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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 황녀의 첫 번째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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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앤
20화무료 20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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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기 싫어 거리두는 황녀와 자존심 핑계 대며 다가오는 기사의 본격 쌍방구원 힐링 로맨스. * 제국의 영웅, 카일롯 하일리젠트는 모든 게 완벽한 기사였다. 단 하나, 황제 면전에서 ‘더러워 죽겠다’고 들이받는 지옥의 주둥아리만 빼고. 유배지나 다름없는 내 별궁으로 좌천당한 그가 화풀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 남자, 새똥 하나에 칼을 빼어든다!? “당장 죽여버리겠습니다.” “안 돼요!” “제가 저런 작은 새를 상대로 고전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내 직속 기사는 생각보다 호위에 진심이다. 그것도 좀, 과하게. “업히십시오.” “싫어요!” “전하를 위험하게 두는 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제 보니 알겠다. 아무래도 이 남자, ‘보호’와 ‘집착’을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 손끝에서 시작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나를 붙잡은 그의 악력은 견고했다. ‘이게, 지금…….’ 눈앞이 어질했다. 창밖의 노을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내가 꿈속을 헤매고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고고한 기사가, 내 손가락에 이토록 집요하게 닿을 리가 없으니까. 한참이나 내 살결에 입술을 맞추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해보시겠습니까?” 그는 여전히 내 손을 놓지 않은 채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야말로 나는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나더러 지금, 그의 입술이 눌려 있던 자리에…… 내 입술을 겹치라는 건가?

#로맨스판타지#서양풍#달달물#갑을관계#다정녀#상처녀#능력남#직진남#집착남#힐링물#첫사랑

오늘 내 정원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나는 각종 쿠키와 과일, 케이크로 풍성하게 꾸며진 테이블을 살피다 노란 팬지가 가득 든 꽃병의 위치를 아주 조금 고쳤다.

“이건 이 정도면 됐고…….”

부드러운 봄바람이 분수대의 물보라를 퍼뜨리며 손등을 간지럽혔다.

이마 위로 흐르던 땀방울 하나를 늦지 않게 닦아내는데, 아침에 단정히 땋아 묶었던 머리칼이 어느새 흐트러져 있었다.

“앗, 내 머리……!”

“그러게 그냥 저희를 시키시지요, 전하.”

어디선가 볼멘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눈가의 눈물점이 특징인 시녀, 시안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관심은 그녀의 은쟁반에 들린 갓 구운 파이에 꽂혀 있을 뿐이다.

음, 이 냄새는!

“호박파이랑 라즈베리파이, 둘 다 했구나?”

“맛있는 건 하나도 아끼지 말라셨잖아요.”

“잘했어, 시안!”

시안은 뾰로통한 얼굴로 빗을 가져와 내 머리를 손보기 시작했다. 복숭아꽃처럼 연한 분홍빛 머리칼이 그녀의 손 아래 능숙히 정리됐다.

“이제부터라도 가만히 앉아 계세요. 바쁘고 힘든 건 저희가 할 테니까요.”

“첫인상이 제일 중요한 법이야. 당연히 내가 앞장서야지!”

“직속 기사가 생기는 게 그렇게나 좋으세요?”

“응!”

너무 망설임이 없었나.

시안의 목소리는 어딘지 조금 울적했다.

“그렇게 기대하시다 되려 실망하실까 봐 그래요. 어차피 별 볼 일 없는 기사가 배정될 텐데요.”

“또 그 소리야?”

“아니다, 별 볼 일이 없기만 하면 다행이죠. 황녀 전하 등에 빨대를 딱 꽂고 단물이란 단물은 죄다 빨아먹을지도 모르는데.”

“에이, 나한테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사람은 없을 거야.”

“전하, 그렇게 태평하실 일이 아니라니까요.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요. 특히나 이곳, 루미나스 황궁은 더더욱!”

감정이 실린 시안의 손이 머리칼을 꽉 붙들었다. 아프진 않았지만 대단한 기세라서, 나도 모르게 고개가 따라가고 말았다.

“아, 알았어…….”

시안이 이러는 이유야 뻔했다.

내가 사생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황제의 실수, 티아닐라 메르헨. 그것이 지난 22년간 내게 붙어온 수식어였다.

황제와 황후가 지키는 굳건한 황위.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적통 황태자 안테오르와 황녀 세실리아.

빛의 여신 루미나를 섬기며 일부일처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황실에서, 남쪽의 먼 섬에 요양차 떠났던 황제가 얻어온 사생아의 등장은 치명적이었다.

나의 존재는, 한마디로 말해 수치였다.

그런 초라한 황녀에게 배정될 기사라니, 품위라고는 없는 어중이떠중이 기사임이 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잘 지내고 싶을 수는 있잖아.’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몰래 정리했다.

때마침 또 다른 시녀, 메이가 돌아왔다.

“기사 임명식이 조금 전에 끝났대요. 슬슬 오시지 않을까요?”

“정말?”

“네, 찻물부터 다시 데울게요!”

메이는 발랄한 갈색 양갈래 머리를 흔들며 신이 나 움직였다.

나도 질 수 없었다.

“시안, 마지막으로 향초 놓을 자리만 같이 봐줘!”

“네, 네.”

나의 첫 번째 기사님.

그는 어떤 사람일까?

팔뚝만 한 향초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던 중, 정원 한가운데 놓인 루미나 여신상 앞에 잊지 않고 기도했다.

‘오늘도 제게 빛을 허락해주세요.’

천천히 눈을 뜨려는데, 등 뒤로 메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 전하! 회랑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게, 아무래도 기사님이 오셨나 봐요!”

“뭐?”

나는 어정쩡하게 굳어 눈만 끔뻑였다.

무슨 걸음이 이렇게 빠르담?

임명식은 황제의 권한으로 진행되니, 정전이 있는 동궁에서부터 오고 있었을 텐데. 여기는 거기서부터 한참 먼, 서쪽에서도 가장 외진 별궁이었다.

‘30분은 걸릴 거리를 이렇게 단숨에…… 설마, 마나를 다루는 기사일까?’

추측해 보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마나 에테르를 발현시킨 기사는 제국에 서른 명도 채 되지 않는 고급 인력이었다.

‘메이의 소식이 늦었던 걸지도 몰라.’

어쨌거나 시간이 없었다.

나는 일단 향초를 든 채 정원 입구로 달려갔다. 시녀들은 능숙히 내 뒤로 정렬했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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