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연재 | 글링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 시아는 부모님 사업이 갑자기 망해버린 탓에 빚에 허덕이게 된다. 돈이 급했던 그녀는 친구, 혜지의 제안으로 레이싱 모델 일을 하게 되고 서킷에서 잘생긴 싸가지라고 소문이 난 레이싱 선수, 정용주를 만난다. 재벌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용주는 시아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시아는 혜지가 짝사랑하는 그를 잔뜩 경계한다. 세상의 풍파 속에 홀로 선 시아는 음흉한 흑심을 품은 자들의 표적이 되고, 그럴 때 마다 용주는 시아의 앞에 나타나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 * * “쓰레기 수집이 취미야?” 용주는 서슬 퍼런 눈빛으로 머리는 벗겨지고 배는 불뚝 튀어 나온 중년의 남성에게 손이 잡혀 있는 시아를 노려봤다. 흠칫 놀란 시아가 고개를 들어 올려 그를 바라봤다. “여, 여긴 어떻게?” “주정뱅이 자식에 구역질나는 늙은이까지. 취향 한번 확고해서 좋네.” 용주는 시아의 물음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비아냥거렸다. 경멸어린 말투에 상처라도 받은 것인지 그녀의 눈동자는 파르르 떨렸다. “그러니까 상관 말라고 했잖아요. 왜 자꾸 나타나서…….” 시아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용주의 눈동자를 피하며 뒷말을 삼켰다. 입술이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꽉 깨물어 짓이기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용주는 화가 솟구쳤다. 그의 시선이 아직까지도 시아의 손을 주물럭거리는 중년 남자에게로 옮겨갔다. “그 손 놓지? 죽기 전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용주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렸다. 닿으며 사라질까 아끼고 아끼던 귀한 손이 저급하고 더러운 놈들의 손에 자꾸 닿았다.
1. 이걸 어떻게 입어
대성 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최종 클래스인 슈퍼 8000이 펼쳐지는 인제 스피디움의 아침은 적막함이 감돌 정도로 고요했다.
이 고요함을 뚫고 HK 트레비트 팀 라운지에 마련된 레이싱 모델 휴게실에서 한숨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걸 어떻게 입어.”
시아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프리랜서 모델인 혜지가 건네준 의상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엄지와 검지로 잡은 새카만 의상은 가슴 라인이 노골적으로 파여 있었고 허리 라인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으며 길이는 짧아도 너무 짧았다.
혜지가 입었을 땐 그저 예쁘게만 보였었는데……. 막상 자신이 입을 생각을 하니 너무 야해 보였다.
“어떻게 입긴, 이렇게 입지.”
시아 옆에 서 있던 혜지는 입고 있던 티셔츠와 청바지를 휙휙 벗더니 재빨리 경기복으로 환복했다.
허리에 양손을 얻고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 포즈를 취한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며 천연덕스럽게 시아를 바라봤다.
하지만 시아의 곤란스러운 표정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역시 난 안 되겠어. 분명 팀에 방해만 될 거야.”
시아는 손에 들고 있던 의상을 혜지에게 도로 건넸다.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혜지는 서둘러 미소를 갈무리했다.
“야! 네가 돈 필요하다며. 당장 다음 달에 낼 카드값도 없다고 하지 않았어?”
혜지는 손에 쥐고 있는 의상을 내려다보곤 퉁명스럽게 말했다.
잠깐이지만 어색한 공기가 둘 사이에 흐르기도 했다.
“맞다, 내가 또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정신이 번쩍 든 시아는 입술을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현실감이 없어 가끔 이렇게 깜박 잊었다.
한때는 건물주 딸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제 몸 하나 편히 눕힐 보금자리도 없는 신세일 뿐이었다.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 그리고 너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 줄 알아? 다들 우리 팀에 못 들어와서 안달이야. 다른 팀은 한 번도 힘든 포디움을 우리 팀은 이번 시즌에 벌써 두 번이나 올라갔다고.”
혜지는 얼굴에 잔뜩 그늘이 진 시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곤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흔들어 댔다.
그녀의 강단 어린 목소리에서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포디움이 뭔데?”
시아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한 것을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이 이상 징징거리는 것은 혜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게다가 다소 어색해진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애쓰는 혜지가 고맙기도 했다.
“1등부터 3등이 시상식에 올라가는 거. 우리 정용주 선수님이 벌써 2번이나 올라가셨어.”
“그 미남 카레이서?”
정용주 카레이서에 대해서는 혜지에게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슈퍼클래스 드라이버 챔피언을 2번이나 한 실력파라고 했다.
문제는 너무 잘생겨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혜지는 얼굴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면서 그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를 노리는 너무 많은 라이벌 때문에 최근에는 어느 정도 포기한 듯싶었는데.
“너 혹여나 우리 정용주 선수님 마음에 품으면 안 된다. 우리 정용주 선수님은 만인의 연인이어야 해.”
혜지가 손을 뻗어 의상을 시아 앞으로 내밀었다.
다시 봐도 무척 야해 보였지만, 시아는 내야 할 카드값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았다.
“근데 이거 사이즈가 조금 작은 거 아니야? 들어가지도 않을 거 같은데.”
시아는 의상을 받아 들곤 요리조리 살피며 물었다.
도대체 이 조막만 한 옷은 어떻게 입으라는 건지……. 또다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건 조금 타이트하게 입어야 예뻐. 일단 벗고 입어 봐.”
혜지는 망설이는 시아를 대신해 그녀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겼다.
진갈색의 긴 생머리가 엉망으로 헝클어졌지만 볼륨감 넘치는 시아의 몸매가 새하얀 살결과 함께 훤히 드러났다.
“부럽다. 베이비 페이스에 이런 몸매라니……. 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에이스야.”
혜지가 시아의 벗은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우아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아나운서를 꿈꾸는 시아에게는 달갑지 않은 칭찬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붐비는 아침 지하철에서 만난 철면피 같은 치한이 엉덩이를 만지며 몸매가 끝내준다고 속삭였던 끔찍한 일을 겪기도 했었다.
트라우마로 남은 그 일 때문에 지하철을 타지 못했고 부모님은 차를 사 주시기도 했었는데.
“그 동료는 정말 못 오는 거야?”
시아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자 혜지는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했다.
거울을 통해 둘은 시선을 마주했다.
“너도 사진 봤잖아. 그 얼굴로 모델 일을 어떻게 해. 발도 수술해야 해서 몇 개월은 꼼짝도 못 한대.”
혜지의 동료는 어제 계단에서 넘어져 얼굴과 발을 크게 다쳤다고 했다.
그녀의 대타를 구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혜지가 다급히 부탁을 했고, 여기 인제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것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못하겠다고 했지만, 곤경에 처한 혜지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양심도 없이 계속 신세만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경력 쌓아서 이쪽에서 1~2년 바짝 일해. 당장은 힘들더라도 열심히 하면 네 자취방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거야. 대학 등록금도 마련하고……. 어쨌든 대학은 졸업해야 아나운서 시험도 볼 수 있을 거 아니야.”
2024.08.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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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나 잘생겼으면 ㄷㄷ
24.11.03
여주가 첫눈에 반했네요ㅋㅋㅋ 재밌어요!!
2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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