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표지
하숙집의 대학원생
profile image
그뭐였더라
201화무료 25화

자유 연재 | 글링

조회수 767좋아요 0댓글 5

마탑의 마스터가 되기 위해 준비한 햇수만 어언 10년. 이것도 더는 못 해 먹겠다. 이젠 시골에서 포션이나 만들면서 유유자적하게 살련다.


1화

마나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는 토마스 학파.

연금술을 다루는 리니어스 학파.

마법의 역사와 유물 연구에 매진하는 라플라스 학파.

마도공학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레이나 학파.

마탑의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마법사가 있었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마스터가 되는 것.

마스터가 되면 연구비 제한이 사라진다거나, 마탑 운영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거나, 자신의 연구에 연구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를 마음껏 하고 싶어서 마스터가 되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스터 직위를 얻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에 단순히 연구비 문제 때문에 마스터 과정을 밟으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스터가 된다는 건, 자신의 능력과 실적을 다른 마법사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뜻.

그것만으로도 마스터 자리에 도전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마스터 과정에 도전한 지도 벌써 10년.

덕분에 나는 무려 열 번이나 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수많은 거절에 익숙해지고 마침내 열 번째 탈락 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결심했다.

이 거지 같은 마탑에서 도망치기로.

* * *

마탑의 마법사들은 날 다양한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

리니어스 학파의 등대.

만능 해결사.

논문 쓰는 기계.

이 별명들의 공통점은 전부 내가 마스터 과정을 밟는 동안 만들어졌다는 것.

마법사들이 날 이렇게 부를 때면 나는 대충 웃어넘기며 연구를 도와주거나, 직접 만든 포션을 건네주고는 했다. 날 조롱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별명 중에서도 유난히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별명이 있었으니….

‘장수생.’

다른 별명은 전부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그것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마스터 장수생’이라는 별명은 말 그대로 내가 마스터 과정에 도전한 기간이 오래되었기에 생긴 별명이었다.

내가 마스터가 되기 위해 시도한 횟수만 해도 벌써 10번.

햇수로 따지면 벌써 10년이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마스터가 되려면 어려운 시험과 복잡한 논문 제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마스터 과정에 도전하는 건 자만심에 찬 초보 연구생이나 머리 좋은 천재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어정쩡한 초보들은 몇 번 도전해 보다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금방 포기해 버리고, 천재들은 애초에 마스터가 되기까지 그렇게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는다.

즉,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마스터가 되기 위해 이렇게 오랜 세월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도 차라리 머리가 나빴더라면 빠르게 포기할 수 있었겠지만….

내가 마스터 과정 준비를 권유받은 것은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였고, 그때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한 탓에 오기가 생기고 말았다.

“논문만 통과하면 되는데…. 논문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나는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책상 구석에 놓인 논문을 집어 들었다.

내가 이번에 마탑에 제출한 논문이었다.

시험은 어렵지 않게 통과했지만, 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발목이 잡혔다.

차라리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참고해서 고치기라도 하지, 그냥 내 논문이 부적합하다는 말만 매년 반복하니 나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계세요, 선배님?”

이번에도 떨어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한숨을 푹 내쉬며 논문만 쳐다보고 있으니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와 함께 리니어스 학파에서 마스터 과정을 밟고 있던 후배이자 같은 스승님을 둔 아멜리아였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선배님?”

“괜찮아. 너는?”

“저야 뭐 힘들게 있나요. 선배님께서 계속 도와주셔서 전 고생도 별로 안 했죠.”

어쩐지 후배의 표정이 기뻐 보인다.

아멜리아는 논문 심사를 통과한 걸까?

‘그러고 보니 곧 결과가 나올 때가 되긴 했지.’

아니나 다를까, 후배는 자신의 논문이 심사에 통과했다는 사실을 미리 들었다고 말했다.

“네가 잘해서 그런 거지. 나는 조금 도와준 것밖에 없어.”

“아니에요! 선배님께서 사고도 수습해 주시고, 연구 과정도 지켜봐 주시고, 피드백도 많이 해주셨잖아요? 덕분에 저도 편하게 연구했고요.”

비록 내가 마스터가 된 건 아니지만, 내가 도움을 준 사람이 마스터가 됐다고 하는 데 기뻐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진심을 다해 후배의 업적을 칭찬해 주었다.

“아무튼 정말 축하해. 이젠 나만 붙으면 되는데.”

“선배님께서 쓰신 논문은 마나플라워를 식물 기름에 녹여서 어떤 기름이 포션 베이스가 되기에 적합한지 연구하는 내용이었죠?”

“맞아. 마나플라워를 많이 녹일수록 더 진한 포션을 만들 수 있으니까.”

“좋아 보이는데요? 선배님도 이번에는 꼭 붙을 수 있을 거예요!”

논문을 쓰기 시작한 몇 달 전부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상단에 연락해서 여러 종류의 기름을 구하고, 꽃이 자라는 과정을 밤새 뜬눈으로 지켜보았다.

내 연구만 해도 바쁜 와중에 다른 사람들의 연구까지 도와주려니 몸이 다섯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아멜리아의 말처럼 뭔가 좋은 예감이 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내 연구실로 또다시 손님이 찾아왔다.

내 스승님이자 리니어스 학파의 마스터이신 루카스 님이었다.

논문 심사 결과를 알려주러 오신 걸까?

“여긴 어쩐 일이세요, 스승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스승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에는 정말 합격이겠지? 드디어 나도 어엿한 한 명의 마스터가 될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스승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스승님도 참, 제자가 마스터가 됐는데 기뻐하기는커녕 우울한 모습을 보이시다니.’

나는 의자를 꺼내어 자리에 좀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권유했지만,

스승님께서는 그저 내 얼굴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쉴 뿐이었다.

“정말 미안하구나, 세이지.”

스승님은 긴 침묵 끝에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여셨다.

침묵과 눈물, 그리고 사과.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었다.

제자가마스터가된게자랑스러우셔서그런거겠지자기밑에서마스터가나왔으니얼마나자랑스러운일이야그런데스승님은왜주책없이울고그러시는거지나는정말로괜찮은데달래드려야하나그것보다마스터가되면뭐부터해야할까일단기름압착기부터더좋은걸로바꿔볼까….

“…세이지, 네 논문 말이다, 이번에도 떨어졌다.”

…….

그렇구나. 나는 이번에도 떨어졌구나.

그 말을 들으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도 더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이번에는 정말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쯤 되니 눈물도 나오지 않고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서, 선배….”

분위기가 이상해져 버린 탓에 아멜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와 스승님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일단 떨어진 이유를 말해줄 테니 천천히….”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

뷰컴즈 주식회사

대표 : 김학성 | 전화 : 1811-8389 | 이메일 : help@gling.co.kr

    고객센터이용 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유료 콘텐츠 제공 약관

사업자 등록번호 : 492-88-01088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2-서울영등포-1768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 171, 13층 1301호

Copyright © viewcommz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