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링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 시아는 부모님 사업이 갑자기 망해버린 탓에 빚에 허덕이게 된다. 돈이 급했던 그녀는 친구, 혜지의 제안으로 레이싱 모델 일을 하게 되고 서킷에서 잘생긴 싸가지라고 소문이 난 레이싱 선수, 정용주를 만난다. 재벌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용주는 시아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시아는 혜지가 짝사랑하는 그를 잔뜩 경계한다. 세상의 풍파 속에 홀로 선 시아는 음흉한 흑심을 품은 자들의 표적이 되고, 그럴 때 마다 용주는 시아의 앞에 나타나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 * * “쓰레기 수집이 취미야?” 용주는 서슬 퍼런 눈빛으로 머리는 벗겨지고 배는 불뚝 튀어 나온 중년의 남성에게 손이 잡혀 있는 시아를 노려봤다. 흠칫 놀란 시아가 고개를 들어 올려 그를 바라봤다. “여, 여긴 어떻게?” “주정뱅이 자식에 구역질나는 늙은이까지. 취향 한번 확고해서 좋네.” 용주는 시아의 물음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비아냥거렸다. 경멸어린 말투에 상처라도 받은 것인지 그녀의 눈동자는 파르르 떨렸다. “그러니까 상관 말라고 했잖아요. 왜 자꾸 나타나서…….” 시아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용주의 눈동자를 피하며 뒷말을 삼켰다. 입술이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꽉 깨물어 짓이기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용주는 화가 솟구쳤다. 그의 시선이 아직까지도 시아의 손을 주물럭거리는 중년 남자에게로 옮겨갔다. “그 손 놓지? 죽기 전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용주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렸다. 닿으며 사라질까 아끼고 아끼던 귀한 손이 저급하고 더러운 놈들의 손에 자꾸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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