우의 부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세월에 풍화되고 마모된 그의 마음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참 아둔하게도. *** “착각하지 마세요, 각하.” “아엘.” “지난 세월 아둔했던 제가 불쌍해서 우는 거예요.” 카일 헤레이스. 내가 결혼한 남자이자 전쟁 영웅. 젊은 나이에 작위뿐인 가문을 제국의 명가로 일으킨 남자. 늘 평정심을 잃지 않던 그가 드물게 무너진 얼굴을 했다. 당신도 나로 인해 그런 얼굴을 할 수 있구나. 그에게 미련 따위 없었지만 조금은 통쾌했다. “부디 이혼해 주세요, 각하.”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가 없는 인생을.

#로맨스판타지#가상시대#서양풍#상처남#후회남#상처녀#애잔물#계약관계#능력남#냉정남#평범녀#짝사랑녀

1화


Prologue








나는 태어나 남자가 그리 처연하게 우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태양을 등진 채 무릎을 꿇고 가슴에 손을 얹은 남자는 귀족의 품위 따윈 상관없다는 듯 이를 악물고 울음소리를 삼켰다. 타인이 보면 상주로 오해할 만큼 그는 그 누구보다 고인의 죽음을 슬퍼했다.


누군가의 냉정한 시선으로 봤을 땐 친우의 장례식에서 보이는 모습치곤 과하다 할 수 있으나 그의 모습에는 정당한 이유가 존재했다. 전쟁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다 목숨을 잃은 친구 때문이었다.


일그러진 얼굴, 흐트러진 옷차림, 햇빛을 받은 찬연한 검은 머리칼. 실핏줄이 선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초원을 적신 순간 나는 깨달았다. 눈에 담지 말아야 할 것을 담았다고.


아, 나는 평생 저 사람에게 마음이 종속되어 살아가겠구나.


생에 처음 느낀 감정은 찰나가 아닌 영원임을 짐작하게 했다.


설령 그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향하고 있대도 말이다.


부질없는 마음을 바라고 견디는 것은 자신에게 잔혹한 행동이다. 참 어리석게도 나는 나에게 너무나도 잔혹했다. 나를 돌보는 것은 차선이요, 그를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랑을 갈구하고 또 갈구하고, 구걸하는 애정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지 못한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그의 마음이 내게 돌아설 거라는 희망으로 살았다.


생각해 보면 참 아둔했다. 나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이 사랑을 지속해야 하는 걸까. 착각과 무지에서 나온 용감함이라기엔 책임이 상당했다.


카일 헤레이스. 내가 결혼한 남자이자 전쟁의 영웅. 젊은 나이에 작위뿐인 가문을 제국의 명가로 일으킨 남자.


나는 카일을 처음 보았던 2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마치 환영처럼.


“아엘.”


카일의 나직한 부름에 나는 그제야 환영에서 벗어났다. 몰랐는데 나는 어느새 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심코 시선을 돌린 곳에 카일의 손이 보여 손등에 떨어진 눈물을 옷섶에 문질러 닦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의 손이 닿을 것 같아서였다.


카일의 손을 외면하며 얼굴을 돌리자, 그의 손이 갈피를 잃고 멀어졌다.


참 우습지. 당신의 변덕스러운 다정함에 속아 부질없는 희망을 품었으니.


“각하.”


나의 입에서 거리감이 드러나는 호칭이 나오자, 카일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카일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도 잠시, 그가 주먹을 쥐며 얼굴을 이지러트렸다. 회색 눈동자에 스친 감정은 우습게도 죄책감이었다.


왜? 나는 이제야 내 처지를 깨닫고 새 인생을 살아가려는데. 나는 무감한 눈으로 그의 가식 어린 눈동자를 받아쳤다.


“아엘, 그날은…….”


“해명하지 마세요.”


“…….”


“궁금하지 않으니.”


늘 평정심을 잃지 않던 카일이 드물게 무너진 얼굴을 했다. 당신도 나로 인해 그런 얼굴을 할 수 있구나. 그에게 미련 따위 없었지만 조금은 통쾌했다.


한편으로는 찰나 스친 그의 눈동자가 슬픔을 담고 있어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 내쳐 놓고 무엇이 그리 슬픈 걸까. 위선적인 태도에 서슬 퍼런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착각하지 마세요, 각하.”


“아엘.”


“제가 우는 이유는 당신 때문도, 아이 때문도 아니니까.”


“…….”


“지난 세월 아둔했던 제가 불쌍해서 우는 거예요.”


그러니.


‘부디 혼인해 주세요, 각하.’


“부디 이혼해 주세요, 각하.”


더는 미련도 없으니.






1. 계약 결혼




“부디 혼인해 주세요, 각하.”


“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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