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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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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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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의 어머니는 아셨을까요. '아름다운 여자의 행복'이라는 의미로 지어준 홍루라는 이름이 사실은 '몹시 슬프고 원통하여 흘리는 눈물'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사실을. 그 이름은 마치 그런 홍루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것만 같았습니다. 혼자 남겨진 홍루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

공모전 참여작#판타지#성장물#오해물#잔잔물#치유물#평범녀

넓디넓은 광장 속에 홀로 갇힌 홍루를 향해, 마을 사람들은 등을 돌려 문을 굳게 닫았습니다. 이 밤의 모임은 홍루가 범죄자라는 듯한 재판이었고, 이미 결론이 나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싸늘한 마을 한복판에 홀로 버려졌습니다.


하지만 홍루의 얼굴에는 작은 원망이나 슬픔조차 없었습니다. 아니, 스스로 그 모든 감정을 없애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홍루는 너무나 일찍 깨달아버렸거든요. 아주 작은 원망의 씨앗이라도 마음속에 싹튼다면, 그것은 바람에 실려 날아가 분노라는 붉게 물든 꽃 피우고, 그 꽃은 결국 증오라는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그 열매는 결국 자신을 불태울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홍루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삼키고 참아내던 그녀의 마음에 이미 깊고 아물지 못할 상처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요. 그 상처들은 마치 마른 땅에 갈라진 틈처럼 서서히, 그러나 끈질기게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다. 마음속 깊이 숨기려 애쓴 그 모든 원망과 증오가 자신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새기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금이 간 마음속에 그것들을 끌어안고 품으며 그저 묵묵히, 그리고 처절하게 견뎌내려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홍루의 방식이었으니까.


홍루의 어머니는 아셨을까요. '아름다운 여자의 행복'이라는 의미로 지어준 홍루라는 이름이 사실은 '몹시 슬프고 원통하여 흘리는 눈물'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사실을. 그 이름은 마치 홍루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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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들의 쨍한 울음소리가 하늘을 가득히 채우고, 모든 것이 눈부시게 반짝이던 여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이마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뜨거운 활기, 푸른 잎사귀들의 초록빛 생명력, 코끝을 스치던 진한 풀 내음까지. 여름은 그렇게 모든 감각을 깨우는 찬란하고 격정적인 계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어느 순간부터, 그 맹렬하던 햇살의 기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매미들의 열렬한 노랫소리는 잦아들다 못해, 이젠 띄엄띄엄 들려오는 아득한 잔향처럼 느껴집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기는 차츰 그 무거움을 내려놓고 마치 투명한 비눗방울처럼 맑고 가벼워졌습니다. 낮에는 여전히 따스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해 질 녘이면 어깨를 스치는 바람 끝에 시원하고 상쾌한 기운이 감돌며, 낮 동안 맺혔던 땀방울마저 부드럽게 닦아줍니다. 마치 여름이 마지막 끝숨을 몰아쉬듯, 모든 열기가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자연의 그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필연처럼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푸릇하던 나뭇잎들은 어느새 여름의 싱그러운 약속을 조금씩 내려놓고, 수줍은 듯 붉은빛과 주황빛, 노랑빛의 비단 옷들로 갈아입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한층 더 높아지고 깊이를 알 수 없게 투명해졌습니다. 그 투명한 하늘 아래,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들의 아침을 알리는 한가로운 울음소리는 이 계절의 방문을 알리는 조용한 초대장과도 같습니다.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과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설렘으로 들판이 바삐 움직이는 계절, 가을이 조심히 문을 두드린 것입니다.


가을과 함께 한 꼬마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힘겹게 번데기를 벗어낸 꼬마 나비가 이리저리 여행을 하는 중이네요. 가을이 온 것에 한껏 신이 난 듯, 순백의 나비 한 마리가 가벼운 날갯짓으로 낮게 날아오릅니다. 들판에 핀 들꽃에게 들렸다가, 길가에 핀 민들레에게 들렸다가, 마치 세상의 모든 향기를 기억하려는 듯 아름다운 선을 따라 날아다닙니다. 힘겹게 번데기를 벗고 나온 아기 나비는 애벌레일 때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하늘 위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 마냥 신기한가 봅니다. 처음 마주하는 이 가을의 풍경이 그 나비에게는 물든 거대한 보물지도처럼 보였겠지요. 작은 더듬이는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듯 분주히 움직입니다.


마침내, 아기 나비는 산 바로 밑에 자리한, 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동네까지 날아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풍파를 피해 외톨이처럼 홀로 동떨어진 마을. 무성한 나무들이 겹겹이 자라난 작은 언덕들과 끝없이 펼쳐진 넓은 들판 한가운데 뱀처럼 꼬불꼬불 나있는 길들만이 이 마을의 입구를 지키는 듯합니다. 마치 신비한 베일에 가려진 듯,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조차 30분은 족히 걸어와야 비로소 이 마을의 어귀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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