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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내리는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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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202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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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에 어미의 죽음과 함께 성장이 멈춘 황녀. 궁의 한 귀퉁이에서 잊혀져 살다가 스물이 되어 살인귀, 검귀로 소문난 서북부 영토의 주인인 흑왕과 정략혼을 한다. 흑왕은 이미 황녀들과 세번의 결혼을 했었으나 그들 모두 죽는 바람에 신부를 죽이는 저주가 내렸다는 소문을 몰고 다녔다. “…… 검을 배우라는 건가요?” “전하의 근력으로는 검을 들어봤자 빼앗깁니다.” 주하는 그녀의 신체적 약점을 아무렇지 않게 지적했다. 유리는 그의 무례함에 화를 내야 함에도 진지한 눈빛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하는 세 번째로 그녀를 놀라게 했다. “우선은 돌을 던지는 법부터 배우십시오.”


0. 프롤로그

라호국은 신의 수호를 받는 나라였다. 열두 신 중 하늘을 다스리는 천신의 후손이 라호국 왕실의 시조였는데 검푸른 머리와 검푸른 눈동자를 물려받은 라호국의 왕족들은 백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천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라호국을 다스렸다.

풍요로운 곡창지대와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작고 평화로운 나라는 왕족 출신 파수꾼의 신성력으로 왕국을 수호했다. 왕가에서는 세대에 꼭 한 명은 가장 높은 신성력을 타고나서 나라를 보호하는 결계를 지켰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결계는 외부인이 침략을 목적으로 국경을 침범하면 거대한 화염이 되어 그들을 집어삼켰다. 그 덕에 외세로부터 왕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래서 방심했다. 오랜 평화에 길들여졌던 라호국의 백성들도, 결계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맡을 왕족을 반드시 배출하는 왕가도 그들이 누리는 평화가 지속될 거라 여겼다.

나 역시도 내 나라가 멸망할 거라곤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은 교활하게도 다른 자들이 시행했던 각종 무기를 앞세운 무력을 쓰지 않았다. 외롭고 정에 굶주려 있었던 어린 소녀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가장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렸다.

파수꾼은 다른 이름으로는 ‘결계를 지키는 자’, 혹은 ‘신의 영역에 가까운 자’이다. 그리고 신성력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순결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파수꾼으로 선별된 자는 죽을 때까지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해야 했다. 육욕에 눈을 뜨고 성애를 아는 순간, 신성력은 더럽혀지게 된다. 그래서 파수꾼으로 지목이 되면 평생을 신전에 갇혀 반신으로 살아야 했다.

당사자만 따지고 본다면 잔인한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 아닌 타고난 신성력 때문에 죽을 때까지 거대한 새장이나 다름없는 신전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파수꾼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파수꾼의 성별에 따라 철저하게 동성으로만 구성되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라호국의 마지막 파수꾼은 왕녀였다. 세 살 때 높은 신성력이 발현해 선대 파수꾼이 죽자 뒤를 이어 불과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신전으로 들어갔다. 어린 왕녀를 배행하는 시녀들과 여기사들이 왕녀를 따라갔고 선대 파수꾼을 수행했던 신관들과 기사들은 모두 신전에서 나왔다. 수행원들은 모시는 파수꾼이 죽어야만 신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성별이 다른 경우에만 해당되었다.

거의 이백 년 간 왕자들이 파수꾼이었다가 오랜만에 왕녀로 바뀌면서 신전 내부 인원들이 통째로 교체되었다. 평화로운 라호국에 파수꾼과 수행원들의 교체는 국가적인 행사였다. 수행원으로 따라갈 사람들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파수꾼을 수행하는 일은 가문의 영광에 해당되지만 개인으로는 신전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수행원을 뽑는데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하지만 속은 어떻든 오랜만의 파수꾼 교체에 나라가 들썩였다. 파수꾼을 교체하는 일은 국가적인 행사이지만 철저하게 외부인의 참가를 금했다. 나라의 결계를 수호하는 다음 세대 파수꾼이 외부에 드러나는 기간이라 위협받을 상황은 조금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의지였다. 그리고 교체식이 시행되는 기간에는 국경이 모두 폐쇄되었다.

그렇게 촘촘한 방책을 세웠음에도 생쥐는 기어코 스며들었다. 이십 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 하나 둘 침투시킨 세작은 아무도 모르게 수를 늘렸고 완벽하게 신분을 세탁해 파수꾼을 수행하는 수행단이 되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파수꾼의 측근이 되어 정이 그립고 외로움에 지친 어린 왕녀를 조종했다. 세치 혀로 자신은 왕녀님의 행복을 바란다면서 입안의 혀처럼 굴어 완벽한 신뢰를 얻은 뒤 자신의 동생이라며 젊은 남자를 소개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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