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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걸 사건 해결 사무소
박홍삼
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289좋아요 0댓글 0
공모전 참여작#추리/미스터리#현대#복수#드라마#개그물#동료/케미#사제지간#공무원#순진녀#엉뚱녀#평범녀#까칠남#냉정남

"서린아."

"예, 선배님!"

남자는 올라오기 시작한 수염을 긁으며 이제 막 출근한 서린을 파출소 밖으로 불러냈다.

"같이 전일여고 좀 다녀오자."

전일여자고등학교는 관할 내에 있는 곳으로, 여학교라는 특성상 순찰 범위에 반드시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굳이 콕 집었다는 건 이유가 있기 마련이었다.

"사건인가요?"

결의에 찬 서린의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표정을 감출 자신이 없어 괴로운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사건이지. 퇴근 삼십 분 전에 출동을 나가야 하는 내 인생의 큰 사건."

"아…"

"일단 타. 가면서 설명할게."

첫 출동에 바짝 긴장한 서린의 파트너가 영호인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는 그녀의 바로 위 선배처럼 다혈질도 아닐뿐더러 팀장님과 같은 FM주의자도 아니었으니까.

"조금 전에 익명으로 신고가 들어왔어. 바바리맨이 출몰했다고."

"바바리맨…"

"아직 하교중인 학생들이 있을거야, 도착하면 탐문 하고 있어. 순찰은 내가 돌 테니까."

"탐문만요?"

서린의 목소리에서 실망한 티가 역력했다. 그런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영호는 있어 보이는 없는 말을 급하게 덧붙였다.

"그, 뭐냐. 성인지 감수성 알지? 그런 것 때문에 네가 적임자라서 부탁하는 거야."

"적임자… 아! 알겠습니다!"

민원의 최전선에서 닳고 닳은 경찰의 기지가 차 안을 화목하게 만들었다.


———

"아저씨, 바바리맨이죠!"

전일여고 앞, 시기상 의심받기 딱 좋은 코트 차림의 남자가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는 학교 담벼락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학생들을 올려다보곤 다시 본인의 착장을 살폈다.

"굳이 따지면 보세맨이랄까."

그는 코트 안쪽, 엉성하게 바느질된 브랜드 로고를 펼쳐 내보였다.

"꺅!"

남자의 작은 행동에도 학생들은 길고양이처럼 흩어졌다. 남자는 눈을 꿈뻑이며 코트를 다시 갈무리했다.

"아저씨 변태예요?"

그중 리더격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먼발치에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남자에게 무례를 던졌다.

"그건 너무 사적인 질문인데."

턱을 괴고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흐음…" 하는 신음과 함께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일어나며 한결같이 무심한 말투로 답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자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걷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남자의 이상한 대답에 수군거리다 뒤늦게 그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곤 소리치며 그를 쫓았다.

"변태다!"

"바바리맨이 도망간다!"

본인을 향한 소란이 전혀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는 듯 그의 표정은 차분하다 못해 고요하다. 이를테면 폭풍전야처럼.

쿠당탕!

그리고 그 전야가 방금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었는데…"

뒤에서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인해 고꾸라진 그는 꺾이는 팔을 저항 없이 상대에게 맡겼다.

철컥-

이윽고 차갑고 묵직한 것이 양 손목을 감싸는 감각이 느껴졌다.

"자, 잡았다…!"

분명 여고생은 아닌, 그러나 충분히 앳된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남자를 일으키는 손길에서도 흥분 가득한 떨림이 전해온다.

얼굴이며 옷이 온통 엉망이 된 남자는 별안간의 체포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 상대를 확인했다.

160cm는 될까 싶은 아담한 체구. 그에 꼭 맞는 경찰복을 입은 여성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반항하면 사용할 요량인지 어색한 손길로 삼단봉을 펼치려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계서린 순경님."

"어떻게…!"

일방적인 통성명에 서린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자, 남자는 묶인 손을 대신해 턱으로 명찰과 계급장을 가리켰다.

"읏!"

서린은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가렸다. 그녀의 관점에선 이 와중에도 본인의 가슴께를 흘깃거리는 변태로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아무래도 영호를 불러야 했다. 수갑을 채웠어도 본인보다 20cm는 큰 멀대를 혼자 감당하긴 어려울 것 같았으니까. 생각의 끝에 휴대폰을 꺼내 들자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그는 담담한 말투로 서린을 저지했다.

"일이 커질 텐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미란다 원칙은 못 들었고… 현행범도 아니고."

남자의 예상치도 못 한 법률적인 지적에 휴대폰을 든 서린의 손이 우뚝 멈춰 섰다.

학생들이 소리치며 코트 차림의 남성을 쫓는 장면은 충분히 오해할 만한 모습이긴 했지만,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기도 전에 남자의 뺨에 생긴 상처에서 붉은 피가 맺히듯 배어 나왔다. 애석하게도 서린의 눈에 그것은 당일 생산을 보증하는 도장이 찍힌 것처럼 보였다.

"과잉 체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딱히 기세등등한 말투도 아니었으나 서린은 이미 말문이 막힌 상태로 입술만 바싹 말라갔다. 한 건 했다고 들떴던 기분은 그대로 활화산의 분화구에 불시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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