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놀다가 우물에 빠져 감정을 담당하는 감정 조각을 잃어버린 서하린 하린은 카페 [달빛]을 운영하며 감정 포트를 사용해 사람들을 치유하는 음료를 만들어 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점차 공허해질 뿐이다. 기본적인 감정들은 어느정도 느끼면서도, 사랑,애증 등 깊은 감정은 느끼기가 힘들다. 사람들 앞에서는 늘 웃고있지만 감정 조각이 없어 가끔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대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잃어버린 감정 조각을 찾아 자신의 마음을 돌려놓겠다고 다짐한다.
[철컥]
열쇠가 돌아가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나무로 만든 문이 열리며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안에 있는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셨다.
온기는 폐 끝까지 닿는 느낌이었지만,
마음 한편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조용히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린아, 오늘도 힘내야지...!'
늘 루미나 골목을 환하게 비추는 카페 [달빛]
여기 오는 손님들은 전부 마음 한켠이 부서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올 때마다 반응하는 [감정 포트]
늘 사람들을 위한 음료를 만들어낸다.
'찰랑'
감정 포트를 흔들자 안에서 물소리와 함께 조용히 진동이 울렸다.
그것도 여러 번이나.
나는 감정 포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지친 사람이 오겠구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정 포트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약간의 마력을 주입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안되나..."
감정 포트가 하린에게 반응하지 않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중에는 이 감정 포트가 나한테도 반응했으면…'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시야가 어두워졌지만, 어릴 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어릴 때 우물 주변에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안 생길 수 없었다.
"여기 주변에 보물이 숨겨져 있데!"
친구는 그 말에 솔깃해 나와 함께 우물로 간 그날.
우물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을 품고 우물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소문이 거짓이란걸 알아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땐,
근처 병원이였다.
어른들은 나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입을 천천히 열었다.
"이게 무슨…?"
어른들이 대답을 못 하자 의사가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혹시 기억나는 것이 있으십니까?"
나는 머리를 다쳤는지 머리가 붕대로 감아져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전부 다 잊어버린 게 아닌,
우물에 갔을 때 그 기억만 사라져 있었다.
의사는 더 가까이 다가와, 나에게 설명했다.
"기억조각과 함께 감정 조각도 잃어버리신 것 같군요."
나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많이 가설들이 내 머리를 스쳤지만,
확실한 답을 얻을 순 없었다.
그 후로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었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영혼이 없는 것 같았다.
마치 텅 빈 껍데기처럼 말이다.
'진짜 잃어버린 건가…'
한숨을 삼키며 몸을 움직였다.
'더 생각해봤자 시간 낭비겠지.'
역시 이 기억은 생각이 안 날 뿐더러,
생각하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생각하는 걸 잠시 멈추고 팻말을 돌렸다.
'카페 영업 중.'
팻말이 돌아가니 하린은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오늘도 사람들의 감정을 치유해 주자…!"
나는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부정이라도 하는 듯,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찼다.
'투두둑'
밖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더니
'쏴아아'
금세 큰 빗줄기가 쏟아졌다.
"오늘은 손님이 안 올 수도 있겠는데…"
그런 걱정을 품고 있자니, 기분이 날씨에 동화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한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어서 와~"
이런 거침없는 빗속을 뚫고 들어오는 한 아이
바로 [달빛]의 단골 재현이였다.
키는 160 정도에 초등학교 6학년이다.
다른 아이들보다도 매우 귀엽게 생겼다.
오늘은 안 좋은 일이 있는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재현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비가 오잖아요, 저는 맑은 게 좋단 말이에요…"
나는 조용히 웃으며 재현에게 말했다.
"그래도 비 오는 날엔 분위기가 있어서 좋지 않아?"
재현은 이해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 시끄럽긴 해도, 빗소리를 들으면 좋거든."
재현은 말할 기분이 아닌 듯 보였다.
"오늘도 맛있는 거로 만들어줄게, 기다려봐."
재현은 옆에 의자에 털썩 앉으며 중얼거렸다.
"비가 오면 그냥 답답해요… 아무 이유 없이요."
나는 감점 포트에다가 마력을 흘려보냈다.
손에서 푸른 마력이 나오더니 감정 포트로 스며들었다.
그리고는 포트가 끓기 시작했다.
마치 재현의 기분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파도처럼 요란하게 흔들렸다.
안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멈추고,
나는 뚜껑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늘색이네...'
음료는 맑은 하늘을 띄는 하늘색이었다.
재현은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재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늘색이요...?"
"응, 아주 맑은 하늘색이야."
재현의 눈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순한 강아지 처럼 재현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재현은 먹고 싶다는 듯 다시 물었다.
"저... 먹어봐도 돼요?"
"당연하지, 너를 위한 음료야."
나는 그 음료의 이름을 '파란 하늘 밀크티'로 정했다.
잔을 조심스레 재현 앞에 내려놓았다.
"마셔봐, 맛있을 거야."
재현은 음료를 받아서 들고는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 웃음 하나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았지만,
마음 한편은 아직도 차가웠다.
'허전하네...'
그런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재현은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어때? 입맛에 맞아?"
재현은 몇 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네... 너무 달지도 않고 따뜻해서 더 맛있어요."
"은은한 초콜릿 향이 퍼지면서 바나나, 사과 맛이 나는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이야."
그 순간,
강하던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며 거의 보이지 않을 때쯤.
하늘에서 빛이 구름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재현은 언제 다 먹었는지,
잔이 비어 있었다.
잔에서는 은은한 바나나 향의 냄새가 올라왔다.
2026.10.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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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이 흥미롭군요. 독자와 함께 참여하는 전개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작가님 ㅎㅎ
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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