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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연속면(Blue Discontinu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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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베리
5화무료 5화

자유 연재 | 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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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추락사고 후 불시착한 푸른 바다 위의 외딴 섬.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곳에서 시작된 재벌가 남자와의 낯선 접점. 하룻밤 일탈인 줄 알았으나 다시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관계는 이어진다. “새벽 씨, 나랑 결혼할래요?” 둘 중 누구도 원치 않았던 형태의 계약 관계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생이 1년 남짓한 재벌가의 시한부 남자, 백여명의 아내 자리에 첩자로 심어져 기밀을 캐내는 여자, 현새벽. 그러나 백씨 가문의 치명적인 비밀에 손대는 순간 새벽은 여명에게 들키고 마는데. “미안해요, 여명 씨. 정말 미안해요, 전-” “사과하지 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여명 씨?”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는 그간 다정하고 따스했던 여명의 무저갱 같은 이면을 마주한다. “새벽 씨, 당신이 내 인생의 첫 번째 욕망이에요. 당신만이 날 살게 해.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놓을 수 있겠어요?” “…….” “고작, 날 속였다는 이유로.” 생애 처음으로 깨어난 맹목적인 욕망이 두 사람을 집어삼키고, 모든 걸 가졌으나 그래서 아무런 의미도 달성 이유도 없던 여명의 삶에 첫 번째 색채가 드리운다. 평행선을 달리는 그들의 푸른 계절, 상처에 붉게 물드는 둘, 그리고 나날이 커져만 가는 감정 하나. 이 한여름 밤의 꿈이 끝나는 날 그들은 마침내 서로에게 맞닿을 수 있을까. 높은 언덕 위의 나비는, 진흙탕에서 못다 핀 꽃을 욕망한다. 서로 다른 색채가 마주하는 <푸른 불연속면>. #조직/암흑가 #계약관계 #시한부 #선결혼후연애 #시월드 #소유욕/독점욕/질투 #운명적사랑 #첩보물 #재벌남 #오만남 #다정남 #능력남 #계략남 #상처녀 #계략녀 #능력녀 #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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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면不連續面:

파장을 굴절시키는, 서로 밀도가 다른 대상의 경계면.

 

*

 

구우웅, 귀를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추락했다.

고도 4000m, 3700m, 3300m, 빠르게 하강하는 기체에 탑승객들이 아우성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아비규환이었다.

현새벽은 숨을 헐떡였다. 산소 부족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고 호흡이 힘들어서 그녀는 쥐어뜯듯 목가 옷깃을 틀어잡았다. 어떻게, 어떻게 하필이면 오늘 이럴 수 있지?

새벽은 거칠게 몸이 흔들리는 중에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썼다. 이를 악물었다.

난, 절대 여기서 못 죽어. 살아남을 거야…….

눈을 부릅떴으나 순식간에 의식이 흐려졌고 눈꺼풀이 강제로 닫혔다. 어둠 속에서 몸이 끝없이 추락했다. 기절한 와중에도 온몸이 흔들리고 이리저리 부딪힌 탓에 고통이 치밀었다.

부침을 반복하던 중 새벽아, 하며 그녀를 부르는 언젠가의 속삭임이 떠올랐다. 무의식의 수면을 가르더니 요동쳤다. 꾹 눌러 담아둔 것까지도 함께 흘러넘쳤다.

우리 새벽이,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끝까지 못 지켜줘서 미안해, 너만은 꼭 잘 살아야 해.

새벽은 멀어지는 친모의 뒷모습에 손을 뻗었다. 가지 마, 외치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제발, 엄마. 날 혼자 두고 가지 마……!

바로 그때 그녀의 입이 억지로 벌려졌다.

불쑥 입안에 뭔가가 밀어 넣어진다. 낯선 숨결이었다. 닫히려는 그녀의 입을 강제로 다시 열고 폐부를 한가득 채워 넣었다. 이어 규칙적으로 명치를 망치로 두드려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찬 압박감이었다. 몇 번, 몇십 번을 연이어서.

“읍, 으읍, 컥, 커헉…… 쿨럭, 쿨럭!”

발작하듯 기침하며 눈을 뜨자 희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누군가가 잡혔다. 눈이 마주쳤다. 한 남자가 새벽의 몸을 단단히 감싼 채 심폐소생술을 하다 손을 멈췄다.

“아, 드디어 정신이 들었네요.”

고막을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정신이 한결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시야도. 그녀의 뒷목을 넓게 펼친 손으로 받친 채 내려보는 남자의 모습과 그 뒤로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여름 하늘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살았구나, 살았어.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미친 듯이 기침하는데 남자가 새벽의 등을 몇 차례 두드려주었다.

숨을 고르는 중 먼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욱신거렸으나 뼈가 부러진 곳은 없었다. 긁힌 곳 말고는 심한 출혈도 없었고. 그 높이에서 사고가 났는데 이 정도 타박상과 찰과상에 그치길 천만다행이었다.

정신을 잃기 직전 승무원이 각국의 언어로 탈출 안내를 했던 게 떠올랐고, 비상착륙을 한다고 했으나 비행기 잔해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 추락한 덕에 어지간히 완충되어 해류를 타고 떠밀려 온 걸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이 남자를 제외하면 주위에 인기척이라곤 없었으며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뿐. 새파란 하늘과 경계선이 불분명한 바다가 새벽의 눈에 담겼다.

망망대해에 뚝 떨어진 외딴 섬.

새벽은 엉망이 된 머리로도 처한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지고 있던 전자기기 중 핸드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조리 잃어버린 것 같은데, 심지어 그 핸드폰마저 권외 지역이라며 먹통이었다.

“아…….”

그녀는 쿨럭이며 손안에 틀어쥔 핸드폰의 검은 화면을 노려보았다. 손이 떨렸다. 네모난 화면 안에 갇힌 얼굴이 흔들린다. 미친 듯이 일그러졌다. 설마, 아니지? 이, 이럴 리 없어. 이렇게 되면 난, 나는.

“아아악-!”

새벽은 기침이 완전히 잦아들기 무섭게 비명을 내질렀다.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잡는데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살면서 운 좋길 바란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진짜, 너무하잖아.

“아, 컥, 흐윽!”

그녀는 그대로 발치에 쓰러져 해안가 모래에 머리를 처박았다. 부들부들 떨며 오열하는 새벽의 손가락 사이로 흰 모래알이 바스러졌고, 거칠게 두피를 파고들어 긁어댔으나 제대로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를 날려 먹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초록색 아이비 잎새로 가득한 널찍한 캠퍼스를 가로질러 면접장으로 들어가고 있어야 했다. 거기서 날 구원할 동앗줄을 꽉 틀어잡았어야 했는데. 그도 아니면 차라리, 아예 편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여기 발목 잡힌 현실이 끔찍했다.

“으윽, 흑, 흡…….”

평생 일궈온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1금융권 대출은 물론 사채까지 끌어쓴 부친의 사업 실패와 자살. 거기에 바로 이듬해 모친의 사고사까지.

요약하면 흔한 가정사였다. 그럼에도 새벽의 삶을 진창에 처박기엔 충분했다. 그냥 빚뿐이었다면 상속 포기라는 방법도 있었겠으나 이미 보증으로 발목이 꽉 얽어 매인 통에 방법이 없었다.

사채업자들은 새벽이 아직 고등학생일 때부터 정해진 기간마다 그녀를 찾아와선 어서 돈을 내라며 괴롭혀댔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새벽은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이 나라 최고의 대학에 들어갔고,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빚을 탕감해갔다.

학비를 마련할 여유가 없었기에 매번 아득바득 성적 장학금을 받아가며 졸업했고. 물론 그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공계 국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들인 노력까진 아니었다.

“흐윽…….”

새벽이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있는 대로 울음을 토해내는 동안 남자는 그녀 곁에서 조용히 자릴 지켰다. 조심스레 등을 쓸고 토닥이면서.

그러다 지쳐 다시 기절하려는 그녀를 감싸 안아 지탱했다. 엉망이 된 그녀 얼굴로 손을 뻗어 눈가에 모래가 덕지덕지 붙은 걸 살살 털어주었다.

“상황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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