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망원 낡은 철문 앞에 버려진 최일. 버려지고 약하게 태어났지만 그래도 밝게 살아가려던 최일은 첫사랑의 실패와 아픔의 도피처로 군을 선택한다. 군인으로서, 스나이퍼로서, 새로운 인생을 찾으려던 그는 첫 임무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마법과 오러의 세상! 마법 금속으로 인해 발달된 합금! 그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 강철! 드래곤이 사라진 이후 지상최강의 몬스터가 된 와이번! 와이번과의 맹약으로 최강의 전투기사가 된 천공의 나이트와 용병들의 정점 천공의 라이더! 와이번을 타고 새롭게 얻은 카일의 강인한 육체와 전생의 기억을 통해 그만의 용병 가문을 건설해나간다.
-뿌드득 뿌드득
늦은 12월이라 해가 빨리 저문 탓에 민가에서 멀어진 외딴 길에는 다른 때 보다 어둠이 일찍 몰려왔다. 1시간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는 눈송이가 이젠 제법 커져 길을 따라 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마치 새하얗고 보드라운 솜털처럼 포근해 보였다.
그러나 점차 쌓여 가는 눈이 많아질수록 눈길을 헤치며 걷고 있는 소녀의 걸음은 더욱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
잠시 걸음을 멈춘 소녀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뿌연 입김이 공중으로 뿜어져 나갔다가 차가운 겨울바람에 흩어졌다. 겨울의 추위가 무섭지도 않은지, 소녀의 차림은 체크무늬 치마와 얇은 흰색 블라우스가 전부였다. 추위로 붉게 얼어버린 얼굴을 치켜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소녀가 다시 한번 뿌연 입김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품속에 소중하게 감싸고 있던 무언가를 고쳐 안고서 길을 따라 다시 느릿느릿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인가?”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군데군데 푸른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녹슨 철문이 보였다.
-소망원--소망 도예-
낡은 철문 위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글자를 보니 소녀가 찾던 곳이 분명해 보였다.
“이곳이라면 분명 널 어여삐 봐 줄 거란다.”
소녀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철문 한쪽에 적혀 있는 소망원이라는 글자를 쓸어내렸다.
흠칫-
철문의 차가운 기운이 손을 타고 전달되었는지 소녀의 몸이 전보다 더욱 거세게 떨려 왔다.
한동안 소망원이란 글자를 쓸어보던 소녀는 천천히 품 안에 안고 있던 것을 꼭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소녀는 갈색 반코트에 쌓여 소중하게 안고 있던 무언가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코트를 들춰냈다.
덥석-
그 순간 코트 안에서 조그마한 손이 튀어나와 소녀의 엄지손가락을 꽉 잡아챘다. 깜짝 놀란 소녀가 손가락을 뿌리치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코트 위로 올라온 작은 손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허우적거리자 다시 천천히 다가와 조그마한 손을 잡아주었다.
“정말… 미안하다! 내 아가!”
소녀가 조심스럽게 반코트를 풀어헤쳤다. 그 안에는 작은 이불보에 쌓여 있는 갓난아기의 모습이 드러났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아기는 마치 이게 엄마와의 이별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 소녀의 엄지손가락을 꼭 붙들었다.
“아…가.”
아직 제대로 된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갓난아기를 보며 소녀는 눈물을 흘렸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낼 생각도 못 하고, 잠시 아기를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던 주먹만 한 돌을 들어 철문 옆 도예 공방의 창문을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와장창
돌에 맞은 유리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어져 나갔다. 그러자 소망원 안쪽에 위치한 두 채의 오래된 낡은 주택에서 전등 불빛이 하나둘씩 켜졌다. 주변이 밝아지는 것을 지켜보던 소녀는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에선 미련을 남기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였다. 소녀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쪽에서 다급하게 중년의 사내와 사내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누구요!”
중년의 사내가 밖을 향해 소리를 쳤다.
그때 문 앞에 놓여 있던 아이가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남자의 고함에 놀란 건지, 아니면 떠나간 소녀를 찾기라도 하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요란하고도 서러운 울음소리였다.
“응애~ 응애~.”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놀란 중년의 사내가 다급히 대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기….”
사내가 급히 울고 있는 갓난아기를 들어 올리자, 아기를 감싸고 있던 반코트에서 쌓여 있는 눈 위로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툭.
“이건?”
사내가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은 고등학생들이 가슴팍에 항시 달고 다니는 플라스틱 명찰처럼 보였다.
푸른색의 명찰은 뒷부분이 부서진 탓에 앞의 두 글자만이 남아 있었다.
“최…일?”
중년 사내의 입에서 명찰의 남은 글자가 흘러나왔다.
* * *
최근 소망원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최일이었다.
이제 갓 태어난 갓난아기이다 보니 더욱더 관심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유~ 귀여워라. 이 손 좀 봐~ 너무 작다!”
“쉿~ 조용! 이제 막 잠들었으니 동생이 잘 잠들 수 있도록 모두 조용히 있어야 한단다!”
갓난아기 주변으로 몰려든 소녀들의 재잘거림에 중년 여인이 엄한 얼굴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네! 원장 엄마.”
아이들이 소곤거리며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갔다. 소망원에서는 최일의 엄마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찾지 않는 것이 옳았다. 만약 최일의 엄마를 찾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터였다.
옷을 감싼 반코트는 분명 고등학교 동복이었다. 비록 명찰의 일부가 부서졌다고는 해도 성과 이름 한 글자가 남아 있어 주변의 학교를 뒤져 찾아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망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어린 나이의 소녀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소녀로서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어쩜 이리도 순할까?”
한동안 최일을 바라보며 미소 짓던 중년 여인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 잠시 최일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제는 돌아가 일을 해야 했다.
원래 소망원에서는 갓난아기를 받아 키우지 않았다. 이곳은 민가에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와야 하기에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제법 오랫동안 소망원을 운영해 왔지만, 이번처럼 갓난아기를 놓아두고 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애초부터 10살 이상의 아이만을 받아 키우는 데다가, 현재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 역시 십여 명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방을 나선 중년의 여인은 도예 공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일이는 어떻게 할 거예요?”
중년의 여인이 물레를 들리며 도자기를 빚고 있는 중년의 사내에게 물었다,
“아직은….”
2024.08.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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