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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이벌 조작 판을 엎고 재데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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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희
20화무료 20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127좋아요 8댓글 0

그룹 레이서의 멤버 이로운, 7년 내내 회사와 멤버들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계약 종료 직전에 리더인 백도현에게 살해당한다. 하지만 다시 7년전 아이돌 서바이벌 접수 날로 돌아가고, 가진 능력은 7년의 아이돌판의 모든 기억과 단단해진 심장이다. 어쩌지? 고민하다 결심한다. 새로운 그룹으로 '레이서'와 맞설 멤버들을 찾기로. 그리고 다시 '레이서'와 승부를 내기로...

#현대판타지#현대#복수#성장물#연예계물#환생#회귀#드라마#사이다물#힐링물#동료/케미#라이벌/앙숙#경쟁구도#아이돌

20X6년 12월 25일.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이 가득 찬,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 현장.


시상대 위에 선 두 남녀 배우는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자... 이재 씨, 올해의 가요대상 발표해 주세요!”


“20X6년 JBC 가요대상… 올해의 대상은, 그룹 레이서입니다!”


“레이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발표와 함께 시상식장 하늘 위로 피날레를 알리는 꽃가루가 가득 흩날렸다.


“그룹 레이서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젝트 : 아이콘》으로 데뷔한 이후, 3년 만에 해외 페스티벌인 아이첼라 무대에 입성하였는데요. 현재 글로벌 팬덤 3,900만을 보유하며 매년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날만큼은 내게도 특별하고 근사한 밤이었다. 가수라면 평생을 꿈에 그리는 대한민국 ‘가요대상’을 수상한 날이었으니까.


멤버들 모두가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 위로 걸어가 트로피를 쥐고 한 명씩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 레이서를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팬 [조이]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다가왔다.


“항상 감사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내 진심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전했지만, 돌아온 것은 눈에 띄게 줄어든 환호와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레이서'를 상징하던 응원봉의 불빛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 꺼져 내렸고, 객석은 이내 완벽한 어둠 속으로 잠겼다.


나를 향한 팬들의 보이콧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회사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섭외된 예능은 소속사에서 철저히 나를 배제해 내보냈고, 자체컨텐츠 속에서도 늘 소외되는 모습만 비쳐줬다. 결국 팬들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무심한 멤버라고 여겼다.


변명이라도 했어야 했을까? 

그랬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저 원성대신 환호성이 들렸을까…….


이날이 그룹 레이서로서의 내 마지막이었다.



***



행사가 끝나고 대기하는 밴 옆, 사람들의 이목이 닿지 않는 어스름한 어둠속에서 리더이자 맏형인 백도현이 내게 목덜미를 파고들 듯 소름끼치게 낮은 목소리로 짓씹었다.


“재계약 종료 기사는 말일에 나가. 그때까지 입 다물고 조용히 처박혀서 얌전히 짜져 있어, 존나게 피곤하게 굴지 말고. 응?”


마지막 순간까지 역겨운 위선과 조롱으로 나를 짓밟는 태도에 눈이 뒤집혀 나는 그대로 백도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미친놈아!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있을 것 같아?”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쏘아붙이자, 백도현이 내 손을 거칠게 내리쳤다. 가라앉은 눈빛이 나를 내려다봤다. 이어 흔들림 없는 얼굴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로운, 넌 처음부터 내 발밑이었어. 그게 네 자리야.”


비릿한 조소를 흘린 백도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밴에 올라탔다.


‘개새끼!’


다른 멤버들 역시 나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늘 보아온 상황인 양 익숙하고 당연하게 내 옆을 스쳐 지나 밴으로 들어갔다.


함께 보낸 7년의 시간.


그중 6년 반이라는 세월을 투명인간처럼 무시당하며 버텨왔다.


막 데뷔한 신인 시절부터, 그룹‘레이서’는 온통 저 새끼 때문에 수없이 해체 위기를 겪었다.


막내 멤버였던 료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 역시 진작부터 백도현의 편에 서 나를 그룹에서 철저하게 고립시켰다.


멀어지는 밴을 뒤로한 채 나는 홀로 매니저 동운이 형의 차로 옮겨 탔다.


차 문이 닫히자마자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켜 오늘 연말 시상식과 관련된 반응들을 검색했다.


이런 날마저 쏟아지는 날 선 반응들을 읽다 보니 눈가가 시큰거렸다.


‘무대에서만큼은 영혼까지 갈아 넣어 최선을 다했는데…… 내 존재를 알아주는 글이 단 하나도 없네.’


‘차라리 악플이 낫지, 무플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구나.’


타임라인을 내릴수록 마음이 바닥 없는 낭떠러지로 속절없이 곤두박질쳤다. 


7년 전만 해도 내 멘탈이 이렇게 바스러지는 유리 조각 같지는 않았다.


해마다 조금씩 깎이고 부서진 끝에, 이제는 약을 먹지 않으면 잠조차 들지 못하는 병든 몸만 남았을 뿐이었다.


@hajiMarrara09

레이서 시상식 분위기 봤음? 응원봉 불꺼진 거. 개소름 돋았음.


@yonggae08

[코튼:] 안들어왔을 때부터 그룹에 맘 떠난 거 알았다. 시상식에서 맨 끝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잖음.


@OpartlVJ1

진짜, 내 입덕멤이었는데 지금은 좋아했단 댓글 달기 개 무서울 지경


@cheonjaeda444

자컨 안나 온 시간만 합쳐도, 벌써 전역했음. 내 구최애가 심연의 멤버라니.



온통 ‘심연의 멤버’를 향한 날카로운 조롱과 비난뿐이었다.


[조이들, 고마워요. 난 항상 조이들 덕분에 힘나.]


소통 앱을 켜자, 내가 남긴 마지막 글은 13개월 전에 멈춰 있었다.


“로운아, 너 또 Z반응 검색하냐? 그런 것 좀 보지 말라니까. 다 억까하는 거야.”


오래 함께해 준 매니저 동운이 형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


내 탈퇴와 맞물려 형 역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형은 내 탓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사실상 같이 쫓겨나는 것과 다름없는 퇴사였다.


“내 생각해 주는 건 형밖에 없다. 그냥… 7년이 이렇게 끝난다는 게 실감이 안 나.”


“…고생 많았다, 로운아.”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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