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사냥개 길드의 마지막 생존자, EX급 초월자에게서 힘을 얻어 복수한다.
사냥개들.
국가에 의해 양성된 국가 귀속의 암살 길드.
그들은 전원 S급의, 몇몇은 그를 넘어선 SS급의 헌터들이었다.
그런 사냥개 30마리와 SSS급의 대장견 2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의 길드.
그들은 소수였음에도 명실상부 세계 1위의 길드였으며, 모든 헌터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마치 영원할 것만 같은 최강의 집단.
헌데 그들은 몰살당했다.
고요하고 참혹하게.
***
피비린내와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밀실.
동료와 가족의 시체 더미 위, 유일하게 숨이 붙은 어린 사냥개 하나.
“어째서….”
새끼 사냥개, 최진아.
그의 앳된 얼굴은 피와 눈물로 뒤엉켜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사면에 칠갑된 붉은 피, 바닥에 흩뿌려진 살점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그의 세상이자 안식처였던 곳이다.
“어…째서 이딴 짓을 벌인 거예요….”
가쁜 숨의 진아가 검게 뭉그러진 핏덩이를 토하며 힘겹게 물었다.
수많은 감정이 깃든 그의 눈엔 한 노인의 모습이 비쳤다.
곰? 아니 곰보다는 트롤이나 오우거. 그런것과 흡사한 거구의 노인.
그 노인에게 진아가 다시금 질문했다.
“대답해!”
거구의 노인. 최성한. 그는 한국 헌터 협회장이자 진아의 외할아버지였다.
그가 비웃듯 자신의 손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멍청한 것, 그것도 모르는 거냐.”
노인이 발치에 치이는 시체를 무심히 짓이겼다.
자신를 지키려다 숨을 거둔 여인. 어머니의 시체였다.
“사냥개로서 기본도 안 되어 있구나. 한심하기 짝이 없어.”
으적!
그녀의 시체가 노인의 발길질에 몇번이나 더 으스러졌다.
창백했던 그녀의 피부는 피로 붉게 물들었고. 형상을 유지하던 시체는 더 이상 진아조차도 알아볼수 없도록 변했다.
노인은 그 행위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인지 몇 번이나 그녀의 시체를 걷어차고선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주인을 죽일 만한 힘을 가지게 된 개는 살처분이 원칙. 그것도 모르는 너희는 살처분당한 거지.”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끔찍한 광경에 넋이 나간 진아가 새는 소리로 질문했다.
“뭐라고...요?”
노인이 끌끌 웃으며 진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마치 사형을 선고하는 집행인처럼. 그리고 진아는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천천히..
그 느릿한 걸음소리가 밀실을 메웠다.
철퍽!
그런 피로 가득 찬 발소리. 그 발소리엔 어머니의 피가 배어 있었다.
“쉬운 말로 토사구팽이라 하지. 멍청한 손자야. 너흰 버려진 거야, 그리고 난 그걸 기회 삼아....”
그렇게 말하며 올라가는 노인의 입꼬리.
“……설마.”
“조금 더 큰 권력을 얻으려는 거지.”
“당신이 어떻게 그럴수 있어요….”
툭.
노인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가슴팍의 배지를 가리켰다.
진아도 잘 아는 문양이 세겨진 뱃지였다.
한국 헌터 협회장의 문양. 그것은 곧 모든 길드의 위에 선다는 것을 의미했다.
“멍청하게도. 이제야 봤구나.”
후우.
노인은 입에 문 시가 연기를 진아에게 뱉으며 웃었다.
천천히...
진아의 얼굴에 내뱉어진 시가 연기가 사그라들었을 때쯤.
진아의 이성도 같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사그라든 이성의 빈 자리에 본능이 차올랐다.
진아는 사냥개와 같이 행동했다.
품에 끌어안은 그의 부모, 대장견들의 단도를 쥐고선 노인에게 뛰어들었다.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어릴 적부터 사냥개로 키워진 소년은, 이젠 명백한 사냥개가 되었다 말할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콰득!
어린 개새끼를 잡아드는 개장수처럼.
진아의 목덜미는 노인에게 잡힌 채 몸이 들어올려졌다.
“좋은 공격이구나. 가장 방심하고 있을 때 허벅지의 대퇴동맥을 노리다니.”
죽음을 각오한 필사의 일격.
하지만 그건 노인에겐 너무나 우스운 공격이었다.
“확실히 목이나 눈 같은 급소보단, 방심한 강적에겐 신체 하단의 대퇴동맥을 노리는 게 좋지. 휼륭하게 성장했구나.”
하지만 노인은 가차없었다.
“분수를 알아야지.”
쾅!
진아의 몸이 벽에 처박혔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등이 으스러지는 격통이 밀려왔다.
자신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조차 한참 뒤에야 깨달을 정도의 속도였다.
진아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으스러진 몸보다, 복수를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더 뼈저렸다.
“각성은 커녕 정식 사냥개도 아닌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았더냐?”
노인이 끌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운은 좋아. 나는 이도 안 난 짐승 새끼의 목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노인이 명령조로 나지막이 말했다.
“평생 바닥이나 기며 살아라. 그게 네 위치일 거다.”
노인이 다 태운 시가를 진아에게 던지고 등을 돌렸다.
정도가 없는 조롱과 모욕에 진아의 온몸에서 살의가 피어올랐다.
각성만 했더라면, 정말 최소한의 힘만 있었더라면 저 등 뒤에 칼을 꽂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진아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각성하지 못한 비각성자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진아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기어코 말을 뱉어냈다.
“반드시… 찾아가겠어.”
“…….”
“그리고 나 따위가 널 어떻게 찢어 죽이는지, 내 모든 걸 걸고 보여주마.”
노인은 멈칫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피식 웃었다.
“기대하마.”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
한국 헌터 협회의 헌터 관리과.
그 과에 사냥꾼중 하나, 김민기.
범죄를 저지른 헌터들을 체포하는 그는 업무중 무표정을 고수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조차도 무표정을 고수할수 없었다.
“범죄를 저지른 헌터들을 살인하는 연쇄 살인마.”
마치 무언가 경이롭고, 동시에 괴악스러운 것을 본 듯.
노련한 그의 두 눈에 담긴 광경은 참혹했다. 다만 동시에 경이로울 정도로 놀라웠다.
“대단한 실력이군.... 비각성자 주제에.”
야밤의 음지, 파헤쳐진 땅거죽 위에 최진아가 있었다.
오른팔은 잘려 나갔고 복부엔 세 개의 자검이 꽂힌 처참한 상태.
더하여 두개의 다리뼈는 부러져 거꾸로 꺾였음에도, 진아의 눈은 차분했다.
“어떻게 비각성자의 몸으로 헌터들을 죽이고 다녔는지 의아했었는데. 이렇게였군.”
진아의 몸은 처참했다.
2026.01.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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