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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번 죽은 테이머는 악마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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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산책
190화무료 2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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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난이도를 선택해 주십시오.] "이지." [헬 난이도가 선택되었습니다.] "시발?" 지구 멸망까지 70년. 튜토리얼 오류로 헬 난이도에 갇혔다.


1화 등반자

등반자.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기 위해 인생을 건 자들을 일컫는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넘는 등반자가 탑을 올랐지만, 이들이 생겨난 지는 아직 30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미디어는 ‘도전의 탑’에 대한 내용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도전의 탑 등장 이후 인류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등반자들은 무엇을 했나, 왜 아직도 20층을 돌파하지 못했나.]

[인류의 멸망까지 남은 기한은 70년. 이대로 선두 등반자를 믿는 게 정답인가?]

[정상급 등반자, 왜 20층에 도전하지 않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거기서 거기다.

나는 그런 수많은 기사를 스크롤하며 선두 등반자에 대한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상위권 길드인 ‘화랑’ 모든 준비를 마치고 미국보다 먼저 20층에 도전한다.]

[미국 랭커, 아론 테일러. 21층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다짐!]

이런 기사가 많은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이 제일 궁금한 내용이 ‘등반자’, ‘도전의 탑’이기 때문이었으니.

이유?

이유야 간단하다.

다들 죽고 싶지는 않으니깐.

‘도전의 탑’을 100년 이내로 정복하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한다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하아……. 역시 없네.”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모든 페이지를 찾아봐도 아버지에 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실종된 지도 벌써 10년이다.

선두 등반자답게 아버지는 이름을 날렸고, 사람들은 아버지를 영웅으로 취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세간은 자기들 멋대로 아버지를 사망자로 만들었다.

물론 나는 믿지 않는다.

시체는커녕 아무런 물증도 없는데 사망했다니. 그걸 왜 믿는 건지.

딸랑-

“어서 오세요.”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발견하지 못해 침울한 감정 또한 잠시, 편의점 문이 열리며 모자를 푹 눌러쓴 손님이 들어왔다.

“마일드 헤븐 하나 주세요.”

“마일드 헤븐이요. 여기 있습니다.”

손님이 결제를 위해 주머니에서 손을 빼는 순간에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손님이 팔목에 착용한 팔찌는 분명 기억 속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팔찌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어? 저… 손님.”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며 손님의 팔을 붙잡았다.

“왜… 왜 그러세요?”

“정말 죄송한데 그 팔찌 한 번만 봐도 될까요?”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분명 내가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거요?”

손님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결국 내 부탁을 들어 팔을 보여주었다.

“이게 어째서.”

나는 눈앞에 있는 팔찌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팔찌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14층인가? 거기서 주운 팔찌인데 혹시 사장님 물건인가요?”

“14층이라고요….”

“네.”

14층이라면 아버지가 실종되었던 시기와 비슷하다.

“저, 정말 죄송한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깐만 만져봐도 될까요?”

“네, 편하게 확인하세요.”

손님은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손목에서 팔찌를 풀어 건네주었다.

“아…….”

내가 조심스럽게 팔찌 안쪽을 확인하자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Lee. S.R

시간이 흘러 조금 지워져 있었지만, 내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내가 아버지를 위해 이니셜을 박았으니깐.

아버지의 팔찌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자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빠졌지만 애써 참아냈다.

“괜찮으세요?”

손님은 팔찌를 확인하던 내가 주춤하자 놀랐는지 내 팔을 잡아주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진정이 되자 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 팔찌의 주인으로 보이는 시체가 있었나요?”

“아뇨,? 시체 같은 건 없었고, 그저 모래 속에서 운 좋게 발견한 거라.”

“…….”

“팔찌의 주인을 아시는 분 같은데 돌려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내가 먼저 팔찌를 돌려달라고 말하려 했는데, 손님이 선뜻 먼저 말해주자 고마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중요한 물건 같은데. 당연히 돌려드리는 게 맞는 거죠.”

그렇게 말하며 손님은 미소를 지은 채 계산대에 놓인 담배를 챙긴 뒤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하다가 이제야 누군가의 손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살아 계신 거 맞죠…?’

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팔찌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빠! 이거 꼭 가지고 다녀!

-으응? 우리 대한이가 아빠를 위해 준비해준 거야?

-당연하지. 내가 아빠 이름까지 적어 놨어. 그러니깐 아빠가 정복할 수 있을 거야!

그때 아버지에게 그냥 집으로 오라고, 등반 따위는 하지 말라고 말렸어야 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버지는 분명 살아 계실 거야.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니까.

나는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이 결국 죽었다고, 잊으라고 말해도 나만큼은 끝까지 기다릴 거다.

“집중하자.”

깊은숨을 내뱉고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언젠간 돌아오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내가 가족들을 지켜야 하니까.

딸랑-

“어서 오세요.”

* * *

야간 근무가 끝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따듯한 햇살이 몸을 감싸주었다.

우우우웅

3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는 빠르게 발전했지만,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하급 마석 하나만 팔아도 내 시급보다 비싼데.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현실은 탑이 등장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괜한 생각하지 말자.”

큰돈을 벌고 싶지만, 등반자가 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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