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역배우 출신 인플루엔서 차지안은 약혼자의 배신을 폭로한 밤 살해당하고, 황제 독살 혐의의 악녀 세레니아로 빙의한다. 댓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상태창을 얻은 그녀는 10년 전 폐지된 황실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 〈벨루나〉에 던져지고, 최종 커플이 된 여성이 살해된다는 경고 속에서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하지만 진실을 마주하며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댓글 속 여론을 뒤집으며 판을 완전히 뒤집는다. 현대의 연애 프로그램 〈하트 블루밍〉에서 스타가 된 인플루엔서 차지안은 약혼자의 배신을 SNS 라이브로 폭로한 그 밤 살해당한다. 눈을 뜬 곳은 다른 세계 '세레니아 르베티'의 몸으로, 그녀는 황제 독살의 배후로 추정되는 악녀였다. 세레니아는 황실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 〈벨루나〉에 출연하게 되며, 시청자 댓글을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상태창을 얻는다. 무료연재 사이트 https://www.diritto.co.kr/contents/2411624
1화
연프로판에 빙의했습니다
화려했다.
조명 아래에서 웃고 셔터 소리 속에서 살아 숨 쉬던 인생.
나는 단 한장의 사진으로 돈이 되는 시대의 전형적인 승자였다.
그 삶을 반복하기 위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다시 빛나기 위해.
다시 선택받기 위해.
아니, 내가 선택하기 위해.
“...영애, 지금 절 선택하신 게 맞습니까?”
눈앞의 남자는 늘 신사적이었고, 거절에 능했고, 감정 흔들림이라곤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놀라서 금이 간 표정을 내 앞에서 보이고 있었다.
…좋아. 바로 지금이다.
나는 환하게, 어느 때보다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
“예. 맞아요. 저는, 당신을 선택했어요.”
순간, 무대 위의 공기가 멈췄다.
구경하던 사람들, 조용히 숨을 들이켰고 모두의 머리 위엔 물음표가 둥둥 떠올랐다.
왜냐고?
곧 알게 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무대에서 웃는 사람은 단 한 명.
세레니아 르베티, 나뿐이니까.
*
차지안 인생 세 줄 요약 들어간다.
아역배우 출신 덕에 사람들이 환장했던 연애 프로그램 <하트 블루밍>에서 단숨에 전국민의 ‘원픽 커플’이 되었고, 그 덕에 국내 최고 인플루언서가 됐다.
거기서 매칭된 남자와 결혼까지 성사되면서, 내 결혼 소식이 떴을 때 화제성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시청자1: 고척돔 예약해라. 결혼식 라이브로 틀어라. 울 준비돼 있다.
시청자2: 지안아 행복하게 살아라 제발…ㅠㅠ
그리고, 바로 그 약혼자에게 살해당했다.
…마지막 문장이 너무 뜬금없다고? 당사자인 나는 어떻겠는가.
한순간에 쌓아온 커리어, 브랜드, 인생 모든 게 다 무너졌다.
그리고 왜 약혼자에게 죽었냐고?
간단하다.
바람폈거든.
아, 물론 내가 아니라 그 새끼가.
연애 프로그램에서 ‘메기’였던 년이랑. 걜 어렸을 때부터 싫어했는데, 그 수준이 혐오로 바뀔 줄은 몰랐다.
'하트 블루밍'이 '사랑과 전쟁'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미안해, 지안아… 아린이랑은... 그건 그냥 실수였어! 우리 결혼도 할 거잖아. 그러니까 한 번만—”
나왔다, 저 이름. 멍청하면 끝까지 무식하다고 했나. 다행히, 그는 내가 원하는 답을 말했다. 마치 울음을 참는 듯, 목 매인 목소리를 내준다면 그야말로 완전한 클라이맥스.
“오빠, 이제 우리는 없어.”
“뭐?”
당시 유명 인플루언서였던만큼, 관종이었던 나는 핸드폰을 들어 그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시청자1: ㅁㅊ 바람? 차지안을 두고 바람을 핀다고?;;;
시청자2: 차지안이 인기 ㅈㄴ 없던 놈 살려줬더니 바람 ㅋㅋ 쟤도 미친 놈이다
시청자3: 와 그것도 정아린이랑? 차지안이 얼마나 걜 싫어하는지 알면서?
핸드폰에 보이는 라이브 표시와 쉴틈 없이 쏟아지는 댓글들. 그리고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
재밌었다.
한순간에 나는 동정을 받게 되지만 값어치는 더 올라갈 것이고, 감히 날 두고 바람을 핀 그 새끼는 한순간에 추락하게 될 것이란 게.
하필 바람핀 상대가 ‘정아린’이란 게 처음엔 불쾌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이제 그 애도 시궁창 인생이 뭔지 알테니.
“이게 나와 오빠의 차이란 거야. 오빤 나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빠진 얼굴을 보며 비웃은 뒤, 그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란 거라고.
“헤어지자, 나... 오빠 못 믿겠어. 이제...”
눈물을 몇 방울 흘려준다면 동정과 함께 내 몸값은 더욱 커질 것이고, 저들은 사회 어디든 바람남이란 꼬리표를 달겠지.
나는 저들을 통해 승자가 될 것이고, 다시 흠집 없는 삶을 살 거라고 굳게 믿었다.
3초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내 인생 최악의 엔딩이었다. 비웃음으로 좁아졌던 시야가 흔들렸다. 누군가가 내 팔을 거칠게 움켜쥐는 감촉이 느껴졌다.
처음엔 그냥, 발악하는 찌질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했다.
“지안, 잠깐만. 진짜 잠깐만 이야기 좀—”
다음 순간.
푹.
어깨를 짓누르는 힘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밀쳤다’는 건 보통 이런 감각이 아니다.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익숙한 동작처럼.
마치 이 남자는… 계단에 누굴 떠미는 연습이라도 해본 사람처럼.
그리고, 발 아래가 허공이었다.
카메라가 담아내는 마지막 장면은 내 얼굴도, 내 비명도 아니었다.
라이브 화면에 흔들리는 천장, 쏟아지는 댓글,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약혼자의 얼굴.
시청자1: 지안아??
시청자2: 뭐야 화면 왜 저래 ㅋㅋ 미친 거 아님?
시청자3: 에? 에?? 에???????????
‘떨어진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느렸다.
공중에 뜬 것 같은 이 괴상한 순간에
내가 한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 새끼… 진짜 나를 죽일 생각이었네.
그리고 처음으로, 라이브가 끊겼다.
*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당연했다. 계단에서 떨어졌으니까. 태어나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아, 맞다.
나는 순식간에 얼굴을 더듬었다.
얼굴, 얼굴이 내 재산인데... 설마, 다치진 않았겠지?
다행히 아픈 곳은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것 같았다. 피도 흐르지 않고.
근데… 떨어졌으면 보통 병원 침대에 있지 않나.
머리는 붕대 하나 없이 말끔했다. 아프지도 않고, 멍도 없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멀쩡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 새끼, 설마… 신고도 안 한 거야? 진짜 나를 죽일 생각이었구나?
“아가씨! 괜찮으세요? 장소에 도착했나봐요, 그래서 마차가 이렇게 흔들리는 것 같아요.”
2026.03.0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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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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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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