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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상담은 짝사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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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치한 타조🍸
3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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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애가 생겼다. 문제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것. 그래서 서윤은 가장 믿을 만한 친구에게 연애상담을 시작했다. “남자애들은 먼저 연락 오면 부담스러워?” “좋아하는 거 티 나면 어때?” “둘이 따로 만나자고 하면… 좀 이상하려나?” 정우는 매번 꽤 진지하게 대답해 준다. 그런데 정우는 모른다. 서윤이 연락하고 싶은 사람도,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도, 좋아하는 티를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도— 전부 자기라는 걸. 좋아한다는 말 대신 시작한 연애상담. 그 상담의 끝에서, 내 짝사랑은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로맨스#현대#아카데미/학원#짝사랑#첫사랑#달달물#잔잔물#동료/케미#친구>연인#학생#순정녀#짝사랑녀#짝사랑남

교실 문 앞은 아침부터 막혀 있었다. 반 배정표를 확인하고 올라온 애들이 출입문에 붙은 자리표까지 한꺼번에 들여다보느라 좀처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복도 건너편에서는 작년 같은 반 친구를 발견한 애들이 서로를 불렀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고 벌써부터 "우리 반 아는 애 하나도 없어." 하고 한탄하고 있었다. 서윤은 사람들 어깨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자리표를 훑었다. 창가에서 두 번째 줄에 서윤 이름이 보였고, 그 아래를 무심코 더 내려가던 시선이 두 줄쯤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정우. 찾던 이름도 아닌데 눈에 들어오자 서윤은 괜히 맨 위부터 다시 읽었다.


"뭘 그렇게 오래 봐?"


뒤에서 민지가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내 자리."


"찾았으면 들어가. 뒤에서 밀려 죽겠어."


민지도 자리표를 한번 훑더니 금방 입꼬리를 올렸다.


"아."


서윤이 바로 돌아봤다.


"왜."


"아무것도 아닌데?"


"너 지금 뭐 봤는데."


"네가 왜 먼저 찔려?"


민지는 웃으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서윤은 한 박자 늦게 따라가면서도 방금 민지가 어디를 봤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새 교과서 냄새와 바닥 왁스 냄새가 뒤섞인 교실은 아직 서로 이름을 묻는 목소리로 어수선했다. 서윤이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를 당기는데 앞쪽에서 누군가 손을 들었다.


"서윤아."


정우였다. 준호와 얘기하던 정우가 자리 사이를 돌아왔다. 서윤은 손에 들고 있던 자리표를 괜히 한 번 접었다.


"올해도 같은 반이네."


"그러게."


"잘됐다. 아는 애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고, 수행평가 조가 겹치면 자료를 빌려주고 하굣길에 마주치면 몇 마디 나누던 사이였다. 그런데도 손이 괜히 바빠져서, 서윤은 필통을 꺼내 책상 모서리에 똑바로 맞춰 놓았다.


"준호 있잖아."


"쟤 하나잖아."


“하나면 됐지.”


“너까지 둘.”


정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데 서윤은 잠깐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때 뒤에서 준호가 정우를 불렀다.


"야, 네 자리 여기 아니야?"


"간다."


정우가 돌아서다가 다시 서윤을 봤다.


"이따 봐."


서윤은 고개만 끄덕였다. 정우가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민지가 옆으로 붙었다.


"야."


"싫어."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할 것 같아서."


민지는 정말로 몇 초쯤 입을 다물었다가 서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근데 너 귀 빨개졌어."


"조용히 해."


"알았어. 첫날부터 친구 잃기 싫으니까 여기까지만."


말은 그렇게 해 놓고 계속 웃고 있었다. 서윤은 대꾸하는 대신 새 교과서를 꺼냈다. 앞에서는 정우와 준호가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아 보겠다고 의자를 끌다가 담임에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고, 창가 쪽에서는 사물함 번호를 두고 누가 먼저 봤느냐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새 반은 낯선데도 시끄러웠고, 그 소란 속에서 서윤은 자꾸 정우가 있는 쪽을 한 번씩 보게 됐다. 첫날이라 제대로 된 수업은 거의 없었다. 담임은 시간표와 안내문을 나눠 줬고, 선택과목 때문에 교실을 옮겨 다니는 시간이 있다는 설명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귀찮다는 소리가 터졌다. 뒤쪽 사물함에서는 번호를 확인하느라 문 여닫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민지는 시간표를 한참 내려다보다 서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나 이번 학기에는 진짜 미리미리 하려고 했거든."


"매번 하잖아, 그 말."


"이번엔 진짜였어. 어제까진."


"하루 갔네."


앞자리에서 정우가 돌아봤다.


"뭐가 하루 갔는데?"


민지가 시간표를 들어 보였다.


"내 의지."


"첫날부터?"


"화요일에 학원도 있는데 시간표가 이래."


정우가 종이를 잠깐 들여다봤다.


"너 수요일 일찍 끝나잖아."


"그날 영어 학원 두 타임이야."


"그럼 학교 잘못은 아니네."


"얘 진짜 말 예쁘게 한다."


민지가 시간표를 말아 휘두르자 정우가 웃으며 피했다. 비슷한 얘기는 교실 여기저기서 들렸다. 새 반 단체방에 들어왔냐는 말, 동아리를 계속할 거냐는 말, 오늘 급식이 뭐냐는 말. 서윤도 시간표를 공책에 옮겨 적다가 고개를 들었다. 정우는 어느새 준호와 교과서를 나눠 보고 있었다. 작년에도 자주 보던 모습인데, 올해도 저 모습을 같은 교실에서 보게 됐다. 쉬는 시간에는 사물함에 교과서를 옮기다가 사회책 한 권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서윤이 몸을 숙이기 전에 정우가 먼저 집어 들었다.


"여기."


"고마워."


정우가 건네려던 책 표지를 보더니 손을 멈췄다.


"근데 이거 내 건데?"


표지에는 정말 정우 이름이 붙어 있었다.


"왜 네 책이 내 쪽에 있어."


멀리서 준호가 대답했다.


"네가 내 자리에 두고 갔잖아."


"그랬나?"


"기억을 편하게 바꾸네."


서윤도 웃으면서 책을 다시 정우 쪽으로 밀었다. 손끝이 가까워진 건 그제야 알았지만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이런 것까지 신경 쓰다가는 하루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민지는 돈가스를 자르면서 방학 동안 학원 반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한참 했다. 예림은 작년에 하던 동아리를 계속할지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고, 서윤은 둘의 얘기를 들으며 물병 뚜껑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예림이 물었다.


"근데 너 방학 때 소개받았다던 애는 어떻게 됐어?"


민지가 포크를 든 채 멈췄다.


"맞다. 나도 궁금했어."


서윤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됐어. 몇 번 연락하다가 말았어."


"왜? 괜찮다며."


"괜찮은 거랑 좋아하는 건 다르잖아."


민지가 이번에는 바로 놀리지 않았다.


"그럼 요즘은 없어?"


서윤의 손이 잠깐 멈췄다. 있었다. 매일 아침이면 볼 수 있고, 조금 전에도 같은 교실에서 떠들었던 애. 이름을 떠올리자마자 시선이 멋대로 식당 한쪽을 찾으려 해서 서윤은 물병만 내려다봤다.


"없어."


대답이 조금 빨랐다. 민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너 방금 이상했어."


"뭐가."


"없다는 사람이 왜 생각하고 대답해?"


"사람 말을 초 단위로 검사해?"


예림이 웃다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민지 얼굴에서 장난기가 조금 빠졌다.


"진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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