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상단 금작화를 이끌게 된 아선은 상패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사들이기 위해 돈을 빌리고, 뿔뿔이 흩어진 상단 사람들을 모으고, 싼 값에 번화가의 들개들을 호위용병으로 상단에 들인다. 그 과정에서 하란이라는 이름의 개의 머리를 한 남자가 상단에 들어온다. “개요? 개는 완전무결하고 흠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동물이에요!” “음, 단점 같은 건요.” “단점이 어딨어요.” “그…… 왜…… 개만도 못한, 그런 욕설도 있으니까요.” 저주를 풀기 위해 '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수수께끼의 답을 찾던 중 상단에 고용된 하란. 남편과 함께 일군 상단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무리한 일정의 비단길에 오른 금작화의 새주인 아선. 두 사람은 그 상행길의 끝에서 각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프롤로그
「아선에게,
나는 지금 후아리에서 편지를 쓰는 중이오. 빨리 나가 봐야 해서 길게 쓰지는 못하지만 내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 있답니다.
이곳은 정말 춥소. 어제 하루 종일 눈이 와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 외에는 도깨비들이 다른 일로 여럿 빠지게 되면서 걸음이 더뎌졌소.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어요. 필요한 인원을 청룡조에서 다시 충당할 생각입니다. 지체하지만 않는다면 내년 기일까지는 충분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몸이 안 좋아졌다고 사갈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디 몸조리 잘하고, 내가 거기 도착할 즈음엔 다시 건강해진 당신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봄철의 망아지 같은 우리 딸도 잘 있겠지요. 내 어깨에 날개가 돋아서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의 곁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선. 하지만 이 편지가 나보다 먼저 도착하겠지요. 그때까지는 그리운 날로 시간을 보내야 할 듯합니다.
사랑을 듬뿍 담아. 당신의…….」
곱은 행상인의 손이 군데군데 해진 편지를 뒤집었다. 하지만 편지의 마지막 부분이 훼손되어 있어 보내는 이의 이름을 읽을 수 없었다. 필적도 거기서 끊겨 있었는데, 빛바랜 꽃문양이 흐릿하게 찍혀 있는 질 좋은 종이였다.
편지를 주워 든 남자는 그 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보기 위해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눈을 털어 냈다. 봉인 위에 찍힌 ‘금작화(金雀花)’라는 글씨를 읽을 수 있었다.
“어이, 그만 가세. 뭘 하고 있나?”
그러자 등짐을 진 행상인은 주섬주섬 편지를 소매에 넣으며 동료들에게 금방 간다고 화답했다.
좁은 산길을 걷고 있는 것은 한 무리의 행상인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마주한 참상에 잠시 놀랐지만, 이내 걸음을 재촉했다.
산산이 부서진 마차들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었고, 몇몇 마차에는 말들이 마구에 그대로 매인 채 죽어 있었다. 아직 살이 에이는 듯한 겨울이었기에 시체는 얼어붙어 있었다.
“강도들에게 당한 모양이군. 꽤 큰 규모인 것 같은데…….”
“어서 가세. 해가 지기 전에 이 산을 넘어야 하니.”
“어떤 상단인지는 몰라도 안됐군.”
“물건은 싹 다 가져갔어. 돈 될 만한 것 하나 안 남았어.”
“예끼 이 사람아. 죽은 사람들 짐을 뒤져서 뭐 하게. 기분 나쁘니 어서 여기서 떠나자고.”
행상인들은 수군거리며 산길을 넘었고, 그 불행한 일을 당했던 상단에 마지막으로 힐끗 눈길을 주었다. 봄이 올 때까지 그 망자들은 아마 눈 밑에 남아 있을 테니까.
#1
상단 금작화의 젊은 주인이 사고로 죽은 것은 1월 말경이었다. 이 비보가 아선이 지내던 의원으로 날아든 것은 그녀의 병세가 제법 호전되어 있을 때였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숫자가 적었고, 그나마 몸이 성치 못했다. 물건은 대부분 빼앗긴 후였다.
“주인님께서는…… 노상의 강도를 만나셔서 그만…….”
늙은 하인 가문비가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사색으로 변하는 아선의 표정을 보고 말을 차마 끝맺지 못했다.
“송구스럽습니다. 산적의 수가 많았는데, 이 늙은 몸은 부끄럽게도 그곳에서 빠져나왔지만 주인님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가 고개를 떨구었다. 등이 조금 굽은 사람이었지만,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장대한 기골이 돋보이는 노인이었다. 그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도둑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았던 것이다.
가문비가 아선을 안 지 제법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남편을 잃은 아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까지 짐작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선이 다른 여자들처럼 비보를 듣고 울며 쓰러질까 봐 걱정했다.
한동안 아선은 고개를 떨군 가문비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충격에 휩싸인 얼굴이었다. 이윽고 입을 여는 아선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에요, 가문비. 당신이 살아 돌아와서 기뻐요. 피곤할 텐데 우선 가서 쉬도록 해요. 금작화에는 아직 당신이 필요합니다.”
가문비는 졸지에 미망인이 된 아선이 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였을 뿐 그대로 병실에서 나갔다.
“어머니.”
2024.08.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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