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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여주에게 건강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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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감자0
142화무료 3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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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미안해. 언니 약혼자가 나한테 고백했어.” 벌써 다섯 번째다. 입양된 여동생에게 약혼자를 뺏긴 건. 모든 걸 포기하고 잘해 준다면 비참한 최후만은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넌 언니가 돼서 동생에게 왜 그러니?” “동생의 반만 좀 닮거라.” 심지어 부모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쯤 알게 된 충격적인 진실. 진짜는 동생이었고, 나는 동생 대신 아플 '가짜'였다. "더 이상은 순순히 빼앗기지 않을 거야." 복수를 위해, 아직 동생이 가지지 못한 단 한 가지.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인 칼릭스를 차지하기로 했다. “4년? 원한다면 내일 당장 결혼식을 올려 그대를 공작 부인으로 만들 수도 있어.” 그런데 이 남자 어째서인지 나를 원한다?


0.

“나와의 관계가 부끄럽다면 처음부터 내게 접근하지 말았어야지.”

터빈 터틀릭의 말에 사방이 얼어붙었다. 듣고 있던 시엘라는 충격으로 물든 표정과 함께 선물 상자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툭.

둔탁한 소리가 파티 홀 전체로 퍼지고, 사람들의 이목이 단숨에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낭패감으로 물들어 가는 릴리아를 보며 시엘라는 입을 열었다.

“방금 무슨 말이야?”

“언, 언니.”

“릴리아, 네가 정말로 내 약혼자에게 먼저 접근했어?”

릴리아는 잽싸게 고개를 저으며 시엘라에게 다가가려 했다.

“잠시 내 말 좀 들어 봐.”

“다가오지 말고 거기서 말해 줘.”

손을 뻗으며 처연히 눈물을 흘리는 릴리아를 피해 시엘라는 뒤로 물러났다.

“…….”

귀족들은 평소와 다른 상황에 숨소리조차 죽였다. 구김살 없이 사랑스러워 사교계 데뷔 이래 한 번도 자잘한 구설수에도 오르지 않았던 릴리아. 그리고 그런 릴리아를 시기해 괴롭히던 악녀, 시엘라.

그것이 지금까지 두 사람의 이미지였다. 하나 지금은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에 서고 말았다.

“다 오해야. 속지 마, 언니.”

간절해 보이는 릴리아의 눈 밑으로 넘칠 듯 눈물이 고였다.

“언니 약혼자가 내게 고백했다고 알린 것도 나잖아. 먼저 영식에게 내가 먼저 접근했다면 언니에게 내가 말했겠어?”

“……그랬지. 그럼 터틀릭 영식의 이야기는 다 뭐니?”

“영식이 방금 한 말은, 내가 고백을 안 받아 줘서 보복하려고 저러는 거야.”

거짓은 모를 것처럼 말간 눈동자가 눈물로 일렁였다. 새하얀 도화지처럼 순진무구한 외형이 그녀의 말을 진실처럼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를 믿어도 괜찮은 거니? 잘 모르겠어.”

시엘라는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선 채 인상을 잘게 찌푸렸다.

“아니, 믿어야지. 믿어야 하는데.”

충격으로 망가진 듯한 모습에 곳곳에서 안쓰럽다는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벌써 다섯 번이나,”

네가 내 약혼자를 빼앗았잖아.

“언니!”

릴리아는 말을 가로채며 땅이 울릴 정도로 무릎을 바닥에 붙였다. 누군가 의아해하며 수군댈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하나 릴리아는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없을 정도로 다급했다.

“따로 연모하는 사람이 있는 내가 영식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 제발 거짓 폭로에 그만 놀아나.”

청초한 그녀의 얼굴 위로 가련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악어의 눈물을 보다 못한 터틀릭 영식이 발끈해 입을 열었다.

“편지와 함께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은밀히 나를 유혹한 건 그대이면서!”

“가족이 될 사이로서 친해지고 싶단 뜻이었다고 전에 말했잖아요. 흐윽. 아무리 제가 고백을 안 받아 줬다지만, 언니와 제 사이를 이렇게 망치려고 들 줄은 몰랐어요.”

“이……!”

한때 서로를 보며 달콤히 혀를 움직이고, 꿀 떨어질 듯 바라보던 그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를 향해 눈을 사납게 치떴다. 서로의 잘못을 한쪽에 떠넘기려던 그들이 이내 시엘라에게 고개를 휙 돌렸다.

“시엘라.”

“언니.”

그들은 자신들을 믿어 달라는 듯, 강압적인 눈빛을 보내왔다. 시엘라는 그런 동생과 약혼자를 번갈아 보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는.”

나뭇가지에 달린 마지막 잎새처럼 그녀가 휘청였다. 결국 선천적으로 연약한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기울었다. 쓰러지는 그녀를 차마 볼 수 없었던 어느 귀부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시엘라가 바닥에 닿는 일은 없었다.

“상대가 아프다는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건가.”

어느덧 지척으로 다가온 사내가 고꾸라지던 그녀를 안전하게 안아 들었다. 칠흑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음습한 예기를 띤 붉은 눈동자. 시선만으로 숨통을 옥죌 듯이 위압감이 그의 전신에서 흘렀으나 릴리아는 오랜 시간 연모한 사내가 시엘라를 위해 움직였단 사실에만 충격을 받아 입술을 감쳐물었다.

“실망스럽군.”

“……공작 전하…….”

냉랭한 목소리가 릴리아의 심장을 툭 치고 지나갔다. 칼릭스는 시엘라를 안아 든 채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때, 품에 안겨 있던 시엘라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가늘게 드러난 푸른 눈동자가 고개를 숙인 릴리아를 가만히 응시했다.

‘릴리아.’

장내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기절한 척했을 뿐. 그녀는 단 한 순간조차 충격을 받지도, 상처를 입지도 않았다.

‘계속 네 뜻대로 될 리가 없잖아.’

시엘라의 입꼬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1.

“언니!”

허락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릴리아가 들이닥치리란 걸 이미 예상했던 나는 읽던 책을 덤덤하게 내려놓았다.

“나……. 할 말이 있어.”

“뭔데?”

“언니 약혼자가, 그러니까…….”

릴리아는 한참 동안 입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햇볕을 녹인 듯한 금발이 물결처럼 흘러내렸다.

“언니 약혼자가 나한테 고백했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릴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 날부터 언니 약혼자가 계속 내가 봉사하는 곳에 찾아오는 거야. 난 언니 약혼자니까 반갑게 맞이했고…….”

더 들을 것도 없어서 나는 릴리아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구나. 안 그래도 파혼 신청서를 약혼자에게 보낸 참이니 신경 쓰지 마.”

“어, 어떻게 알고?”

릴리아가 불안한 듯 물었다.

‘어떻게 알았냐니.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나.’

자그마치 다섯 명째다. 첫 번째 약혼자부터 다섯 번째 약혼자까지 모두 다 나를 배반하고 릴리아에게 연정을 품었다.

[당신은 릴리아와 머리카락 색과 눈 색만 같을 뿐 전혀 딴판이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새 약혼자가 생긴들, 누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혹시 몰라 다섯 번째 약혼자가 생기자마자 뒤로 사람을 붙였다. 그리고 릴리아가 숨기는 사실까지 전부 알게 됐다.

“그냥 약혼자의 행실이 마음에 안 들어서 보낸 거뿐이야.”

나는 그린 듯한 미소로 진실을 감췄다.

“미안해, 언니.”

“괜찮으니, 사과할 거 없어. 피곤해서 그런데 할 말 끝났으면 나가 주겠어?”

릴리아는 나가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 때문에 일부러 괜찮은 척하는 거지?”

내 손을 붙잡고 릴리아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녀의 눈물이 내 손을 축축하게 적셨다.

“흐윽. 미안해. 동생에게 남자나 빼앗겨서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언니가 너무 가여워.”

“…….”

“근데 언니도 알지? 난 언니 약혼자에게 전혀 관심 없다는 거. 난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

뭔 말을 하나 했네. 심드렁한 표정을 애써 숨기고 입가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네가 공작님을 좋아하는 건 나도 잘 알지.”

릴리아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공작 때문에 열병을 앓아 왔다. 제 마음을 숨기지 않긴 했으나 그 모습을 보고 알게 된 건 아니었다.

‘소설에서 읽었으니까.’

『후작가의 입양아는 사랑스러워!』

이곳 세계는 책 속이었고, 릴리아는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었다. 사람들에게 금세 호감을 얻는 릴리아는 입양해 준 후작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끝내 짝사랑 대상이자 제국 최고의 신랑감인 공작의 마음까지 빼앗는다.

‘그런 릴리아를 싫어하던 건 사실상 악녀 한 명뿐이었지.’

여자 주인공을 질투하고 괴롭히던 후작 가문의 하나뿐인 직계. 결국 권선징악으로 파문당한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악녀. 그게 바로 나였다. 다행인 점이라면……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시점이 릴리아가 입양된 날이라는 것 정도일까.

‘어떻게든 원작을 비틀려고 했었는데.’

병명조차 모르는 시한부 삶은 억울해도 나을 방도가 없어 포기했지만, 소설 속 최후만큼은 피하고 싶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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