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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도 나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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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젤리
18화무료 18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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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이 되어버린 김철수의 일상 이야기 ※표지는 AI로 생성했습니다.

공모전 참여작#판타지#가족물#성장물#시스템/상태창

​1화


하아…. 젠장….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25살 먹을 동안 명확한 꿈도 없이 시간만 보냈다.

그러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올라온 지 어언 2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몸만 올라온다고 공부가 될 리가 있겠는가?

결국, 많은 낙방과 함께 ‘아…. 옛날 과거 준비 하던 양반들도 이랬겠구나….’ 하는 웃긴 생각이나 하는 현대판 선비가 바로 나였다.

같은 처지의 형과 함께 신세 한탄하며 술을 먹고 분명 침대에 누워 잠이 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일어나 보니 이 모양 이 꼴.

내가 고블린 이라니…!

그래…. 난 지금 판타지에서나 묘사되는 고블린이다.

근데 더 웃긴 건 내게 게임시스템이 적용된다는 것.

어떻게 알았냐고? 당연히 알 수밖에…!

예를 들자면 이렇다.

길을 가다가 나무에 손으로 대고 ‘이건 어떤 나무지?’ 하고 생각하면 그 정보가 홀로그램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백번 양보해서 내가 소설에 나오는 ‘게임시스템 가지고 이계에서 잘 먹고 잘살기’의 주인공이라고 해보자고.

하지만 고블린이라니! 이건 아니잖아. 정말 아니잖아.

날 이렇게 만든 것이 신인지 어떤 원인 모를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사람인 채로는 보내줘야 할 것 아니야!

뭐…. 그래도 지금은 이곳 생활에 꽤 잘 적응하고 있다.

이곳에서 밥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내 옛날 생활하고 다를 바가 없더라.

그래도 생활하다 보니 적응이 됐는지 나름 잘 지내고 있다.

뭐? 가족들 생각은 안나냐고? 당연히 나지!

그런데 어쩌겠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한편으로는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처럼 이렇게 저렇게 살다 보면 사람도 되고, 다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지.

지금 내게 이런 일도 일어났는데 꼭 불가능하다고는 단정할 수 없잖아?

만약 돌아가기만 해봐. 그때부터는 현대판타지 한번 제대로 써버릴 테니까.

응? 저기서 무슨 소리가 들리네. 이제 교대할 시간인가 봐.

고마워. 지금까지 내 이야기 들어줘서.

다음에도 대화하자!

“하아…. 내가 미친 것인지…. 미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지….”

녹이 슬어 빨갛게 보이는 단검에 사람 얼굴을 그려놓은 친구 수지.

유일하게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친구를 품속에 집어넣자 갑작스레 밀려오는 비참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스럭

풀을 헤치며 다가온 상대는 세월의 풍파를 알 수 있는 주름이 얼굴을 뒤덮은 늙은 고블린이었다.

[더러운 어금니]

늙은 고블린의 머리 위로 떠오른 이름이다. 오늘 교대근무는 이 할배가 맡을 모양이었다.

고블린으로서는 꽤 드문 늙은 고블린.

이곳 비프스숲에서 최약체인 고블린이 늙었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강인하다는 의미와 같았다.

“또 알아듣지도 못하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하하….”

“이제 들어가 봐라”

“옛!”

지금처럼 이렇게 한국어로 혼잣말하는 그를 보고 모두 ‘정신없는 녹슨검’이라고 불렀다.

할배에게 조잡한 창을 넘기고 터벅터벅 발을 옮기자 하늘의 별이 반짝인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 할 밝은 별들을 보자 절로 고향 생각이 났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소주가 그리운 날이다.

어둑해진 숲길을 지나자 풀과 나무로 지어 올린 집에 도착했다.

문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들어가니 다른 고블린들이 모두 다 잠이 들었다.

-피식

그가 고블린이 되고 나서 가지게 된 새로운 가족들이다.

문득 그는 이곳에 오게 된 기억이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생각해봐라. 다 큰 성인이 애기 고블린의 몸으로…. 처음 보는 녹색 괴물의 젖을 빨고 있을 때 느끼는 황당함을.

지금은 다행히 고블린으로써 적응을 마치며 잘 생활하고 있다.

가족들이 자는 것을 확인하며 그 또한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리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하루의 마지막인 일을 치렀다.

-화악

그에게만 들리는 책장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푸른빛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이름 : 김철수

칭호 : 정신없는 녹슨검

능력 : HP 15 MP 5 SP 5

스킬 :

HP는 신체능력을, MP는 마나와 같은 초자연적인 힘을, SP는 진행도를 지표로 보여준다고 시스템 정보가 알려왔다.

그가 고블린으로써 생활한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만약 누군가 왜 능력치가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해줄 것이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을 곳이 없다’고 말이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몬스터를 통해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도 잡몹 취급을 받는 하급 중의 하급인 고블린이 대체 어디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그는 아직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마을의 전사들과 함께 사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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